낙농산업, 생산비 상승…순수익 감소세로 위축…소비자 만족도 높이고 정책·지원 필요

2010년 6347농가에 육박했던 낙농가수는 지난 9월 4497호로 10여 년 남짓한 시간 동안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사육마릿수는 43만 마리에서 지난 9월 38만 6000마리까지 줄었다.

더불어 국산 유제품 자급률도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4.8%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산업이 이처럼 위축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비는 상승하고 있는 반면 순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낙농산업, 과연 어떤 상황인지 현재를 짚어보고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위해 발전방안을 고민해 본다. 

# 육우 한 마리에 140만 원 손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육우와 우유 생산비는 각각 전년 대비 8.6%, 13.7% 증가했다.

육우 100kg 기준 생산비는 2021년 76만6000원, 경영비는 62만2000이었으나 지난해 생산비는 83만1000원, 경영비는 70만1000원으로 증가했다. 사료비가 18.9% 늘었으며 자가 노동비도 3.9% 증가했다.

우유 생산비는 2021년 리터당 843원, 경영비는 713원에서 지난해 각각 959원, 821원으로 증가했다. 생산비 상승은 농가의 경영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생산비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낙농용 배합사료 가격은 2021년 kg당 531원에서 지난해 641원으로 20.7%나 상승했다. 자가 노동비도 2021년 시간당 2만305원에서 지난해 2만1609원으로 6.4%나 올랐다. 

생산비는 증가한 반면 순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육우 한 마리를 키우면 139만6000원을 손해보는 구조로 전년에 116만6000원을 벌어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가량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육우 판매가격은 바닥을 쳤던 반면 사육비는 천정부지로 솟았기 때문이다. 

육우 생산비(생체 100kg 기준)가 증가한 가장 큰 요인은 수도광열비(37%), 영농시설비(22.1%), 사료비(18.9%), 기타재료비(18.2%), 차입금이자(17.8%)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152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37.2%인 90만4000원이나 줄었다. 이에 젖소를 사육하는 농가들의 부채 또한 큰 폭으로 늘었다.

육우 수송아지 산지가격은 분유떼기의 경우 2021년 마리당 99만9000원에서 지난해 53만3000원으로 46.7%나 하락했다.

우유 생산비(100ℓ당) 증가를 견인한 요인은 수도광열비(31.9%), 기타재료비(18.5%), 사료비(16.6%)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 저출산, 수입 확산…갈수록 시유 소비 줄어

이 가운데 저출산은 심화되고 대체 음료·수입 멸균유 시장 확대, 학교우유급식·군 급식 변경 등으로 시유 소비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합계 출산율이 1993년 1.65명에서 2010년 1.23명, 2020년 0.84명, 지난해 0.78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분유, 우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인 영유아의 비율이 줄고 있다.

수입 멸균유의 경우는 2018년 4300톤이 국내로 반입됐으나 지난해 3만1500톤, 지난 9월 기준 지난해 동기(2만8400톤) 대비 16.7% 증가한 2만8400톤이 반입됐다.

낙농가들은 정부가 수입 멸균유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린 게 오히려 홍보를 한 꼴이 됐다며 수입 멸균유의 반입 증가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성환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국내외 낙농산업 진단을 통한 지속가능한 낙농 발전 방안 심포지엄'에 참여한 한 농가는 “정부가 국내산 우유의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수입 멸균유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국내 반입량이 늘고 관련 소비가 증가했다”며 “국내산 우유의 영양 성분이 수입 멸균유보다 월등하게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우유의 소비가 줄고 있으며 막연히 군 장병들이 흰 우유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방부에서 급식기준을 바꿔 농가들은 중요한 소비처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석구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정부는 수입멸균유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홍보를 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내산 우유의 가장 큰 소비처 중 하나로 꼽혔던 학교급식도 시유소비 급감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큰 폭으로 감소한 학교 내 우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바우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우유급식지원대상에게 흰우유를 현물로 지원했으나 지난해부터 우유 바우처로 지원, 하나로마트와 주요 편의점에서 직접 구매하도록 해 우유 소비를 보다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개 지역 1200명에게 지원됐던 우유 바우처 지원은 올해 15개 지역 2만5000명, 내년 30개 지역 9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 이 같은 급식기준이 폐지되는 군급식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급식 장병당 우유 제공횟수를 살펴보면 2018년 437회에서 2019년 411회, 가공우유 24회, 2020년 405회, 가공우유 30회, 2021년 393회, 가공우유 30회, 두유 12회로 흰우유가 전체 공급에서 큰 폭을 차지했으나 내년에 급식기준이 폐지되면 장병이 기호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흰우유 제공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낙농업계에서는 군 요리에 우유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유제품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따른 생산, 소비 위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유럽연합(EU)산 유제품의 관세가 2026년 철폐돼 값싼 수입 유제품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로 인해 국산 원유 경쟁력이 하락하고 이는 곧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소비자 만족도 높여야 

‘2022 우유자조금 성과분석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산 우유·소매가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3%가 우유·유제품 구입시 원유 등급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답했다. 우유 소매가격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62.6%가 소매가격이 비싸다고 답한 반면 가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응답자는 13.4%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소비자들의 우유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내산 우유의 소매가격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유의 위생성과 안전성이 세계 수준이라는 것을 부각하는 한편 우유가 생산되는 목장의 깨끗함, 자연 친화적인 면모를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보고서에서는 국내산 냉장 우유가 수입 멸균유 대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을 부각하고 우유를 생산하는 환경 즉 목장의 위생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목장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됐다.

국내산 우유의 품질 기준(체세포 수, 세균 수)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는 높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후 관련 기준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에 품질 기준의 엄정성을 부각하고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제조 공정의 우수함을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해 소비자들의 국산 우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입 멸균유를 주변의 추천과 블로그 후기, 대형마트 할인행사, 온라인몰 프로모션을 통해 주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구입량 전체에서 국내산 우유 대비 수입산 멸균유의 구입 비중은 15~30% 수준이었다. 유통기한이 1년이라는 이유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응답과 맛 측면에서 진하고 고소한 맛, 크리미한 느낌이 좋다는 응답이 있었다. 반면 유통기한이 1년이라서 변질이나 첨가물에 대한 염려가 있다는 답변도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국내산 우유의 소비 촉진이 가능해지고 농가의 소득 또한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목표 수립해야

낙농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의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인휴 국립순천대 명예교수(에코드림치즈연구소 소장)는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의 목표를 환경과 미래를 약탈하지 않는 낙농업 수행, 안전하고 영양 많은 우유, 유제품 생산시스템 구축, 지속가능한 낙농업 체제 추구를 통한 낙농가의 소득 보장으로 삼아야 한다”며 “5년, 10년 단위로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교육, 인재육성에 근간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축협 관계자는 “생산비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값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내산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낙농업을 위해서는 후계 낙농인의 육성이 중요한데 그 이전에 낙농가의 소득을 향상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배 명예교수는 “쌀과 총체벼의 사료화, 유휴 답과 간척지를 활용한 대규모 조사료 전문단지 조성, 조사료 시장 개설이 필요하다”며 “낙농업은 없어서는 안 될 현재와 미래 식량의 중요 산업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수축산신문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