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니들 그보다 더하게 키웠어. 야! 글｜박창수 그림｜성주삼 -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가 여기 저기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관내 A 고등학교 학생 100여명이 식중독으로 오늘 병원에 입원했으며 B여중에서도 1학년 학생 50여명이 점심을 먹고 2박3일 수련회를 갔다가 5시간만에 복통으로 되돌아와 시내 병원에 분산 입원했습니다. 이 두 학교 학생들의 급식자재를 납품한 P사의 돼지고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들어 양계 양돈 농가에서는 닭과 돼지들이 이유 없이 죽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도 청결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양계 양돈 농가의 경우 여름철에는 축사 청소와 전염병예방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청주에서 CTS 박민기자 였습니다. - 점심을 먹고 나서 수박을 잘라 남편에게 건네는데 마침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게 아닌가. 같은 축산농가로서 민자씨 듣고 보니 화가 났다. “얼려려. 저 기자양반 웃기지도 않어. 아니 돼지고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걸 키운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면 되나. 아니지. 그럼 그건 아니지. 중간에 식자재 유통을 맡은 업체들이 배송 시 보관온도를 못 맞춰서 고기가 상한 거겠지. 참, 별놈 다 봐” “그건 당신 말이 맞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축사청소를 운운하는 겨. 청소나 전염병 예방은 기본으로 하는 걸” 민자씨네 마동목장의 경우 이미 3년전부터 고압세척기를 구입하여 축사 청소 시 사용하고 있으며 예방접종, 분뇨청소, 방목장 및 우사 청소, 방역 같은 작업은 사전 계획을 세워 철저히 하고 있는 터였다. 이를테면 축산업 농가에서는 기본이나 다름없는 일. 게다가 민자씨네는 장마가 끝난 이틀 전 발 빠르게도 성실한 남편이 방역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방송은 은근히 이런 기본적인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처럼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입이 심심하던 민자씨는 한마디 더 거들었다. “저런 사람들 집에 가보면 돼지우리보다도 더 지저분할거여. 요즘 젊은 여편네들 그 좋은 살림살이 갖고 있으면서도 게으른 것들은 살림하는 꼴이 엉망이더라구유. 미친놈 느 마누라 설걷이나 잘하나 살펴봐라 이눔아” 그런데 마침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말에 아들내외가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그 때문에 전화가 온 것 아닌가 싶어 민자씨 기분을 180도 전환시켜 상냥하게 전화를 받았다. “예. 마동목장 인데유.” “네 안녕하세요. 사모님. 여기는 군청이거든요. 목장 맞지요” “그런데유.” “장마가 막 끝나서 축사 방역에 신경 써 달라구 전화드렸습니다. 여름철 각종 전염병이 장마후에 오거든요” “걱정 붙들어매유. 우리는유 엊그제 비 그친 다음 곧장 했시유” 전화를 퉁명스럽게 끊은 민자씨는 참 어이가 없었다. 직접 와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전화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이 그야말로 ‘ 말로만 일하는 행정’ 그 자체였다. 그간 30 여 년간 젖소를 키워왔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지 아니면 워낙 민자씨 부부의 위생 청결이 만점이어서인지 가축이든 사람이든 여름철에 이상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민자씨의 경우 하루라도 축사청소를 안하는 날에는 기분이 찜찜해 못참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아침에 집유차가 오면 으레껏 직원들이 축사를 볼 수밖에 없어 말이 축사지 안방만큼이나 신경 써서 청소를 해주곤 했다. 장마가 끝난 후여서인지 날씨는 연일 푹푹 찌는 날이 지속됐다. 주말이 되자 아들 내외가 손자 영민이를 데리고 내려왔다. 