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풍 지난 4월 식목일 하루를 휩쓴 양양의 산불은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사까지 삼켜버렸습니다. 서기 671년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진 낙산사의 동종은 조선 예종 원년(1469)에 왕이 그의 아버지인 세조(수양대군)를 위해 제작해 낙산사에 보시한 것으로 1968년 12월 19일 보물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매년 반복되던 식목일의 산불이 소중히 간직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보물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려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산불로 폐허가 된 낙산사 경내에선 숯검댕을 뚫고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난 여러 꽃들이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며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의 자연은 꺽으려해도 꺽이지 않는 활기와 생명력으로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계절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겠지만 2세의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들은 아이의 출산이 언제가 적당할지 고민하고 계획하게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이나 가을에 출산을 맞추려 하기도합니다. 생활의 편리함으로 산후조리의 어려움도 예전에 비하여 많이 줄었음이 분명합니다. 냉난방이 수월치 않던 예전은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 자체만으로 출산과 보육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출산 후 산모를 괴롭히는 어려움 중 산후풍이 있습니다. 산후라 함은 산욕기를 말하는데 산욕기간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분만 후 6~8주간에 해당하며 이 시기는 10개월의 임신기간동안 태아를 키워온 모체가 임신전의 상태로 회복되고 10여 시간이나 되는 분만을 겪으면서 쌓인 피로를 씻어 내고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중요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모체의 회복이 불완전하고 기혈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 때 발생하는 질병을 한의학에서는 ‘産後病(산후병)’이라고 하여 산욕부의 전신적 생리상황을 고려하여 일정한 기간의 산후조리와 섭생상의 주의를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産後風(산후풍)’은 분만 후 조리하는 기간(산욕기)중 팔다리가 쑤신다든지 몸이 결리거나 모든 관절이 나른하고 뻐근한 통증을 말하는 것으로 ‘산후신통’, ‘산후관절통’, ‘산후통풍’이라고도 합니다. 산후풍은 하나의 질환이기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관절의 통증 외에 두중감, 피로감, 노곤함, 권태감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로 출산 후 정신적, 신체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병하는데 출산시 약해진 관절과 흩어진 혈맥을 통해 경락과 피부근육지간에 악혈이나 풍한사가 침입하여 이것이 장시간 해소되어지지 않아 전신의 관절에 동통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산후풍의 원인을 혈체, 혈허, 혈풍으로 구분하여 원인에 맞게 치료법을 선택합니다. 혈체신통은 산후에 어혈이 제거되지 않고 경락에 머물러 그대로 막히면서 오게 되는 것으로 산후오로(惡露)의 색깔이 자흑색이고 양이 적으며 아픈 곳을 누르면 통증이 심하거나 맥이 거칠면서 느리고 전신이 쑤시고 아픈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한 얼굴과 입술도 어혈색인 자흑을 띄기도 합니다. 치료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면서 어혈을 제거해 주는 것으로 사물탕에 포황, 홍화, 도인, 택란을 가하여 활혈산어합니다. 혈허신통은 산후에 출혈이 과하여 피부와 혈맥이 치밀하지 못하고 느슨해져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통 아픈 곳을 누르게 되면 통증이 감소되고 시원한 느낌을 받습니다. 치료는 부족해진 기와 혈을 보해 주면서 전신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것으로 사물탕에 건강, 인삼, 백출 등을 가하거나 팔진탕을 사용합니다. 혈풍신통은 산후에 기와 혈이 모두 허한 상태에서 풍한사기를 받게 되어 전신의 근맥이 경련을 일으키고 수축하여 무력해지며 통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전신관절 및 머리가 아프고 오한이 있으며 맥은 긴장감이 있고 심해지면 경련이 생기면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치료는 풍의 나쁜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아울러 혈을 보해주는 것으로 오적산, 월통산, 혈풍환 등을 적용합니다. 옛날에는 출산 후 금줄을 쳐서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산모에게는 바람을 피하고 찬물에 손발을 넣거나 냉수를 멀리하도록 하였는데 모두 산후풍과 여러 감염증을 예방하여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현명한 조치였던 것입니다. ■ 예방 관리 1. 유산후에도 15일 이상 산후조리를 통하여 정신적, 육체적 휴식과 안정을 취한다. 2. 산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산모의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통해 빠른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 산후조리 ① 적정 온도 : 21~23도, 적정 습도 : 50% ② 찬 바람을 쐬지 말아야 한다. ③ 푹신한 침대보다는 따뜻한 온돌이 좋다. ④ 얇은 옷을 여러겹 입어 적절하게 땀을 내는 것이 중요(비만방지와 피부의 탄력을 위해) - 출산 후 4~5일부터는 따뜻한 물로 5~10분 정도 간단하게 샤워와 머리를 감는다. - 산후 무분별한 영양식 보양식 보다는 본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자궁수축과 전신의 회복을 위한 조리약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 어느 정도 오로가 배출 된 산후 2주부터는 모유수유를 위하여 곰국이나 감자국 등 단백질 성분이 많은 걸죽한 국물을 먹는다. ■ 산후조리에 대한 오해 1. 산후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많이 빼는 것이 좋다? 출산 후 생리적으로 몸에 정체되어 있는 수분과 노폐물의 배출을 위해 적절히 땀을 흘리는 것은 수분대사를 돕고 몸을 회복시켜주는데 좋다. 그러나 땀을 흘린 후 찬바람을 쐬게 되면 산후풍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하여야하며,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산후의 부족한 기혈이 더욱 허약해질 수 있으므로 쾌적한 온도와 습도 유지를 통해 땀의 배출량을 조절하여야한다. 2. 산후 조리약으로 호박이 좋다? 산후에는 생리적으로 수분배출을 위해 사구체여과율이 증가되어 요배출양이 증가한다. 호박은 이뇨작용을 통해 부종을 빼주는 작용을 하는 음식이나 보(補)하는 작용이 아니라 사(瀉)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산후에 바로 호박을 먹으면 오히려 신장기능이 허약해질 수 있으므로 산후 1개월이 지났으나 부종이 남아있는 경우에 호박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연락처 : ☎ (02)2247-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