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선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살아가며 생사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그 고통이 아주 큰 질병들이 있습니다. 심각한 아토피성 피부염 등 여러 피부질환이 그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건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건선은 환부가 건조하여 인설(鱗屑)이 생기는 만성 피부질환입니다. 피부는 하루 수백 만개의 표피세포가 분열하면서 기저층에서부터 각질층까지 밀려 올라와 있다가 소멸하고 생성함으로써 신진 대사를 하는데 이것을 각화 현상이라 합니다. 이 표피 세포의 생존 기간은 보통 26~41일 정도인데, 어떤 병변이 생기면 이보다 더 빠를 수가 있고 각질층이 지나치게 생성, 소멸하여 특징적인 병변을 일으키는 질환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건선(乾癬) 질환으로 세포 교체기간이 정상인보다 3~4일이 빠릅니다. 대개 두피, 사지의 신측부(伸側部), 무릎, 팔꿈치 그리고 천골부, 조갑 등 외상을 받기 쉬운 부위에 잘 발생하는 피부질환으로 은백색의 인설로 덮혀 있고 경계가 뚜렷하며 크기가 다양한 홍반성 구진 및 판을 특징으로 하고 전신에 침범하기도 하고 병의 경과가 다양하여 예측하기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만성적이며 재발이 빈번합니다. 양의학에서는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내분비장애·신진대사장애, 특히 지방대사장애에 의한다는 설이 유력하며 정신적 스트레스, 피부에 의한 기계적·온열적·화학적 자극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1972년 Watson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에서 부모가 모두 건선인 경우 자식은 50%, 부모 중 한 사람이 건선인 경우 15%, 부모가 모두 건선이 아닌 경우는 7.5%가 건선이라는 보고가 있어 유전 관련성을 역학적인 고찰로서는 알 수 있지만 그 유전 양식은 아직 확실하지가 않다고 합니다. 양방의 치료방법은 동물성 지방을 제한하고 내복(內服)요법과 외용(外用)요법을 쓰는데, 외용요법으로는 부신피질호르몬연고를 바른 후 위쪽에 폴리에틸렌막을 씌우고 주위를 반창고로 밀폐하는 방법과, 콜타르연고를 바른 다음 잠시 후에 씻어내고 태양등(太陽燈)을 쬐는 방법 등이 있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건선을 선(癬)증으로 기록하여 왔으며 유형에 따라 오선(五癬), 육선(六癬), 팔선(八癬) 등으로 구분하였습니다. 한의학에서 건선의 원인은 크게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 오는 외인(外因)과 신체내의 문제로부터 오는 내인(內因)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외인(外因)은 바람(風), 습기(濕), 차가움(寒), 뜨거움(熱) 등 외기의 나쁜 기운, 즉 사기(邪氣)가 인체 내의 혈액에 침범하여 열독(熱毒)을 만들어 내어 그 독소가 피부에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내인(內因)은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 긴장, 심한 노동과 과로, 간장과 비장, 신장 기능의 허약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혈이 부족하게 되면 혈조(血操)현상이 나타나게 되어 피가 더워지고 독성이 생기는 혈열(血熱), 혈열독(血熱毒)이 생겨 그 열독(熱毒)이 피부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최근 건선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물리적·화학적 자극, 항생제, 여러 가지 중금속으로 인한 공해 및 독성 등이 주된 요인의 하나로 의심되어집니다. 한의학에서의 치료법은 그 원인과 체질, 증상에 따라 혈열을 제거하는 처방, 몸을 보하면서 혈을 보충시켜 원기를 돋워주는 처방, 어혈을 없애주는 처방, 활기를 시켜주는 처방 등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여 오장육부의 균형과 허실을 바로 잡아주는 것입니다. 피부에 적용되는 약물로는 고삼, 화피, 금은화, 형개, 방풍, 현삼, 황금, 우방자, 서각, 부평초, 연교, 승마, 창출, 백선피, 선태, 희첨 등이 있어 상황에 맞게 가미합니다. 건선의 치료 과정은 진행기, 정지기, 쇠퇴기로 구분합니다. 진행기는 발병이 급속히 나타나며 새로운 피진이 끊이지 않고 출현하며 신구 피진이 융합되며 피진 주변에는 염증성 홍훈(紅燻)이 있고 표면에 인설이 날마다 증가하고 두툼해지는 때인데 이때에는 혈열형으로 분류하여 소풍(消風)해표(解表), 청열양혈(淸熱凉血) 시키는 약물 또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시키는 약물을 적용합니다. 정지기는 치료경과가 비교적 호전되며 새로 나타나는 피진은 없고 원발진이 쇠퇴되며 일정한 정도의 정지 상태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때에는 어혈(瘀血)형, 혈허(血虛)형 등으로 분류하며 활혈화어(活血化瘀), 통락(通絡)산결(散結)시키거나 양혈(養血)화영(和營), 익기(益氣)거풍(祛風) 시키는 약물, 자음(滋陰)윤조(潤燥), 청열(淸熱)구풍(驅風) 시키는 약물 등을 적용합니다. 쇠퇴기는 계속적인 치료 후 병의 상태나 진행이 점차 경감되며 피진이 축소되고 엷게 변하고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며 인설도 감소, 소실되고 피부색도 광택이 나는데 이때에는 보혈양혈, 윤로생기 시키는 약물 등을 복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