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짧은 가을을 뒤로하고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겨울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온 상승 추세와 라니냐의 영향으로 날씨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이상기상의 발생 가능성도 클 것이라 합니다. 겨울철 눈과 추위는 당연하겠지만 엄청난 대설과 한파로 인한 큰 피해 없이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 한의원을 찾는 주부님들의 발걸음이 늘어납니다. 예전처럼 많은 양의 김장을 준비하는 일이 드물지만 겨울을 맞이하는 통과의례처럼 치루는 김장에 적지 않은 주부님이 허리병을 앓게 되곤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요통 즉 허리통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통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이 진화하여 두발로 서서 활동하기 때문에 생겨난 숙명적 질환으로 남녀노소 구별없이 전 인구의 약 80%이상이 앓은 경험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질환입니다. 요통은 단순히 삐끗하여 다친 염좌(근육이나 인대의 손상)에서부터 요추추간판 탈출증(디스크), 골다공증에 의한 압박골절, 척추분리증, 전방전위증, 퇴행성 관절염, 척추관 협착증, 내장기 통증으로 인한 요통, 생리통이나 자궁후굴에 의한 요통, 신장 등 내장기 이상에 의한 요통 등 아주 다양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통을 양방에서는 환자의 척추를 안정시키고 물리치료, 침구치료 및 약물치료를 통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보존요법과 통증을 유발시키는 요소를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제거하는 수술요법 등으로 치료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요통을 원인에 따라 분류하여, 외인(外因:외부환경인자)에 의한 풍습형(風濕型), 한습형(寒濕型), 습열형(濕熱型)과 내인(內因:신체 내적인 인자)에 의한 신음허형(腎陰虛型), 그리고 불내외인(不內外因:그 외의 인자)에 의한 어혈형(瘀血型)으로 구분합니다. 외인에 의한 요통은 냉습한 땅에 오래 앉아 있거나, 또는 비를 맞고 오래 걷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인하여 땀이 난 후에 풍한습사(風寒濕邪)가 침범하면 경락(經絡)이 막히게 되고 기혈의 운행이 순조롭지 못하여 요통을 유발하게 되는 것으로 대개 한습, 습열로 인한 요통이 많고 풍열로 인한 요통은 많지 않습니다. 내인에 의한 요통은 선천적으로 체질이 약하거나 오랜 병으로 몸이 허약하여 노쇠하거나 과도한 성생활로 인하여 신정(腎精)이 부족하여 경맥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여 발생합니다. 불내외인에 의한 요통은 지나친 운동이나 무거운 짐을 들 때, 그리고 외상으로 근육·척추·경맥(經脈)이 손상되어 기체혈어(氣滯血瘀) 경맥저색불통(經脈阻塞不通)하여 요통을 유발하게 됩니다. 한방에서의 요통치료는 그 원인과 증상 및 환자의 체질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활용됩니다. 풍습형요통(風濕型腰痛)은 허리와 등이 무겁고 아프며 하지까지 땡기는 증세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날이 흐리면 통증이 심해지고, 따뜻하게 해주거나 활동 후에는 통증이 감소하는 특징이 있으며 오약순기산(烏藥順氣散),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 등을 써 치료합니다. 한습형요통(寒濕型腰痛)은 허리가 차고 아프면서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고, 날이 흐리거나 추우면 통증이 심해지고 반듯하게 누워도 통증이 감소되지 않으며 심해지기도 합니다. 이때는 삼습탕(渗濕湯)이나 영계출감탕(笭桂朮甘湯) 등을 씁니다. 습열형요통(濕熱型腰痛)은 통증 부위에 열감이 있으며 무겁게 느껴지고 마치 물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드는데 활동을 하면 통증이 감소하기도 하고 습기가 많으면 통증이 심해집니다. 이때에는 칠미창백산(七味蒼栢散) 등을 써 치료합니다. 혈어형요통(血瘀型腰痛)은 칼로 자르는 듯, 혹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고 손을 대지도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픈 것이 특징으로 낮에는 통증이 가벼워지지만 밤에는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당귀수산(當歸鬚散), 여신탕(如神湯) 등을 적용합니다. 신허형요통(腎虛型腰痛)은 허리가 힘이 없이 은근히 아프면서 반복해서 아프곤 하며 노동을 하면 심해지고 침상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경감되며 통증 부위에 안마를 하면 통증이 가벼워지며 추위를 잘 타고 손발이 시려운 경우나 혹은 입이 마르고 손발바닥에 열이 많이 나는 등의 증세가 있을 수 있는데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 등을 써 치료합니다. 또한 이러한 약물치료와 함께 통증이 나타나는 허리부위 및 허리와 연관된 경락상의 혈(穴)자리에 침이나 쑥뜸을 놓아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침구(鍼灸)치료와 부항(附缸)요법과 추나(推拿)요법 등을 적용하여 치료합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새로운 치료술이 많이 개발되어 전침(電針)요법, 약침(藥針)요법, 이침(耳鍼)요법 등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9월 25일 침술(鍼術)이 서구식 치료법보다 요통(腰痛)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독일 로젠부르그 대학의 미하엘 하케(Haake) 박사 연구팀은 허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평균 8년 이상 요통을 앓아온 환자 1162명(18~86세)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최근 의학저널인 아카이브스 오브 인터널 메디슨(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했다고 합니다. 하케 박사는 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그룹1)에겐 정확한 위치에 5~40㎜ 깊이로 침을 놓았고, 두 번째 그룹(그룹2)의 환자에겐 임의로 침을 놓거나 찌르는 깊이를 얕게(약 1~3㎜)해 시술하고 마지막 그룹(그룹3)엔 약물치료와 진통제 및 물리요법 등 기존의 치료법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허리 통증이 33% 이상 감소하거나 일상적인 활동 능력이 12% 이상 진전됐을 경우만 시술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했다는데 실험 결과 침을 맞은 환자가 서구식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치료 확률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그룹1의 경우 거의 절반(47.6%)에 가까운 수가 시술에 성공했고 그룹2는 44.2%가, 그룹3은 27.4%가 치료에 진전을 보여 연구팀은 “침술의 효능을 연구한 가장 폭넓고 엄격한 연구”라며 “만성적으로 요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침술은 장래가 밝고 효과적이면서, 역효과가 거의 없는 치료법이다”고 말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