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은유, 그런 거 아녀유 글｜박창수 그림｜성주삼 “ 목장댁 나 억울해서 못살겠어요. 뭐 이런 드러운 경우가 다 있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잘못은 지 자식들이 먼저 했는데. 아이구 기가 막혀 천 만 원이 뉘 집 애 이름 이냐구” 민자씨가 듣기에도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수퍼댁의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모들도 참 문제네. 자기 자식 잘못했으면 거꾸로 빌어야지. 어떻게 자식 앞세워 보상금을 요구한데유” “참 재수가 없으려니 별일이 다 생긴다니까. 우리 남편하고 그 애들 아버지들하고 오늘 또 만나기로 했나본데.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녀석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고 그리고도 모자라서 남의 집 점포에 침 뱉고 제 애비들보다 나이 든 사람한테 말 막하고 그렇게 했는데 어떻게 우리가 잘못이냐구요. 도대체 이게 법이야 개밥이야. 정말 속 터져” “기다려봐유. 설마 천 만 원 다 받겠어. 말이 그런거겠지. 똥이 드러워서 피하냐구유. 살살 달래라구 혀유” 읍네 수퍼마켓댁에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고등학생 되는 아이들 두명이 초저녁에 술 마시고서 수퍼마켓 앞에 놓인 야외용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운 것이다. 아이들을 보고 있던 수퍼마켓 남편은 오가는 손님들 눈도 있고 해서 아이들에게 한마디 했단다. “학생들 여기는 여러 사람 오가는 곳인데 보란듯이 여기 앉아서 담배를 피우면 되겠나. 차라리 어디 않보이는데서 피우던지.”라고 핀잔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자 잠시 후 두 녀석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의자를 바로 차고 수퍼마켓 유리문에 침을 뱉었고 이에 화가 난 수퍼마켓 남편이 아이들 한 대씩 때렸는데 두 녀석 다 힘없이 땅바닥으로 쓰러지더니 곧장 돌아갔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되어서 한 아이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이들 앞세워 수퍼로 들어오더니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수퍼마켓 남편의 멱살을 잡으며 경찰서로 간 것이다. 결론은 미성년자를 때린 수퍼마켓 남편이 잘못한 것이 되었다. 그 애들 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디 다치고 멍든 데도 없는데 이미 병원 가서 3주짜리 진단서 끊어 왔을 만큼 돈 뜯어 먹을 작정을 하고 나선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경찰서에서는 적당히 합의를 보라고 종용하는데 한마디로 상대가 말한 돈은 천 만원 이었다. 민자씨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법이 너무 잘못된 것 같았다. 물론 아이들에게 한 대씩 때린 것은 잘못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아이들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어떤 사람인들 손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그것도 자식 뻘도 안되는 10대들이 그따위 짓을 하는데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말로 타이른다면 그것은 부처님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민자씨 두 아들이 10대 시절이었던 15년 전 그녀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민자씨는 반대로 찾아가서 빌었을 것이다. “제가 자식 교육을 잘 못시켜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 삼사십대 젊은 부모들. 제 자식만 마치 금덩어리인 줄 알고 애지중지하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들 인성이 바닥에 떨어진 수준이 된 것이다. 