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탐방/ 강원철원의 헵시바 목장을 찾아서 낙농육우에서는 하얀 설원을 달려 강원도 철원에 있는 헵시바목장을 찾았다. 여느 낙농가들처럼 시작이 미약했던 이학문 목장주도 처음엔 송아지 3마리부터였다. “시작할 때도 꿈만큼은 작지 않았습니다. 19살 때 송아지 3마리를 사서 시작했는데 만삭될 즈음에 군입대 영장이 나와 그때 잠시 낙농에 대한 꿈을 접었습니다. 제대하고 나니 젖소파동이니 뭐니 해서 다 정리하고 10년간은 버섯재배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언젠가는 다시 낙농을 하겠노라 하고 벼르고 또 벼뤄왔었죠”. 재도약 그토록 고대하던 낙농을 다시 시작하던 이학문 목장주, 재기의 시작은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너무도 성급했던 나머지, 구입한 만삭우들이 종자는 어떤지, 어떠한 목장환경에서 자랐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죠. 중소농가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만삭우를 선호하기 마련이겠지만, 가능한 한 송아지를 구입하여 제대로 기르는 게 낫습니다.” 사육환경을 유달리 중요히 여기게 된 이학문 목장주의 깨달음이다. 일단 개량을 시작한 이학문 목장주, 5년이 지나서야 개량에 대해 감을 잡아나가기 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철원지역이 개량사업을 늦게 시작하다보니 아직 다른 지역에는 비할 바가 못되죠. 그래도 품평회가 열리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다 다녀보면서 나름대로 준비도 해보았는데, 내년에는 품평회에 우리 소들도 내보내볼까 합니다.” 서울우유철원검정회 총무도 겸해오면서 나름대로 개량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이학문 목장주의 말에 강한 열의가 전해진다. 육성우 송아지 관리부터 착실하게 “대부분 착유우에 신경을 쓰게 마련일텐데, 저의 경우는 육성우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육성우 관리를 강조하는 이학문 목장주의 생각은 계속 이어진다. “큰 체형을 선호하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위의 용적을 늘려 건물섭취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사양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배합사료 위주로 육성된 소들은 융모가 덜 발달 되어 초산 이후 도태되기 십상이죠. 전위나 케토시스를 방지하려면 육성우 시기에 거친사료 위주의 급여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구체적인 급여방법에 대해서도 그는 덧붙여 말한다. “어린송아지에게는 단백질 함량이 20% 이상 되도록 하여야 하는데, 우리목장의 경우는 알팔파 베일(프리미엄)을 자유급식 하고 3개월 이후의 중송아지에는 양질의 건초를 자유급식 시키는 한편, 농후사료는 2kg/일로 제한합니다. ” 육성우 시기에서의 유의사항에 대해 그의 생각은 끝이 없다. “좀 힘들겠지만 반드시 최소 2개월은 모유를 먹여야 합니다. 물론 유방염우유나 질이 떨어진 우유는 안됩니다. 가능하다면 오히려 신선한 모유를 먹여야 하죠. 젖을 뗀 시기가 되면 송아지들이 주변의 우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주위 위생에 더욱 신경써야 합니다. 이것도 송아지 설사의 요인이거든요” 유방염 관리에 대해서도 그 치료시기가 중요하다며 덧붙인다. “체세포 수치가 높은 개체들은 대게 임신말기에 두드러지는데, 이 시기에 유방염치료제, 근육주사를 접종합니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조기에 건유를 시키지만, 건유 시키기 전이야말로 유방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최선을 다해 유방염을 잡아야 합니다.” 기록은 낙농경영의 기본 헵시바목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기록이다. 창고에는 색바랜 노트가 잘 보관되고 있었는데 요즘의 모든 기록은 착유실 내 월력에 일단 기재한 후, 1~2주 내로 PC에 저장되고 있다. “기록이란 아직 많은 낙농가들에게 필요한 기본습관일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10년 이상을 노트에 차곡차곡 기록, 보유하면서 축적한 자신만의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훗날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학문 목장주가 뿌듯하게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모두와 나누는 낙농을 바라며 헵시바. “나의 기쁨이 그대에게 있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을 아는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어 누리자는 의미가 담긴 히브리어이다. 그 목장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학문 목장주와 그의 가정은 모두 크리스쳔이다. 바쁜 하루일정에도 쉽지않을텐데, 수시로 있는 교회모임도 소흘히 하지 않는다. 신우회 활동을 통한 지역민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유지한 덕에 시내 한가운데 위치 한 그의 목장을 두고 냄새가 난다며 불만을 표한 사람 하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학문 목장주도 거스르기 어려운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목장을 이전하려고 합니다. 이곳도 곧 본격적인 도시화가 이뤄질텐데... 타의에 의해 옮겨나기 전에, 차라리 내발로 나가는게 낫겠다 싶어서요. 옮겨지면 운동장도 더 크게 잡고 그동안 미뤄온 착유실 시설도 새로 놓을 겁니다. ” 오히려 나은 환경 속에서 낙농을 하게 된다는 이학문 목장주의 말이 밝게만 느껴지지 못하는 것은 도시화 영향권에 포함된 모든 낙농가들이 이전할 부지를 확보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엔 톱밥보조금 마저 절반으로 줄어든답니다. 올해 지원된 예산의 절반치를 철원군 내 군민체육진흥을 위해 편성할 예정이라 나요.” 가장 시급한 분뇨처리 위해 분뇨공동처리장 지원이 따라야 “분뇨처리시설이 미흡합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시설은 야적장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분뇨공동처리장 신축을 위해 군청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생각입니다.” 낙농분야에 예산배정에 있어서 민관 모두로부터 소외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높아져가는 환경규제의 기준만큼이나 정부도 그 의지를 지원확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학문 목장주의 목소리에서 도시화에 몰려 위축되어가는 많은 낙농가들의 공통된 소망을 읽을 수 있었다. <취재 : 이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