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쌍화탕의 약재성분별 특징 쪾당귀 : 성질이 따뜻하고 혈을 생(生)하고 심장을 보한다. 쪾천궁 : 성질이 따뜻하다. 두통을 낫게 하고 보양과 혈을 생하게 하며 울혈을 풀어준다. 쪾백작약 : 맛은 시고 성질은 차다. 복통과 이질을 다스리며 보익작용을 한다. 수렴작용이 있다. 쪾계피 : 맛이 맵고 성질은 덥다. 혈맥을 통하게 해주고 허를 보해준다. 쪾숙지황 : 생지황을 술에 아홉 번 찌고 말려서 얻는다. 신수자양하고 혈을 보하는 데는 최고다. 수염과 머리를 검게 해주며 정수를 보해준다. 쪾감초 :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모든 약을 조화롭게 해준다. 열과 독을 제거해주고 기를 바르게 해준다. 쪾생강 : 성질이 따뜻하다. 신기를 맑게 해주고 위장을 열어준다. 쪾대추 : 맛이 달다. 백약을 조화롭게 해주고 익기와 양비를 해준다. 계절이 봄의 한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서해안 주민들은 커다란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따뜻해져가는 날씨로 인해 갯벌이나 바다 밑에 있던 타르덩어리가 녹아내리며 떠올라 그물이나 어구에 묻어나오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해안가 등에 남아 있던 원유 속 유독 물질들이 더 많이 뿜어져 나오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방제 작업에 시름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아픔을 함께 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대책도 건강한 바다를 서둘러 되찾아 올 수 없겠지만 삼성중공업과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로 주민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줄여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12월 서울시한의사회는 기름유출 사고로 고통 받고 있는 태안 등 6개 시·군 지역의 어민 및 지역주민에게 ‘희망의 쌍화탕 보내기 운동’을 실시하였습니다. 재해 복구로 지친 심신의 기운을 회복하고, 원유에서 배출되는 악취에 두통, 구토 등에 시달리는 악조건 속에서 어렵게 작업하는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진행한 운동입니다. ‘쌍화탕(雙和湯)’하면 감기약으로 생각되어지는데 왜 다른 처방이 아닌 쌍화탕을 선택한 것일까요? 이번호에서는 대한민국 누구나 알고 있는 처방 ‘쌍화탕(雙和湯)’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쌍화탕의 어원을 찾아가면 ‘쌍(雙)’은 한 쌍의 남녀를 뜻하고, ‘화(和)’는 조화를 의미합니다. 과거 선인들은 쌍화탕을 남녀 즉 부부가 성생활 하기 전·후에 복용하여 성생활로 부족해지기 쉬운 에너지와 음액(陰液)을 보강(補强)자양(滋養) 하는데 이용하였습니다. 즉 쌍화탕은 인체의 기운(氣運)과 혈액(血液)을 재 충전시켜 주는 명약으로 송(宋)나라 때 태의국(太醫局)에서 편찬한 방서(方書)인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태평혜민화제국방’은 한의계에서 활용빈도가 높은 여러 가지 처방들이 최초로 기재된 무척 의미 있는 성약처방집(成藥處方集)입니다. 쌍화탕은 백작약(白芍藥), 숙지황(熟地黃), 당귀(當歸), 천궁(川芎)으로 구성된 사물탕(四物湯)과 황기(黃耆), 계지(桂枝), 감초(甘草), 생강(生薑), 대추(大棗)로 조합된 황기건중탕(黃蓍建中湯)을 합방(合方)한 처방으로 모두 9가지 약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쌍화탕 속의 개개 약물의 용량은 ‘화제국방’에 기록된 내용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재된 바가 각각 달라, 자세하게 따지고 들면 미묘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쌍화탕이, 피와 관련된 일체의 질병을 치료(通治血病)하는 효능이 있는 까닭에 보혈(補血)의 대표적 처방으로 불리는 사물탕과, ‘자한증(自汗症:낮 밤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땀이 축축하게 흐르는 것으로 신체를 움직이면 땀이 더욱 많이 나는 증상-自汗者 無時而 然出 動則爲甚)’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황기건중탕을 합하여 만든 처방입니다. 쌍화탕은 허약(虛弱)해 보이는 사람이 힘든 일을 하거나 큰 병을 앓고 난 후 비질비질 땀을 흘릴 때 가장 좋은 약입니다. 처방에 대한 자세한 해설인 방해(方解)에 따르면, 쌍화탕은 정신과 기운이 다 피곤하고(心力俱勞), 기와 혈이 모두 상한 것(氣血皆傷), 성생활을 한 뒤 몹시 힘든 일을 하거나(或房室後勞役) 힘든 일을 하고 나서 성생활을 하는 것(或勞役後犯房), 중병을 앓은 뒤에 허로로 기가 부족해서 저절로 땀이 나는 것(及大病後虛勞 氣乏 自汗) 등을 치료하는 최고의 처방(最效)이라 하였습니다. 물론 이상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땀은 피의 또 다른 이름이다(汗者血之異名)”, “성생활을 하지 않을 때 정은 혈맥 속에 있다가 성관계시 명문에 이르러 정으로 변한다(人未交感 精涵于血中 交感之後 至命門而變爲精)” 등을 이해해야겠지만, 어찌되었든 쌍화탕이 감기약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종합해 보면 쌍화탕은 기력이 떨어졌을 때 기혈을 보강하기 위하여 ‘노권상(勞倦傷:과로로 인해 몸이 상하게 된 상태)’을 치료하는데 적당한 처방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오장(五臟) 중 간(肝)이 피로를 주관하는데, 간이 인체의 근(筋)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며, 이 때 근의 의미는 일절 인체의 운동, 즉 활동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간은 전신운동기능의 근본이 되며, 육체적인 피로의 경우 간을 중심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간을 다스리며 육체적 피로를 푸는데 대표적인 처방이 쌍화탕인 것입니다. 또한 쌍화탕의 작용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근육을 이완시킴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과로하여 몸살이 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몸을 많이 쓰는 육체노동자는 에너지 사용량은 많은 반면 근육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기기 쉬운데 이 경우 쌍화탕을 먹으면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여 피로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체내의 음양(陰陽)·기혈(氣血) 등을 쌍(雙)으로 조화롭게(和) 해준다는 쌍화탕 역시 병증(病證)을 정확히 파악하는 진단을 거쳐 투여해야만 하는 약입니다. 처방 중의 황기는 얼굴빛이 검푸르면서 기운이 충실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뿐 아니라, 과다복용으로 숨이 찰 때에는 ‘삼요탕(三拗湯)’을 먹어야만 된다고 했습니다(黃蓍 蒼黑氣實者 勿用, 氣實人 因服黃 過多而喘者 三拗湯以瀉之).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상담을 통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