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 부루세라병 발생역학과 대응방안 이 상 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역학조사과장 Ⅰ. 부루세라는? 부루세라병의 전파는 유산·사산된 태자, 태반, 오로와 함께 배설된 균이 소의 상처 난 피부 등을 통하여 감염되거나 이 균에 오염된 사료, 물, 풀 등으로부터의 경구감염, 수소와의 교배감염, 방목지에서의 야생동물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부루세라병의 병리기전은 내장의 점막세포에 침범하여 단독 혹은 탐식세포 내에서 국소 임파절로 이동한 후 다른 기관, 관절, 활액주머니 등으로 퍼지고, 임신우의 자궁, 젖소의 유방, 거세하지 않은 수소의 고환, 부생식선 등에 국소적으로 존재한다. 부루세라 균이 혈액 내에 있는 동안(bacteraemic phase)에는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이 기간은 수주~수개월 지속될 수 있다. 이와같이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3주~2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병에 감염된 암소가 유산하거나 출산하더라도 이 균이 10개월까지 다량으로 배출되어 감수성 있는 개체에 감염된다. 또한 혈청검사로 검출이 되지 않는 경우(*heifer syndrome 등)가 있어 이러한 개체가 전파매개체(carrier)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부루세라균 감염은 세균수, 독력, 숙주 저항성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성 성숙된 젖소, 첫 임신 소, 비 거세우에서 감염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특히 잠복 감염된 암소나 처녀우 유입이 청정 우군으로의 질병전파 주 원인이 되고 있다. 임신우에 대한 병리기전은 이 균에 감염되면 융모막에 염증과 궤양을 일으키고 혈류를 통해 태아와 태반에 침투하게 된다. 임신의 진행에 따라 태반에는 부루세라균의 증식을 촉진하는 erythritol의 양이 많아지게 되어 림프절에서 생존하던 균이 혈류를 통하여 임신 4~6개월령에 태반에 도달하여 증식하게 된다. 임신 5~7개월령에는 소에서 유산을 유발하게 되며 유산 후 10여 일간 다량의 균이 배출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수소에서는 암소의 유산 시 배출된 균에 의해 주로 감염되며 거세하지 않은 수소에서는 고환염에 의한 불임이 전형적인 증상이고 정액을 통해 균을 배출하기도 한다. 송아지는 자궁내 감염 또는 오염된 우유를 통해 감염되며 감염 후 일시적인 항체반응만을 나타내지만, 포유기간이 끝나고 나서 몇 주 후에는 균을 배출한다. Ⅱ. 우리나라 소 부루세라병 현황 가. 연도별 발생 실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한·육우에 대하여 검사증명서 신청, 신고·역학관련 검사, 다발시군 일제검사, 10두이상 사육농가 검사의 유형으로 소 부루세라병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04년부터 부루세라 검사결과 음성인 소에 한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검사증명서 제도, 다발시군 일제검사 등을 실시하면서부터 부루세라 양성축을 검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검사에 따라 검출된 양성축(한·육우 및 젖소)은 2004년 711건 5,383두; 2005년 2,590건 17,690두; 2006년 4,498건 25,454두; 2007년 5월 현재 1,076건 6,371두의 발생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방역당국의 양성우 색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4년 이후 2006년까지 양성율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7년부터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 발생 양상 우리나라 부루세라병 발생을 통계 역학적 측면으로 살펴보면, 고위험 지역(양성율 2% 이상)이 2000~2003년에는 북서 지역에 주로 위치하였으나 2004년 이후에는 동·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10두 미만 소규모 사육농가에서의 발생비율(42%)과 농가별 발생원인은 타 농장에서의 소 입식(49%)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루세라병 양성농가 638농가(’00~’04년)를 분석한 결과 유산발생 농가에서의 반복 발생율(53.3%)이 높고 부루세라로 유산이 발생한 농가의 경우 전체 사육중인 소의 45.9%가 부루세라 양성축으로 확인되는 등 유산이 전파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표2에서 보는바와 같이 04년부터 06.7월까지의 우리나라 부루세라병 발생양상을 분석한 결과 한번 발생한 농가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가 32%로 이병의 역학상 중요한 의미를 보여 주고 있다. 사실 한번 발생한 농가에는 이 균에 오염되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번 발생한 농가에 대해서는 소독, 세척, 외부인 출입통제 등 집중적인 관리가 따라야 한다. 다. 발생 농가 유형별 분석 부루세라병 발생의 전파 역학적 측면으로는 외부에서 소를 구입하는 농가가(연 1회 이상) 그렇지 않은 농가에(자가 번식) 비해 발생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우는 연간 1~9두, 젖소의 경우는 1~4두 구입농가가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으며 이는 여러 농가에서 구입한 경우로 추정되었다. 또한 발생환경에 의한 영향으로는 개방구조 수로에 분뇨를 혼합하는 농가(방치된 분뇨를 통한 간접 전파), 축사 내 송아지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한 전파매개체 역할, 축사내 타 축종(닭, 개 등) 혼합사육으로 인한 전파 매개가 질병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라. 시도별 발생상황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부루세라병은 그간에 정부 및 농가의 노력결과, 그 발생율이 현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나타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06년도에 비하여 금년들어 발생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별첨 표와 같다. Ⅲ. 