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한 정 헌 늘푸른 한의원 원장 포근해지는 날씨만큼 독자분들의 마음에도 따스한 봄바람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건망증’에 대해 다룬 지난 2월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치매(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컴퓨터, 휴대전화, PDA 등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연령층에서 기본적인 전화번호나 계산법을 잊어버리는 증상을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 연령대 대부분이 전자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복잡한 숫자 등을 굳이 외울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정보기억을 디지털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습관은 단기기억 능력퇴화로 이어져 생활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아주 가까운 사람의 연락처가 떠오르지 않아 고생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일반적인 ‘치매’와 다르며 ‘치매’의 초기 증상도 아닙니다. 치(痴)자는 알지(知)자에 병들어 누울 녁(疫)자가 붙어있는 것으로 지성, 지능이 병들었다는 뜻이며, 매()자는 사람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의학용어로는 ‘Dementia’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디멘스(demens)에서 나온 말로 디(de)의 ‘제거한다’, 멘스의 ‘정신’, 티아의 ‘병’이라는 뜻이 결합된 용어로서 문자 그대로 정신이 제거된 질병을 말하는 것입니다. ‘치매’란 즉 기억력, 의식의 불분명, 공간, 시간, 위치에 대한 지남력 혼란, 사고력, 계산력, 판단력, 상식 등을 인지하는 고위 대뇌기능의 장애를 나타내는 일종의 만성 진행성 정신 퇴행질환입니다. 따라서 일시적인 ‘건망증’과는 달리 이전에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유지해 오던 사람이 후천적인 뇌 질환으로 인해 점진적인 기억력 장애 및 다른 지적 능력의 상실로 더 이상 통상적인 사회생활, 직업적 업무수행 또는 대인관계 등을 적절히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치매’에 걸렸다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치매’는 일상적인 생활의 장애를 유발하므로 발병한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 구성원의 고통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치매’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여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에서부터 완치가 가능한 ‘치매’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치매’의 원인에는 우울증, 약물중독, 갑상선질환, 비타민 결핍증, 뇌염, 두부외상 등이 있으며 현재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원인에는 알츠하이머병 등을 포함한 만성 뇌질환을 비롯하여, 중풍에 의한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있습니다. 흔히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알쯔하이머형 치매가 전체의 약 30~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50~80％ 정도는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되어 있으므로 치매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질환인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불치로 알려진 알쯔하이머형의 경우도 치료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의 호전이나 악화방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치매’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이 감소되는 것과 하고 싶은 말을 즉시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후 방향감각 소실, 계산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등을 보이는데, 이것을 치매의 5대 증상이라고 하며, 이 중 3개 이상이 있을 때 치매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증상은 초기에는 흔히 전문가, 가족, 친척, 친구 등 주위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라고 말하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단계이므로 다음의 증상들을 보이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음식준비를 하고 나서 불끄는 것을 잊어버리는 등 최근의 사건들에 대해서 건망증을 보입니다. 익숙하던 길인데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종종 공격적인 언행을 취합니다. 중기에 접어들면 병이 점차 심해지면서 문제의 증상들이 눈에 띄게 나타나며 심한 환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금방 일어났던 일이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의존적인 경향이 상당히 심해집니다. 말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 집니다. 이곳 저곳을 배회하고 다니며,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망상, 환각을 경험하고 언행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말기에는 완전히 의존상태가 되며, 거의 모든 기억과 지적능력이 상실되고 병의 증상이 신체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형제, 친척, 친구, 자신이 아끼던 물건조차 알아보지 못합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이해나 분석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거나 침대에 누운 채 생활하게 됩니다. 치매의 치료을 위해 많은 약물이 치료제로서 시도되었으나, 아직까지 효과가 뚜렷이 입증된 약물은 없습니다. 다만 치매에서 나타나는 인지 장애 증상이 주로 대뇌 기저부의 콜린성 신경의 손상때문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콜린성 약물들이 개발되었고, 일부에서는 다소간의 효과가 입증되기도 하였다고합니다. 한의학 원서인 황제내경의 ‘소문·영란비전론편’에서 심(心)은 한 나라의 군주의 직책으로써 정신작용이 발현된다고 하였으며 ‘영추·경맥론, 해론, 소문·맥요정미론편‘ 등에서는 사람이 생겨남에 먼저 정신(精:사람의 생명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기본단위로써 신장이 주관함)이 이루어지고 정이 쌓여서 뇌수(腦髓)가 생성된다고 하였으며 뇌는 골수가 모이는 곳이며 정명지부로써 정신작용이 직책을 맡는다고 하여 사람의 정신작용은 오장육부 중 특히 심(心)과 신(腎)의 성쇠와 관계가 많다고 인식하여 왔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치매‘의 원인을 심(心)과 신(腎)의 성쇠를 중심으로 노화에 의한 신체허약과 장부기능의 실조, 정서불화(억울, 사려, 의혹, 분노, 경공, 불수), 어혈(이상대사 혈액)과 담음(이상체액대사산물)에 의한 심(心)기능의 장애(痰迷心窺), 신(腎)과 관련된 뇌 위축 즉 뇌의 퇴행성 변화를 의미하는 뇌수부족(腦髓不足) 등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이에 한의학에서의 ‘치매’의 치료는 우선 개울촉담, 건비화담, 청심척담, 사회거담, 담어등치 등의 개울화염법(開鬱化염法)으로 조치한 후 조보비신정기법(調補脾腎精氣法)으로 긴비익기함으로써 후천의 본을 튼튼히 하고 보신진정함으로써 품부부족과 신허증을 보강하여 선천의 본을 튼튼히 하고 뇌수를 자양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치료약물로는 먼저 품부부족에는 자음시키는 약물에 익기건비 시키는 약물, 화담개규시키는 약물로 구성되어 있는 칠복음(七福飮)과 육미환에 청심개규시키는 약물을 가미하여 응용합니다. 비허담음으로 야기된 경우에는 건비화담하는 약물과 개규거담하는 약물과 안신시키는 약물로 구성된 세심탕(洗心湯)에 증상에 따라 약물을 가감하여 응용하며 증상에 따라 재신지현탕, 익현향심탕, 선소단, 통보활혈탕을 응용합니다. 또한 약물치료 이외의 침구치료는 담병(痰病)에 사용하는 풍륭, 제 7경추와 제 1흉추극상돌기 사이에 위치해 모든 양경(陽經)이 모이는 대추(大椎), 의식을 각성시키는 대표혈인 백회(百會), 그리고 신문(神門), 풍지(風池), 뇌호(腦戶), 심수(心兪), 간수(肝兪), 신수(腎兪), 족삼리(足三里), 삼음교(三陰交), 내관(內關) 등의 혈자리를 취하여 자침하고 생강을 얇게 잘라서 가운데 구멍을 낸 다음 그 위에 쑥을 놓고 대추혈에 맞추어 시술하는 구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