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의 은봉목장 작년 한해 우리 낙농산업은 계속되는 원유수급불균형과 밀려드는 수입유제품으로 인해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내고, 원유쿼터제, 원유가격 조정, 원유가격 생산비 조서, 조사료 확보, 학교 및 군급식 확대 등 시유확대기반조성, 각종 우유홍보방안 마련 등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산적한 채 2004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호 목장탐방에서는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정 가운데 위치한 충북 영동의 은봉목장을 찾았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IC를 통과해 3㎞ 정도 가니 이영열 사장이 길가에 마중을 나와 있었으며 가벼운 환담을 나누고 취재에 들어갔다. 군에서 가진꿈이 현실로... 이영열 사장(44)이 군대에 있을 때 막사 주위에 작은 목장이 있었다고 한다. 군생활을 하면서 매일 보던 그 작은 목장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때부터 목장경영에 대한 꿈을 조금씩 키워 나갔다고. 제대 후 이 사장은 얼마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송아지 8두를 구입하여 목장경영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1985년도부터 목장을 시작한 이래 착실히 노력하여 그런대로 목장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 영동IC에서 영동 시내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하필 이 사장 네 목장을 관통하는 바람에 집과 목장 사이에 길이 나 있는 지금의 목장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그때 도로가 조금만 옆으로 비껴났더라도 목장 규모가 지금보다는 훨씬 커졌을 텐데...”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사양 관리는 실속있게... 초창기에는 유량 증대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80년대말 평균 6,000kg 정도 나왔으니 그때 당시로는 대단한 것이었다. 91년도 이르러 이 사장은 TMR급여를시작했는데 당시는 TMR이란 것이 거의 상용화되지 않았을 때였다고 한다. 그 당시 월간 낙농육우지에서 TMR에 대해 연재하는 내용을 보고 거기에 자료를 얻어 시작했고, 그로 인해 유사비 감소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요즘은 유량증대보다는 순수하게 떨어지는 수익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이 사장은 “목장경영은 많은 난제가 있는 사업중의 하나라고 본다”며 “유량이 많이 나와 유대를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결과적으로는 수익이 적어”진다고 효율적인 목장경영에 대해 강조한다. 이 사장은 사료급여시 볏짚 비율이 높다고 한다. “요즘 농가들이 많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수입조사료(건초)를 많이 쓰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가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볼 때 절대 실속 있는 것이 아니죠”라며 “일부 목장주들이 너무 수입건초 위주로만 급여를 하다 보니 유량이 많이 나오더라도 유사비가 너무 높게 나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유사비를 35% 정도만 유지하면 젖소 키우는 것도 할 만한 일인 거죠”라고 이 사장은 말한다. 즉 너무 볏짚만 급여해서도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적당한 선을 맞추어 조금만 배합비율에 신경 쓴다면 유사비를 크게 감소시키고 이는 곧 수익성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영열 사장의 말이다. 또한 91년도부터 자가수정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자가수정이라는 말조차 없었을 만큼 흔하지 않았던 시기였다고 하니 이 사장은 일찍부터 앞을 미리 내다보며 선진경영을 해 왔던 것이다. 원유수급불균형에 관하여... 예전에도 요즘과 같은 우유파동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도 우유가 남고 그래서 항의집회도 하고 우유도 버리고 했었지만 2∼3달을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장은 “이번 우유파동은 너무 오래 갑니다. 이젠 지긋지긋해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장기적인 원유수급안정대책으로 이 사장은 전국적인 집유일원화를 주장한다. 그래서 쿼터를 모두 정해 우유가 모자라면 조금씩 올리고 남으면 조금씩 줄이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처음 낙농육우협회에서 진흥회 설립을 추진할 때 얼마나 좋은 취지였냐”며 “비록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진흥회가 수급조절기능을 상실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장기적인 전국적 집유일원화 체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사장은 “대한민국 모든 낙농가가 그렇겠지만 특히 진흥회 농가들이 손해를 많이 봤죠. 예전의 그 200원짜리 우유에 계절별생산편차를 적용치 않는 요즘의 그 유대정산방법은 또 뭡니까. 진정으로 국가정책을 밀고 나가려면 진흥회에 남아있는 농가를 더 지원해 줘야죠. 게다가 요즘은 오히려 우유가 모자란다는데 자꾸 우유를 줄이려고만 하니...”라며 정부의 진흥회 농가에 대한 정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그리고 이 사장은 요즘의 원유수급문제에 대해 일부 농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효율적인 경영을 하려면 소득에 맞는 규모를 갖추어야 하는데 쿼터제 등에 대비해 사람들이 시설투자에 유량만 자꾸 키워 나가다가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이라며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유량만 많이 나온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손익분기점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속 있는 경영의 중요성을 말한다. 축산업등록제에 관하여... 친환경축산, 질병방역 및 축산물안전 등등 축산업등록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이 사장은 찬성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낙농의 특성을 감안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정부에 대한 이 사장의 바램. “축산업등록제를 하면 건폐율도 그렇고 특히 오폐수 처리가 문제죠. 목장 안에서 깨끗이 처리하여 맑은 물을 목장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소규모 목장을 하는 사람들은 단시일 내에 그러한 규정들을 준수키가 힘들죠”라며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축산업등록제가 오히려 많은 낙농가들을 본의 아니게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해 이 사장은 걱정한다. 우유소비홍보 방안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백색시유는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받으면 먹지 않고 집에 가져오기도 하고 설령 학교에서 먹더라도 학교 밖에 나오면 이미 그 맛에 질려 우유를 입에도 안 댄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우유에 맛을 들여서 커서도 꾸준히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우유의 맛을 강조한다. 백색시유를 이용하되 조금만 더 기술개발에 힘써서 딸기우유 같은 환원유는 아니더라도 좀더 맛을 내어 젊은 층들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중론이다. 또한 이 사장은 “얼마 전 새로 취임한 우리 조합(금오산낙협)장이 우유주(酒)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어 특허도 냈다고 들었다”며 지금 그것을 천안연암대에서 연구 중이라고 말한다. “만일 그렇게 하여 개발된 우유주를 국민들이 맥주 같이만 마셔준다면 우유소비 증대는 물론 아마도 우리나라 우유가 많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기발한 유제품개발에 대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협회에 바라는 점은... 이 사장은 많은 낙농가들이 낙농기술에 대한 습득 창구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사장은 “협회 홈페이지와 월간지에 각종 낙농기술관련 자료를 많이 실어 준다면 일선 낙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조사료 쿼터를 증대하여 부족한 조사료 공급문제를 협회에서 앞장섰으면 하는 것이 이 사장의 또 하나의 바램이다. 취재를 마치고... 목장을 나와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니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밀리는 차량행렬 속에서 곰곰이 앞날을 생각해 본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정녕 없을까... 어렵고 복잡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대한민국 모든 낙농가가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다같이 참여의지를 가지고 새해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리는 것이 본 기자의 소견이다. 새해 모든 낙농가 여러분의 건승을 축원합니다... <취재 / 정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