세계의 소 부루세라병 발생역학과 방역조치 부루세라병은 한번 발생 되면 근절되기가 쉽지 않은 질병으로 아프리카, 중동,중·남부 아메리카, 개발도상국 등 80여개 국가에서 현재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국가에서는 30여년의 노력 끝에 근절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이들 나라는 국가별로 소 부루세라병에 대한 다양한 근절 대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1, 2년이 아닌 최소 수년간의 방역활동을 통해 근절을 이룰 수 있었다. 국가별 소 부루세라병 근절대책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는 1934년 방역정책을 시작하였고 1954년부터 본격적 부루세라 근절 프로그램(BEP)을 수립, 수행하였다. 1934년 당시에 성우의 양성율이 11.5%에 달했으나 2007년 4월 현재 아이다오주와 텍사스주를 제외하고는 비발생인 상황이다. 한편 백신은 유산발생 등으로 1959년 사용을 중단하였으나 1970년부터는 필요 시 국지적(다발우군)으로 일부 사용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1965년 12%의 양성율을 확인 후 1966년 백신정책을 실시하다가 1986년 청정화 선언을 하였다. 이후 1993~1998년도에 폭발적으로 감염개체의 증가로 1998년 강력한 방역정책(test and slaughter policy)을 추진하여 2006년 말 현재 OIE청정국 기준인 0.2%보다 낮은 0.12%의 농장 감염율을 보이고 있다. 1998년의 개선된 방역정책은 ①양성축의 선택적 식용 공급(표3참조) ②양성우 동거축에 대한 강력한 depopulation(도태) ③전두수 검사 ④분뇨소독(액체석회, PH12) ⑤발생농장 입식 제한(4개월) 등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호주에서는 1940년부터 방역정책을 시작하였고 1989년 OIE로부터 청정국 인증을 받아 1990년 이후 발생보고가 없는 상황이며 반면, 아르헨티나에서는 1932년부터 박멸정책을 실시하였으나 예방접종시행과 농가의 비협조(모든 비용 축주 부담) 등으로 근절에 실패한 사례이다. Ⅳ. 부루세라 전파 방지와 근절을 위한 농가 10대 준수사항 부루세라병의 전파 방지와 근절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소 사육농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앞에서 말한 부루세라병 발생 역학상황과 각국의 방역내용을 감안하여 아래와 같이 10대 농가 준수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① 농가는 불가피하게 신규 소 입식을 할 경우에는 부루세라 발생이 없었던 믿을만한 농가에서 입식하는 등 철저한 음성축 확인을 해야 합니다 ② 신규 소는 일정기간 다른 구획된 장소에 입식하여 사육하여야 하며 음성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③ 부루세라 양성축 발생 농가에서는 가급적 동거우의 조기 출하(depopulation)로 지속적 전파 및 발생을 막아야 합니다 ④ 부루세라 균은 흙에서 최대 7개월 간 생존하므로 축사 및 주변을 적절한 소독제와 희석배수로 정기적인 소독을 철저히 실시하여야 합니다 ⑤ 인공수정 시 사용되는 카테타 등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소독을 한 후 사용하여야 합니다 ⑥ 유산, 사산 발생 시 관계기관에 반드시 신고하고, 태아 및 후산물의 매몰, 소각과 주변 소독 등을 신속·철저히 실시하여야 합니다 ⑦ 타 농가 방문 등 외부 출입 후 농장으로 돌아오면, 즉시 세척과 소독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⑧ 외부의 방문 차량 등 방문자에 대해서도 반드시 소독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⑨ 쥐 및 야생동물(너구리, 쥐 등)의 농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하여 그물망 등을 설치하여야 합니다 ⑩ 재 입식을 할 경우에는 부루세라 발생축 출하(depopulation) 후 소독 등 오염원을 제거하고 최소 4개월이 지나면 실시하여야 합니다. Ⅴ. 맺음말 이 질병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번 발생한 국가에서는 근절하기가 결코 쉬운 질병이 아니며, 더욱이 인수공통전염병으로서 사람에게도 감염이 되는 만큼 부루세라병 방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방역당국에서는 2003년 소 부루세라병 방역강화 대책 수립을 시작으로 2006년 소 부루세라병 방역 보완대책 수립까지 각계 전문가 및 생산자 단체 등과 2013년 근절 목표로 효과적인 방역정책 수립과 시행에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인력의 부족, 전파 기회의 상존 등 부루세라 박멸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이 상존하며, 축산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호주, 미국 등에서도 동 질병의 근절에 수십년이 소요된 만큼 단기간에 근절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일랜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강력한 방역정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0.7%의 발생율에서 2006년 0.12% 수준으로 낮출 때까지 무려 8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 좋은 예이다. 07. 상반기 우리나라 발생율이 0.86%인 점과 아일랜드의 경우 등을 감안할 때 최종단계의 발생율 감축은 그리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병을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인 발생율 0.2%수준 이하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수립 시행과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앞에서 말한 10대 준수사항 외에도. 우리 축산 농가에서는 소 거래 시 검사증명서의 휴대는 기본이고, 유·사산 발생 시 즉각적 신고 등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방역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육하는 모든 가축을 등록하여 그 이동사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농가 스스로의 방역활동은 부루세라병 근절에 첫 번째 선행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향후 방역당국에서는 10두 이상 사육농가 일제검사에서 전 농가 일제검사로의 전환, 개체관리 강화를 위한 농가전산화, 귀표 규격화 등의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연구·개발하며, 농가에서는 수립된 방역정책에 합심하여 정부와 농가가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부루세라가 근절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