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예인 중이던 크레인선이 유조선과 충돌하여 원유 12,547㎘가 유출 된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가 벌어진지 어느새 두 달이 되었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태안의 기적’으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인간의 실수가 얼마나 커다란 재앙을 만들 수 있는지 모두가 반성해야할 듯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우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유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은 독자들이 필자인 저 보다 더욱 많이 알고 계실 것이기에 우유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한의학적 효능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에서는 은나라 때에 우유를 가리키는 갑골문자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우유를 먹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주로 만리장성 북쪽의 유목민들이 우유를 이용하였고 남쪽 즉, 본토에서는 우유를 약으로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중국에서의 우유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본격화되었다고 여겨지는데, 불교는 계율로 육식은 금하고 있으나 우유는 장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4세기 무렵이고 이때 불경과 함께 의서도 들어왔으리라 추정되는데 이들 의서를 통하여 우리 민족은 우유 및 유제품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추측일 뿐 우리 민족이 우유 또는 발효유를 어떻게 제조했고, 이용했는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민족이 유산균을 이용한 식품을 이용한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식품으로 김치를 들 수 있습니다. 김치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재료와 기호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를 보여 왔는데, 오늘날에는 무려 200여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고대 건국설화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구려의 주몽은 말의 젖을 먹었고, 후백제의 시조 견훤은 범의 젖을 먹었다고 되어있습니다. 삼국시대에 우유를 음용하였다는 기록은 일본의 자료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7세기 중엽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사람 지총의 아들 복상(善那라고 함)이 효덕천황(645∼654) 때 우유를 짜서 천황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처음 우유를 마신 천황은 복상에게 야마도구수리노오미(和藥便主)란 성을 내리고 그의 자손은 대대로 우유를 공납하는 업을 하도록 하였다고 9세기에 편찬된 일본의 ‘신찬성씨록’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후 복상은 일본의 유조(乳祖)가 되었고, 이로 미루어 보아 복상 이전에 우리 민족은 이미 우유를 음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 때는 유우소(乳牛所)란 관청을 두어 소젖 짜는 일을 맡게 했다고 합니다. ‘고려사’ 열전에 의하면 고려 명종 때 연의대부 이순우의 상소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요즈음 팔관회의 행사에 의관에게 명하여 서울 변두리 농민들의 농우에서 젖을 짜고 이것을 달여 ‘수’를 만드니 어미소와 송아지가 함께 상하게 됩니다. 그 약이 급한 것도 아니면서 농우를 손상시키니 청컨대 이를 금하소서.”하였는데 왕이 옳게 여겨 그대로 하니 백성들이 기뻐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1385년에는 우왕이 사냥 가는 길에 유우소를 지나다가 소가 여위어 있는 것을 보고 우락(牛酪)을 바치지 말라고 명했다 합니다. 이순우가 말한 ‘수’, 우왕이 금지시킨 ‘락’은 중국의 농서인 『농정전서』를 보면 우유를 불어 조려 냉각한 뒤 유피를 걷어내어 ‘수’를 만들고 나머지를 발효, 응고시켜 ‘락’을 만든다 했는데 수는 서양의 크림, 락은 서양의 치즈와 비슷한 셈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우유는 귀족만이 먹을 수 있는 귀한 식품이었는데 서울 낙산(酪山)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목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세종 때에 고려 때부터 존속되어온 유우소에서 일하던 인원이 무려 200명이나 되자 그 폐해를 감안하여 유우소를 폐지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귀족들에 인기가 있는 식품인 우유를 먹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기에 성종, 중종, 숙종, 영종에 이르기까지 벼슬아치들의 우유 이용을 자제시켰으나, 그 효과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우유를 먹는 형태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중종 때부터 우유를 낙죽의 형태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낙죽이란 우유로 만든 죽인데 내국방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유죽은 우유 1승에 물 2홉을 부어 미지근한 불로 잠깐씩 서너번 끓인 다음 쌀을 쪄서 가루로 만든 심말을 조금씩 넣어 다시 끓여 소금물로 간을 맞추어 먹는 것입니다. 임금을 비롯한 귀족들이 우유를 식품으로 먹게 된 데에는 맛뿐 아니라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우유의 효능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우유는 ‘성은 약간 차며, 맛은 달고, 독이 없다 하였습니다. 그 효능으로 ’허하고 약한 곳을 보하며, 번갈증을 멈추게 한다’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르는 증세를 다스리고 피부를 매끄럽게 하며,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열독을 없앤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픈데 냉기가 있는 자는 먹지 말며, 생선과 같이 먹으면 속이 움직이는 뜬뜬한 것이 생기고, 신맛이 나는 음식과 같이 먹으면 속에 움직이지 않는 뜬뜬한 것이 생긴다.’ 하였습니다. 또 이창정이 지은 ‘수양총서유집(1620)’과 ‘임원십육지’에 의하면 우유는 노인의 기운을 돋우고 여러 병을 다스리는 데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향약집성방(1433)’, ‘산림경제(1715)’, ‘민천집설(1752)’, ‘증보산림경제(1766)’, ‘농정공요(1830)’, ‘군학회담(1800년경)’ 등에도 우유 및 유제품에 관해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