민자씨 부부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손자녀석 보는 재미였다. 벌써 네 살이 되어 이제는 못하는 말이 없는데다 피붙이라서 그런지 아이는 유난히 할머니인 그녀를 좋아했다. 마침 중복이어서 키우던 토종닭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내려오라고 호출을 한 것이다. “우리 영민이 할머니 집에 와서 좋아” “응. 엄청 많이 좋아” “그려 그려. 할머니가 저 꼬꼬닭 잡아서 맛있는 고기 많이 줄게” “할머니 그럼 치킨 만드는 거야” “아녀. 치킨은 기름에 튀기는 거구 . 할머니가 맛있게 만드는 것은 인삼 대추 찹쌀 그런거 많이 넣고 푹 삶아서 만드는 거여. 얼매나 맛있다구 . 영민이 많이 먹구 가라” “알았어. 난 할머니가 제일 좋아” “그려 그려 아이구 내 새끼” 손자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온갖 것 다 참견을 해도 민자씨는 즐겁기만 했다. 저녁에도 영민이는 자기 엄마하고 자지 않고 할머니 옆에서 자겠다며 일찌감치 이불을 돌돌 말아 그녀 옆에서 뒹굴었다. 두어달에 한 번씩 이렇게 손자가 왔다 가면 민자씨 또 어떻게 두 달을 기다릴까 할 정도로 너무 행복해서 늘 아쉽기만 했다. 이튿날 아침부터 민자씨네 집이 발칵 뒤집혔다. 저녁에도 멀쩡했던 손자가 몸에 열이 나고 배와 팔 주변에 빨간 점들이 피어올랐다. 민자씨 겁을 잔뜩 먹고 며느리에게 말하자 며느리도 놀란듯 방으로 들어와 아이를 살피더니 아무래도 아침 먹고 바로 올라가야 되겠다면 서둘렀다. 벌레에 물린 것 같지는 않은데 갑자기 아이 상태가 이러니 병원에 가는 것이 빠른 길. 헌데 사고는 아들이 터트렸다. 갑자기 달라져버린 애를 보더니 아들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아니 벌레에 물렸나. 장마 지나고 나서 그런지 모기가 많던데. 아니면 물을 갈아 먹어 그런가” 민자씨는 아들의 말에 화가 났다. “아이구 난리도 아니다. 무슨 벌레가 애를 물었다구 그래. 한 두군데도 아니구 저렇게 많이 물었는데 왜 나는 멀쩡하냐. 그리구 영민이가 여기 한두번 내려왔냐. 애꿎은 물타령을 해” 그러자 아들은 오히려 민자씨에게 큰소리를 쳤다. “아 엄마는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애 상태가 심각하니까 그냥 해본 말인데 .” 첫아이여서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는 아들은 걱정만 앞섰던 것이다. 제 자식 중한 줄만 알고 부모한테 말대답 하는 아들이 여간 미운 게 아니었다. 아무리 장가를 갔다고 해도 민자씨로서는 자식에게 할 말을 해야 하는 성격 아닌가. “니 자식 그렇게 걱정되지. 나도 니들 그 보다 더하게 키웠어 야. 어디 꼬박꼬박 말대꾸여. 참 기가 막혀” 지켜보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아 이 사람은 아픈 어린애 앞에서 뭔 말을 하는 겨. 야 영민 애미야 짐 챙겨서 빨리 서울로 올라가라. 병원엘 가봐야지” 아들내외와 손자는 밥도 먹지 않고 올라갔다. 아들에게 큰소리를 친데다 손자가 아프니 민자씨로서는 올려 보내 놓고서 오히려 마음이 심란하고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았다. 아들 말대로 혹시 벌레가 물어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전화가 올때만 가슴조이며 기다리는데 점심때가 지나고 저녁이 되어도 전화가 오질 않는거였다. 민자씨 목이 타오르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고 저녁 상을 차리고 있을때였다. 전화가 걸려왔다. 며느리였다. “우리 영민이 괜찮냐” “어머니 많이 걱정하셨죠. 전화를 빨리 드렸어야 했는데 애가 보채는 바람에. 어머니 영민이 수두 하는 거래요. 엊그제 유치원 갔다왔을때 부터 좀 이상하더라구요. 배 있는 데는 두세 군데 점이 생겼었거든요. 그나저나 어머님 애 아빠가 생각없이 한 말은 용서해주세요. 어머님 잘 아시잖아요. 영민 애비 겁이 많아서 그런 거요” “애만 괜찮으면 됐지 뭘. 고생했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아버님께도 잘 말씀드려주시구요.” “그려. 애구 수두면 한 며칠은 열이 많이 날텐데 쯔 - 쯔”. 민자씨 아들에 대한 서운했던 마음은 어디론가가고 없고 손자가 열나고 가려워서 잠 못잘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게 아파왔다. <필자연락처 : 019-609-9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