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유제품 수출국이 될 수 있었나?

                                                                                                         Mark Stephenson(위스콘신대학)

- 국제시장의 가격하락과 미국의 진출 -

초창기에는 미국이 유제품을 수출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잉여가 발생할 경우 가끔 소량의 탈지분유와 버터를 수출하는 정도였다. 그런 반면에 미국은 국내에서 생산이 되지 않는 고부가가치 유제품인 치즈를 소량 수입하였다. 기본적으로 원유환산으로 수입 및 수출량은 별 차이가 없었으며, 국내 원유생산량의 2~4% 정도에 불과했다.   

이처럼 미국이 과거에 유제품을 수출하지 않은 것은 치즈의 경우를 예로 들면, 유사한 제품의 국내가격이 국제시장가격에 비해 2~3배 정도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주요 유제품 수출국인 EU가 생산자유대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잉여유를 수출보조금을 통해 국제시장에 저가에 수출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EU의 정책이 국제시장의 유제품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 가운데 1994년 말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EU를 포함한 128개국이 창설멤버로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EU는 농업보조금의 삭감 및 궁극적인 철폐를 약속했다. 이 같은 조치가 EU의 유대인하를 초래했고, 그 결과 EU의 원유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국제시장의 유제품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

<그림 1>에서 주요 수출국의 생산자유대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초기에 EU와 캐나다의 유대는 거의 동일하면서 호주 및 뉴질랜드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었고, 미국의 유대는 그 중간 수준이었다. 1997년에 이르러 EU의 생산자유대는 미국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했고, 이에 국제시장의 유제품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EU의 낙농가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변화였다.

한편 호주, 뉴질랜드의 낙농가에게 있어서 이 같은 EU 낙농정책의 변화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에 2003년에서 2007년에 걸쳐 미국의 낙농산업도 변화하고 있었다. 즉, 국제가격의 상승에 따라 미국의 유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마침내 수출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외 소비자는 미국 내 소비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유제품의 포장단위가 파운드나 갤런이 아니라 킬로그램과 리터였다. 또한 버터의 유지방함량도 미국과 같이 80%가 아닌 82%를 원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입국은 탈지분유가 아닌 유단백 기준의 탈지유를 선호했다. 더욱이 치즈무역에 있어서는 체다치즈가 아니라 고다치즈가 중심이었으며, 심지어는 치즈에 착색을 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UR 협상이 종료된 직후인 1995년에 미국유제품수출협회(USDEC)가 설립되었다. 설립목적은 국제시장에 대한 미국의 유제품수출과 관련하여 낙농가, 유업체, 유제품공급업자 및 수출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설립된 지 8년이 지나서 협동조합의 CWT(Cooperatives Working Together) 운동을 통해 미국산 유제품의 수출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제시장에 상시 미국산 유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가격이 비쌀 때에는 수출에 대한 보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7년에는 세계 주요 유제품 수출국의 생산자유대가 거의 동등한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미국산 유제품의 수출에 대한 그 같은 보조금지급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 국제시장에서의 미국의 위상 -

뉴질랜드와 EU는 각각 국제시장 거래량의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은 약 20%를 차지하면서 3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약 7%를 차지하면서 4위에 있는 호주와는 상당한 격차를 벌려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의 유제품 수출량은 국내 총생산량의 약 15%에 달하며, 아래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2003년 이후 연평균 13%의 빠른 성장을 나타내 왔다. 이는 같은 시기에 미국의 달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수입보다는 수출이 유리해졌고, 대내적으로 한 때 미국이 수입했던 체다치즈 이외의 다양한 치즈를 생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2003년 이래 순 수출량이 원유생산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머지 3분의 1은 국내시장의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는데 사용되었다.

미국의 유제품수출은 그렇게 호기를 맞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미국의 유대가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만일 미국의 유대가 경쟁국에 비해 더 높았다면, 미국산 유제품은 경쟁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더욱이 국내생산에 대한 수출비중이 15%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수출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 그 많은 물량을 국내시장이 흡수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출처: Hoard’s Dairyman(2015. 8)
번역: 낙농정책연구소 소장(영남대 명예교수) 조 석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