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와 죄수의 딜레마 임 정 욱 개인재무상담전문법인IFPK(주) <연락처 : 010-7312-6445> 2000포인트를 찍으며 대한민국 주식역사의 중요한 한 획을 그은 지 얼마 안되서 한국 주식은 또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요즘, 오랜만에 주식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릴 적에 친구들과 함께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내었던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그 수많은 가위바위보의 상황에서 가끔 이런 식으로 교란작전을 펴는 친구가 있곤 했다. “내가 가위를 낼 테니까 넌 주먹을 내...이번에는 내가 너한테 져줄께...”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짧은 몇 초간에 수많은 경우의 수를 그려보며 고민을 하다 결정을 내리고 무언가를 냈던 경험들이 독자 여러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즉 경쟁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조직이 동시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떻게 자신의 선택이 상대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상대방의 전략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수학적으로 연구한 것이 “내쉬의 균형이론”이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많이 듣는 “죄수의 딜레마” 이야기이다. [참고로 내쉬는 러셀 크로우와 제니퍼 코넬리가 주연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 의 실제 주인공 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정신적으로 질환을 앓았던 주인공, 천재교수 존 내쉬(John Nash)를 기억할 것이다.] 혹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깐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요약해 드리면, 공범자 두 사람이 분리되어 심문을 받는 상황일 때 만일 한 사람만 자백한다면 자백을 한 사람은 면죄부를 받지만 자백을 하지 않은 나머지 한 사람은 혹독한 가중처벌을 받는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자백하면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똑같이 받겠지만 만일 두 사람 모두 자백하지 않으면 증거가 없어 두 사람 모두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두 사람 모두 자신은 침묵하는데 상대방이 자백하면 엄한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자백을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만 약속을 지킨다면, 즉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증거 없음으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음을 알지만 나만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서로 자백을 해 처벌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을 “죄수의 딜레마” 라고 한다. 지금 우리 모두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단기적인 시장상황은 충분히 예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조금 더 지켜봐 주기를 바라지만 매일 100 포인트, 50 포인트 빠지는 시장을 바라보면서 ‘결국 나만 바보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우리 나라 시장은 아직 멀었어’ 하는 핀잔 섞인 이야기를 하며 시장을 떠나는 개인들이 하나, 둘 모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가는 빠질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가 이야기하는 것이 결국 두 사람은 수많은 고민 끝에 각자 자백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니까 말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늘 교훈을 얻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바를 배우게 된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여러 번 발생했다. 당시에는 나와 큰 상관관계가 없어 지나친 뉴스들 중에 90년대 말, 롱텀캐피탈메니지먼트(LTMC)의 파산이나 2002년 거대에너지기업 엔론(Enron)의 회계부정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금과 같은 충격들이 고스란히 시장에 전해졌고 가격은 폭락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항상 위대한 투자자들은 그때 주식을 사들였고 그때 사들인 싼 주식들이 그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줬다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참 재미있는 뉴스를 접했다. 워렌버핏의 버크셔 헤더웨이는 통상 6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이번 사태를 맞아 급하게 포트폴리오를 수정해 주식의 보유비중을 금융주 위주로 대폭 늘려잡았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기사는 우리 나라에서도 있었다. 우리 나라 대표적인 가치주펀드인 한국밸류운용과 신영투자운용은 모두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들의 주식편입비중을 대폭 늘렸다는 것이다. 가격이 떨어진 가치 기업들의 주식들을 대거 매집 하였다는 말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찾아내야 하는 가치 있는 기사이며 이러한 기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할 수 있겠다. 어릴 적 저의 어머니가 백화점이나 대공원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 가게 되면 미리 당부하시며 말씀하셨던 것이 혹시라도 길을 잃으면 엄마를 찾으려 여기저기 움직이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엄마가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아마도 실제 본인이 길을 잃었다면 어머니가 당부하신 것처럼 기다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의 절대적 보호막인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데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시장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자세와 시장을 이기려는 오만함을 버리고 지금의 stance를 유지하는 길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결국 지금의 불안한 모든 문제는 시간이 반드시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우리를 지탱하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