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남 속 긁어놓는 말 좀 하지마! 글｜박창수 그림｜성주삼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녀. 저러려면 뭐하러 수사를 혀. 망자가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겄구먼. 참 세상이 거꾸로 가려는 건지 . 이건.” 남편은 유명 모델 자살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종결짓는다는 뉴스를 보면서 혀를 찼다. 별 수없는 아줌마이지만 잘잘못 가리고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지가 누구보다도 강한 민자씨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그녀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TV 화면위에 침을 뱉고 싶을 만큼 속이 상했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두 이상하네유. 유명한 기업인, 언론사 간부 뭐 그런 사람들이 다 연루돼 있다면서 저렇게 시시하게 끝나면 어쩌자는 거유. 아니 그라구, 그 미친놈은 외국으로 도망가서 오지도 않구. 인터폴인지 지랄폴인가는 뭐하는 것들여. 그런 놈 하나 붙잡지두 못하구” “답이 뻔한 거 아녀. 그 인간 들어와서 입 다 열면 여럿 다치겄지. 참 이나라 꼴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겄구먼. 한마디로 있는 놈은 살구 없는 놈은 죽는 겨.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도 여전한 겨” “그러게 말여유. 아이구 꽃 같은 나이에 세상 등진 망자만 억울하게 됐구먼유. 근데 남자들은 왜 그런거유. 돈 좀있고 지위가 좀 있고 그러면 지 딸년보다도 어린 것들을 품을라구 하니. 자유주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남녀가 사랑하고 그짓 하는 거 자유라고는 하지만 나이 쳐들어서도 그렇게 어린 여자들을 찾고 싶을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니 꽃보다 아름답다니 하는 그런 말은 말짱 거짓말인겨. 아이구 지겨운 인간들. 그 짓 한번 더하면 속이 시원한가.” “아 왜 남자들을 다 도매금으로 넘기는 겨. 그런 놈들이나 그렇지 남자라구 다 그런 건 아녀. 우리 같은 사람들은 평생 헛눈 한번 안팔구 살았잖어. 안그려? ” “아이구. 참말로. 아니 내가 뭐 당신한테 그랬시유. 어찌됐든 남자들이 사고를 많이 치잖어유. 그 거시기 누구여. 강호순인가 그놈 봐유. 그 많은 여자들을 죽여서 암매장 했잖어유. 세상이 이 지경이니 딸 가진 엄마들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겄시유. 나야 딸이 없어서 그런 걱정은 안했지만 .....,” “다들 정신 나간 놈들이니까 그렇지. 자 잠이나 자자구. 세상 어지럽구 정신 없는 것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구. 이 나라 정신적으로 발전하려면 한참 멀었구. 그래서 이민 가는 젊은사람들 심정도 이해가 좀 되긴 된다니까. TV 더 볼겨. 나는 잠이나 잘라네. 내일 또 새벽부터 일하려면 잠 자는 게 남는 거지” 밤 아홉시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남편은 잠타령을 했다. 따지고 보면 사방이 캄캄한 산속에 있는 집에 사는 민자씨 부부야말로 이 밤중에 누구 만날 사람도 없고 찾아올 사람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밤 되면 TV 보거나 잠자는 것 아니면 할 일이 없었다. 둘다 겨울에는 컴퓨터에 들어가 글도 써보고 이런저런 정보도 검색했지만 이젠 밤이 짧아진 만큼 일 많이 하는 남편입장에서는 잠으로 피로를 풀어야 하는게 당연지사다. 게다가 젊었을 때야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해도 밤만 되면 민자씨 팔 베게 해주면서 사랑도 했지만 나이 60이 넘으니 남편도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열흘에 한번 정도 새벽녘 되면 그녀의 몸을 더듬거렸다. 그것도 민자씨가 모른 척 받아주면 다행인데 어떤 날은 다 귀찮다는 생각에 호응을 않하면 남편도 그냥 돌아눕곤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민자씨는 이런 남편을 보면서 남자나, 여자나 성욕은 40대 때 다르고 50대때 다르고 60대 되면 별 생각조차 없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인지 뉴스나 사람들 소문에서 60대 70대 노인네들이 성추행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참 주책도 그런 주책이 없으며 나이 들어 망신이라는 입장이었다. 십분도 안되어 단잠에 빠진 남편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연속극이나 보고 자려고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그 늦은 시간에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사는 여동생이었다. 