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후 유제품수입 급증

                                                                                     낙농정책연구소 소장(영남대 명예교수) 조 석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한미 FTA 발효 이후 2015년까지 약 4년간 미국으로부터의 축산물수입동향을 발표하였다. 그 결과 한미 FTA 발효 전 5년간(2007〜2011)의 평균에 비해 2015년의 축산물 수입량 및 수입금액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품목은 유제품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즉, 한미 FTA 발효 전에 비해 전체 축산물의 수입량과 수입금액은 각각 114.0%와 36.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유제품은 분유(탈지 및 전지)의 수입량과 수입금액이 각각 1,339.7%와 1,874.1% 증가해, 전체 축산물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냈다. 다음은 치즈로 수입량과 수입금액이 각각 346.4%와 324.9% 증가해, 분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축산물 수입추이(단위: 100만 달러, 천 톤, %)

 
  2015년의 경우 2014년에 비해 유제품수입이 감소한 것은 국내의 분유재고누증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금후 수입증가는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을 제외한 EU,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주요 유제품 수출국과의 FTA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효 중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금후 치즈를 포함한 유제품의 수입증가와 함께 낙농의 생산기반축소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2015년 현재 원유로 환산한 연간 1인당 우유·유제품소비는 75.7kg에 달해 우유·유제품은 이제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그러나 최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음용유의 소비가 정체 내지 감소하는 가운데 우유·유제품의 자급률은 2005년의 73.6%에서 2015년 현재 56.5%까지 하락하였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금후 소비가 늘어나는 치즈, 생크림 등 신선유제품의 국산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국산유제품의 생산확대 및 효율적인 원유수급조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국단위쿼터제의 도입을 위한 ‘낙농제도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낙농산업의 두 바퀴라 할 수 있는 생산자단체와 유업체가 제도개혁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3분된 집유체계 하에서 낙농제도개혁을 당사자인 낙농가와 유업체에 맡겨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낙농제도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정책의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낙농제도개혁을 미룰 경우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낙농은 지속적인 축소균형을 강요당할 것이며, 그에 따른 최종적인 부담은 낙농가에게 전가될 것이다. 그 결과 젊은 후계자의 신규진입이 감소함에 따라 마침내 낙농은 한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또한 안전한 고품질의 국내산 우유·유제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한미 FTA 발효 4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 KREI 연구보고서 제 121호(2016.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