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질환 중 2006년 건강보험으로 입원치료가 가장 많았던 질환이 치질(치핵)이었다고 합니다. 입원환자의 수가 무려 21만4513명이라고 하니 참 많은 사람들이 치질로 고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치질(痔疾:hemorrhoids)은 항문 및 그 주위 조직에 생기는 병변의 총칭입니다. 치질은 크게 치핵, 치열, 치루, 치옹, 탈항 등으로 나뉩니다. 치질은 항문 안팎의 질환을 통칭하는 것으로 항문 폐쇄와 항문관 손상의 예방 역할을 하는 치핵 쿠션(cushion)이 비정상적으로 확장 또는 이완된 ‘치핵’, 괄약근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안쪽에 염증이 생겨 구멍이 생기면서 고름이 새는 ‘치루’가 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이 치핵이기 때문에 흔히 치핵을 치질이라고 부릅니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며 생긴병으로 프랑스 황제 루이 14세와 나폴레옹도 치루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있으고, 현대 전체 인구의 약 4%가 지고 있으며 중년층에서는 절반가량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입니다. 특히 운전 등 장기간 앉아 있는 근무환경에 있는 직장인에게서 발병율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500여년 전에 쓰여진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도 치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치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치질의 원인에 대해서는 양한방의 접근은 다르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 치질을 부른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습니다. 양방에서는 해부학적 이상, 복강내 종양, 임신과 함께 과도한 음주, 섬유질 섭취부족, 장기간 앉거나 서서하는 작업, 만성 변비나 잘못된 배변습관, 가족력 등을 꼽고 있으며 한방에서도 역시 술, 변비나 설사, 장시간 앉아서 하는 작업, 가족력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항문은 직장의 끝부분으로 여기에는 정맥총이라는 혈관의 다발이 몰려 있어 혈액순환이 장애되면 그 벽이 늘어나서 치질결절이 발생합니다. 치핵이란 항문의 점막아래 있는 핏줄이 울혈로 인하여 부어오르면서 늘어나 돌출한 것입니다. 이중 항문의 안쪽에 발생하면 내치핵(암치질)이라 하고, 밖으로 돌출한 것을 외치핵(숫치질)이라 하는데 인간은 직립동물이어서 누구나 정맥피의 무게에 의한 중력에 의하여 항문의 정맥이 팽창할 소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소음인(少陰人)처럼 체질적으로 내장의 기능이 약하여 항문 점막하 정맥이 늘어지면 쉽게 팽창해 치핵이 발생할 수 있고, 식생활이나 잘못된 배변습관, 생활습관으로 항문에 과도한 긴장이 오거나 복압이 올라가도 치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 남자가 여자보다 잘 걸리지만 여자도 임신중이나 출산직후에 혈관이 늘어나 주로 외치핵에 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치정맥의 흐름을 폐쇄시키는 간경화, 간문맥혈전, 점막염증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질이 생기면 증상이 없을 수도 있으나 대개는 출혈, 동통, 항문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없다가도 과음, 과로 등의 무리를 한다거나 피곤하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핵과 달리 치루(痔漏)는 항문점막의 미세한 점액분비샘에 균이 침범해 그 염증으로 농양이 생기는 것으로 항문주위로 고름이 나오게 되는 것인데 가만 놔두게 되면 항문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리기도 합니다. 서양의학사를 보게 되면 기원전 400년쯤 히포크라테스가 치질을 불로 태우는 치료를 처음 시도했다고 하는데 요즘 말로 소작술이라고 합니다. 200년 전부터 치질을 고무로 묶어 떼어내는 결찰술이 시작되어 현재의 결찰 절제술로 발전했습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법은 우선 내과적으로 아래로 쳐진 장기의 기능을 상승시키는 것을 목표로 보중익기(補中益氣)와 통증과 염증 등을 없애기 위한 활혈거어(活血祛瘀), 청열거습(淸熱濕) 등의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보중익기탕’, ‘진범창출탕’ 등의 처방이 활용되고 있으며 외치법(外治法)을 같이 활용하게 되는데 ‘세치지각탕’과 같은 처방을 달여 항문부위에 김을 쏘이고 다린 약제로 항문을 세척하거나 발독산(拔毒散)과 같은 고약류를 붙이기도 합니다. ‘좌훈요법’은 동의보감에서도 치질치료법으로 언급되어있습니다. 예로부터 냉대하증, 치질 등 하초질환이 있을 때 약쑥이나 포공영, 익모초 등의 약재를 끓이거나 태워서 증기나 연기, 열로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는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하복부 질병은 모두 냉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마땅히 훈법으로 치료하라’고 하여 ‘훈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동의보감의 치질 치료편에 소개된 ‘훈치법’에는 ‘5종의 치질과 치루를 치료하는 데는 약초를 질그릇에 넣고 태우면서 그 위에 앉아 연기를 쏘인다.’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치질의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속에서 대장항문에 관한 생활수칙을 잘 지켜 나가야 합니다.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 우선 변비를 막기위해 식생활을 개선해야 합니다. 하루 1ℓ이상의 물을 마시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류, 과일류와 잡곡, 우유 등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규칙적인 생활 및 올바른 배변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변의를 무리하게 억제하는 것은 변비의 한 원인이 되므로 규칙적인 생활속에서 배변에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변시 신문, 잡지류를 읽거나 10분이상 앉아 있으면 장내압이 상승하여 치질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므로 삼가야 합니다. 셋째, 온수로 좌욕하는 것을 생활화합니다. 매일 배변후 따뜻한 물 1ℓ가량에 소금과 백반을 각각 2큰술 정도 넣어 잘 녹인 후, 항문을 담그고 가볍게 맛사지를 하면 혈액순환을 돕고 상처부위를 살균 및 수축시켜 도움이 됩니다. 넷째, 항문을 청결히 합니다. 가능하면 배변 후 세척으로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섯째, 맵고 짠 것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금연·절주하며 특히 붓고 아픈 치질의 경우에는 흡연과 음주는 절대적으로 삼가야 합니다. 여섯째,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되는데 편안히 엎드린 자세에서 항문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항문부위의 순환을 촉진하고 괄약근을 튼튼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깅과 같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통하여 전신적인 체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