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의 매미목장 목장명｜매미목장 목장주｜주창식(32), 허춘자(32) 주소｜경남 의령군 화정면 화양리 530 전화번호｜055-574-1338 작년 9월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아 모처럼 온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던 12일 저녁에 들이닥친 태풍 ‘매미’는 한반도 남부지역을 강타해 사상 130여명, 재산피해 5조여원의 피해를 입혔다. 태풍 ‘매미’는 우리 낙농가들에게도 크나큰 시련을 안겨주었고 특히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던 남부해안지역은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되었다. 축사는 무너지고 수많은 소들이 폐사되었으며 각종 질병 감염, 착유지연 등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피해들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하였다. 이번호에는 작년 태풍 ‘매미’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의령에 위치한 매미목장을 찾았다. 이곳 경상남도 지역은 작년 9월 태풍 직후 본 기자가 2박3일에 걸쳐 태풍피해조사를 위해 다녀간 곳으로 목장탐방 취재를 위해 다시 찾은 이곳에서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경상남도 의령군은 낙동강의 본류와 지류(남강)가 합류하는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태풍으로 인한 범람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도 작년 태풍으로 인한 피해의 잔해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아침 일찍 서둘렀음에도 의령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느즈막이 지고 있었고 석양이 지는 가운데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매미목장의 전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목장에 도착하니 주창식 목장주(32)와 부인 허춘자(32)씨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딸 선영이(4)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가벼운 인사와 담소 후 취재에 들어갔다. 어릴때 꿈이 현실로… “처음에 한우사육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제가 중1때 낙농으로 전환하여 시작하였고, 저는 그때부터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며 목장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라고 주창식 목장주는 말한다. 그리고 제대 직후인 1994년에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 목장을 이어받고 2년 후인 1996년에 농업경영인 후계자로 지정되어 본격적인 목장경영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매미’라는 목장명이 특이한데… 원래 주창식 씨 목장은 가례면 개승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태풍 매미로 인해 목장이 무너지고 이를 계기로 목장을 현재 화정면 화양리로 옮겨오면서 태풍 ‘매미’ 때의 상처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목장명을 ‘매미’라 지었다고. 태풍 후 이곳 화양리로 목장을 옮긴 후 예전의 파이프라인에서 최신식 텐덤으로 교체하고 축사환경도 대폭 개선하는 등 많은 투자와 노력 끝에 지금은 평균유량 등 모든 면에서 이전 목장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태풍 ‘매미’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인 것이다. 태풍 ‘매미’ “오전부터 조금씩 부슬거리며 내리던 비가 오후부터 거칠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온 마을을 덮칠 정도의 태풍으로 변했다”며 갑작스런 상황에 주창식 목장주는 부인 허춘자씨와 아이들을 데리고 급히 산 위쪽으로 피신하였고 그 와중에 하마터면 급작스레 차 오른 물에 휩쓸릴 뻔하기도 했다고… 태풍으로 인해 개승리에 있던 목장은 완전히 전파되었다고 한다. 축사는 무너지고 착유실은 산사태에 함몰되었으며 5마리의 소가 폐사하였고 나머지 소들도 온통 물에 잠겨 유방염에 걸렸다고 한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과 산사태로 아수라장이 된 목장을 본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정신이 아찔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주위 친구들과 축협직원들이 달려와 복구를 도와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화정면 삼정리의 아름다운목장 조일호 목장주(본지 ’02년 12월호 목장탐방에서 소개)는 착유실이 수몰된 주창식 목장주를 위해 자신의 목장에 소들을 데려다 3달간 착유를 시키며 돌봐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도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자신의 소뿐만 아니라 주창식 씨 소들까지 착유를 하려니 착유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 되어 소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체세포 등 등급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소 자체를 지켜내는 것이 급선무였으므로 등급까지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고. “이번 태풍으로 거의 재기불능의 상태까지 피해를 입자 목장 폐업이나 비육전환으로까지 생각했으나 다행히 아름다운목장 조일호 목장주가 무려 3달 동안이나 우리 소들을 극진히 돌봐 주는 바람에 목장이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섰을 수 있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조일호 목장주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말을 다시 한 번 드린다. 