사회가 오로지 돈 밖에 모르고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사는 세상 이다보니 자라나는 아이들도 제멋대로인 것이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편에게 수퍼마켓 집 이야기를 하자 남편 역시 혀를 찼다. “세상 말세라니까. 그런 싸가지 없는 애새끼들은 두들겨 패서라도 정신나게 해주어야 하는데 부모라는 사람들은 한 술 더 떠서 감싸돌고 있으니 참 이놈의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인지......” “내가 대통령이라면유 나는 예의 효도 봉사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가르키라고 할거유. 지금 당장 급한건 영어교육이 아니고 애들 정신교육이라구유. 웃기는 세상이라니까유. 우리 애들 키울때만 해도 그렇지는 않았는데. 앞으로 우리 손자들은 제대로 잘커야 하는데. 참 걱정이구먼유” “잘못된 사회탓도 크지만 절반 이상이 부모책임이라구. 부모들이 제대로 된 아이들은 그렇게 삐뚤어지진 않는다니까. 에구 환장할 노릇여.” “여하튼 우리 손자들은 제대로 키워야 해유. 내 애들한테 단단히 일러둘 거구먼유. 공부도 공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답게 키우라구유. 우리애들은 누구하고 싸움을 한번 했나. 어디서 구설수 오를일 한번 안하구 잘 컸으니 손자들도 잘 크겄지만 워낙 세상이 이모양이다보니...., ” 이튿날 아침이었다. 설걷이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수퍼댁 이었다. “그래 어떻게 됐시유. 금액은 좀 줄였시유” “그나마 다행이네유. 한 놈 당 3백만원 씩 총 6백 만으로 합의 봤어요. 그래도 당장 6백만 원 생돈을 날리게 됐으니 내 속이 터지네. 그런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것은 그 두 집 여편네들 이더라니까요” “아니 남자들만 온 게 아니라 애들 엄마들도 왔어유” “두 집 부부가 쌍쌍으로 왔더라니까유. 우리 가게 옆에 호프집에서 불러서 우리도 둘이가 갔네. 어머 그런데 이 여편네들 하는 말이 가관이더라구요. 자기들 속이 타서 맥주 한잔 하겠다고 하더니 글쎄 병맥주 다섯 병을 삼십분 만에 해치우더라니까. 신랑들은 한잔 따라놓고 우리 남편과 합의를 보는데 지들은 술만 마셔대는거요.” “참말로 웃기는 여자들이구먼. 그러니 그 자식들이 그 모양 아니겄어유. 그 애미에 그 아들이구먼” “그렇더라니까요. 그러면서 뭐라는 줄 알아요. 3백만원씩 받아야 애들 약값도 안될거래요. 아니 귀뺨 한 대씩 맞았는데....., 참 어디 피라도 나오고 다리라도 부러졌으면 집 팔아먹을 뻔했다니까요. 합의야 끝났지만 어찌됐든 속 상혀서 나는 잠이 않오더라구요.” “아이구 그 정도로 끝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혀유. 이미 엎지러진 물이니 액땜했다고 하고 잊어버려유. 생각하면 몸만 상혀. 우리 신랑이 손댔으면 아마 엄청난 일 났을 거유. 한번 성질나면 물불을 않가리니까. 나이 들었어도 힘은 얼마나 센지 몰라유.” “여하튼 참 무서운 세상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니까요. 아이구 자기네 남편은 절대 어디 가서 젊은애들 잘못한다고 버릇 고치려고 하지 말라고 해요. 그러다 우리 짝 난다니까.” “그려유. 이제 긴장 풀고 장사나 신경써유 . 담주에 읍네 나가면 그때 봐유” 수퍼댁 전화를 끊고 나서 창고에서 정리하는 남편을 도와주려고 갔다. 그러자 남편이 하는 말에 민자씨는 깜짝 놀랐다. “내가 무슨 힘이 세다구 그려. 환갑 노인네한테” “워매. 그 소리는 어떻게 들었대유. 참 귀는 밝어유 . 사실 당신이 힘은 좋지유 뭐. 거시기 수퍼댁 신랑은 날마다 코만 골아대며 잠만 잔다는데. 당신은 나를 좀 귀찮게해서 그렇지유” “어 허, 그건 또 뭔소리여. 아 멀쩡한 남자가 그럼 마누라하고 자는데 날마다 그냥 자나. 다른 집 여자들은 신랑이 젊었을 때처럼 힘 좀 좋아졌으면 하는 게 소원이라던데. 허 - 허” “아이구 주책맞게 이상한 소리 좀 그만 혀유. 내 소원은유 그런 거 아녀유” “아 소원이 뭔데 그려. 내가 마누라 소원도 못들어주면 안되지” “그거 당신 맘대로 안 되는 건데유” “아 뭔데 뜸을 들여” “내 소원은유 우리나라도 캐나다처럼 한참 자라나는 애들 우유값 나라에서 대주는거유. 그러면 우유소비는 저절로 될 거 아녀유. 초등학생 중학생 둘이면 한 달에 오십만 원돈은 나온다던데. 영어교육은 그만두고 그런 지원이나 좀해주면 안되나? “ 그러자 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마음도 그녀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필자연락처 : 019-609-9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