동생은 한숨 먼저 쉬었다. “아니 홍두깨마냥 이 시간에 전화를 해놓고 뭔 놈의 한숨은 그렇게 쉰다니. 땅 꺼지겄다” 그러자 동생은 마치 물건도 안훔쳤는데 죄인 취급당하는 자신의 입장이 억울하니 얘기 좀 들어달라는 사람처럼 말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언니 지수 이 지집애가 글쎄 만나지 말라는 남자를 그렇게 만나잖어. 오늘도 여태 안들어온걸 보면 그놈 만나는 것 같은데 걱정여. 아니 남자가 그렇게 없나. 저하고 열 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놈을 만나고 다니니 사람 환장할 일이라구. 글쎄 올해 마흔 이래요 학교 다닐 때 자기 가르친 교수라는데. 아이구 나는 교수 사위고 지랄이구 다 싫어. 미친년 젊고 괜찮은 남자들 그렇게 많은데 하필이면 왜 나이 사십 다된 노총각 이냐구요.” “그려. 나이 차이가 많긴 많다. 그런데 사귄지는 얼마나 된 겨 ”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만났다고 하니까 벌써 1년이 넘었지. 아이구 기가 막혀서 내가. 글쎄 저번 날 어버이날에는 애 아빠 와이셔츠하고 내 스카프를 사서 보냈더라구. 나하구 나이가 아홉 살 밖에 차이가 않나잖아요. 우리 볼 면목이 없는지 집으로 인사는 못 오구 뭔 날이라고 하면 선물은 자꾸 사서 보낸다니까요. 아이구 졸업하기 전에 유학 간다고 할때 그냥 보낼 걸 잘못했나봐요.” “나이 차이는 나지만 그 사람이 초혼이고 지수가 좋아한다면 그거 어쩌겠냐. 청춘남녀 사랑이 말린다고 끊어지는 게 아니잖어.” “어머머 그럼 언니는 그냥 결혼이라도 시키라는 거야. 너무 한다 언니. 아니 그래도 조카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해?” 사실 민자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 부모 말 같은 것은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면 원하는대로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말한 것인데 동생이 화를 내니 입장이 난감했다. “얘는 왜 나한테 신경질을 내고 그려. 니가 그동안 그렇게 말렸는데도 계속 만난다면서. 그럼 어쩔 거여. 저러다 사고라도 치면 그때 가서 허락할거여. 얘 너를 생각해봐라. 너도 엄마 아버지가 이서방 키 작고 돈 없다고 반대 했는데도 했잖여.” “ 언니는. 그거 하고는 다른 거지. 이서방이야 사람 제대로 되고 나이 차이 세 살인데 키 작은 거 돈 없는 거 그런 게 무슨 흠이야. 지수년 연애를 반대하는 이유는 나이 차이라구요. 열 다섯 살 차이라는 게 말이 되냐구요. 언니도 딸 가진 엄마 입장되면 다를 거야 ” 여동생은 많이 서운했는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누워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여동생의 기분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아들도 없고 딸 둘인데 큰딸이 나이 차이 많은 삼촌같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엄마 입장에서는 속이 상할 일인 게 사실이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30세 차이가 나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 보통 가정에서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마음인데 이미 사랑에 빠졌다면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다. 한참동안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민자씨는 생각에 잠기다 잠이 들었다. 2주일쯤 지났을까?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은 워낙 성격이 급해서 자기 감정 숨기지 못하는 편. 민자씨는 지난번 전화통화시 서운했던 것 때문에 다시 전화를 한 것은 아닌가 싶어 지레 겁을 먹었다. “언니 나야.” “그려. 별일은 없냐.” “뭐 별일 있겠어. 지수 년 일 아니면. 아이구 속상해 그냥. 그런데 둘이 워낙 좋아하니까 그냥 결혼 허락했어. 가을에 식 올려 줄거야. 이서방이 허락해서 나는 그냥 ..........,” 동생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민자씨. 그런데 이번에는 얼떨결에 더 엉뚱한 말을 던진 게 아닌가? “얘 딸은 엄마 따라 간다더라. 너 고집 피워 이서방한테 시집가더니 지수도 결국은 지 뜻대로 됐네 뭘. 잘 살면 되는 겨” 순간 폭탄 같은 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언니는 왜 자꾸 날 들먹거려. 아니 내가 이서방하고 결혼해서 뭐 잘못된 것 있어. 정말 제발 좀 좋은 말은 못할망정 남 속 긁어놓는 말 좀 하지마.” <필자연락처 : 019-609-9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