의령군 낙농지킴이 현재 의령군에는 의령낙우회 산하 의령군 낙농지킴이란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의령군 내 뜻있는 낙농젊은이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젊은 사람들의 뜻을 모아 체계적인 목장관리와 지역사회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발전적인 미래를 열어가고자 2004년 1월 1일부로 발족되어 활동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체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바로 태풍 ‘매미’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들 멤버들은 평소에도 서로 잦은 왕래와 협동을 통해 일을 하다가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시 조직적인 단체의 필요성을 느껴 결성하게 되었다고. 이들은 체계적이고 논리를 갖춘 목장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서로 일도 도와가며 공부하고 정보공유를 통해 지역 낙농가 발전에 앞장을 서고 있으며 또한 지역어른들을 모시며 후계자가 없는 목장의 일손도 돕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앞서 언급한 아름다운목장의 조일호 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비유기 관리에 중점을… 비유기 관리에서 비유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각 시기에 맞는 사양표준을 도출하여 개체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비유 시기에 따라 건물섭취량이 다르므로 각 시기를 세분화하고 그에 맞춘 타켓급여를 하여 사료낭비를 없애 유사비를 전체적으로 낮추어 사료급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주창식 목장주의 말이다. 또한 더욱 효율적인 개체관리를 위해 올해부터 검정사업도 시작하고 있다고. 그리고 목장환경구조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우사 바닥 깔짚을 항상 건조하고 청결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조사료 수급난에 대해… “작년 조사료 수급대란을 겪으면서 오히려 이것이 중간업자들에 대한 가격인상만 유발시켰다”며 “조사료 쿼터를 줄인다고 해서 우유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부에서는 조사료 기반조성하라고 하면서 막상 휴경지를 신청하면 쓸모없는 땅, 즉 옥수수며 풀이며 심을 수도 없는 물 진 논, 산비탈의 자갈논, 기계작업이 안 되는 논을 준다. 그러면서 기관에서는 왜 땅을 주는데 조사료 자급할 생각은 안하고 수입조사료만 사 먹이려고 하냐고 한다”며 정부의 조사료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요즘 목장형유가공사업 바람이 부는데… “근래 들어 낙농의 어려움을 극복코자 목장형 유가공사업 바람이 불고 있는데, 사업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만일 너도나도 목장형유가공사업을 한다고 하면 과다경쟁이 일어나 엄청난 혼란만 가중되지 않겠는가”라며 요즘의 목장형유가공사업 열풍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유가공사업의 시설비만 해도 최소 1억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아는데 만일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면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차라리 이 비용으로 목장 시설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우유소비홍보는 우리 농가들부터… “막상 우유소비촉진을 주장하는 우리 농가들부터 우유를 더 마셔야 한다”며 농가 우유1개 더 먹기 운동, 농가 방문자 커피 대신 우유접대운동 등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낙농인들이 하루에 우유 하나씩만 더 마셔도 하루에 만 개가 더 소비되는 것이고 그 외 수많은 낙농관련업체, 단체 등의 종사자들이 농가 방문시 우유 한 개씩 더 마셔도 그 양은 엄청날 것”이라며 “이렇게 라도 하면 우유소비량이 최소한 어느 정도는 더 증가하지 않겠나”라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우리 낙농가들부터 우유소비촉진에 대한 모범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 주창식 목장주의 생각이다. 목장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시스템을 컴퓨터, 즉 IT와 연계된 과학적인 낙농경영을 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태풍 ‘매미’ 당시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나 자신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싶다”고 말한다. 협회와 정부에 대한 바램 “지금까지 협회에서 낙농인들의 권익대변과 우유소비촉진을 위해 열심히 해왔다”면서 “이제 새로운 회장님이 오시고 임원진도 전면 개편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욱 발전적이며 진정으로 낙농가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부에 대해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조사료 수급문제나 축산업등록제 문제 등 모든 면에서 정부에서는 좀더 일선낙농가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일해 주었으면 한다”며 “우유수급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알지만 너무 억제하려고만 하지말고 적어도 의욕적인 젊은 낙농인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재를 마치고… 많은 난관을 물리치고 당당히 지금의 위치에 서 있는 매미목장을 보니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도 작년 태풍피해 취재시 무너진 축사와 애지중지하던 젖소들의 주검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기자의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건 왜일까... 뿌듯함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취재 / 정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