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에 대한 총평과 향후 전망에 따른 대응전략 민 경 우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 한미FTA 협상이 중대한 고빗길에 접어 든 지금 한미FTA 협상을 결산해 보고 이후 전망을 논해 보는 것은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한미FTA 협상을 몇 개의 시기로 나누어 평가해 보고 이후 전망과 대응에 대해 지적해 보겠다. 1. 2.3 협상 개시 선언 한미FTA 협상은 노무현 대통령과 소수 통상관료들의 극단적인 개방논리에 의해 추진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미국과 연대하여 중국을 견제하자는 중국견제론이고 다른 하나는 외적 충격을 통해서라도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를 미국식으로 개편하겠다는 서비스 산업 육성론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극찬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배기찬 씨의 책,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에서는 “한국은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비슷해지는 2020~2030년경에 통일을 이루고 아시아의 스위스, 동북아의 균형자로 거듭난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단독으로 동북아의 세력균형자가 되기 힘들다. 그 때까지는 최대 패권국인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 신뢰를 쌓고 실력을 기르는 일이 급선무다.”(밑줄 필자)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한미FTA는 경제적인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과 연대하여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강한 정치군사적 동기를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2005년 하반기 구체화되는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친미보수적 정치지형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나 주한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하여 동북아시아 기동군으로 만들겠다는 구상 등이 모두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다음으로 한국경제가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제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으므로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건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서비스 산업의 경우 다른 분야보다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IMF와 같은 경제적 자극, 외적 충격을 통해서라도 한국경제를 선진화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추진 동기는 위와 같이 대단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성격이 짙었다. 이런 이유로 한미FTA 추진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극히 소수의 통상관료들에 의해 무리한 방식으로 전격 추진되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이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범여권의 의견 수렴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또한 4가지 선결 조건을 협상 이전에 수용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도 치르지 않은 채 미 의회에서 전격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무리한 방식으로 협상이 강행되었다. 2. 작년 7월 초 2차 협상 지난해 2월 3일 협상 개시 선언 이후 노무현 정부는 상식적이면서도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첫 번째. 저항의 진원지는 농민과 영화인 및 각계각층을 망라하여 조직된 범국본이었다. 10여 년 동안 개방농정에 맞서 싸워 온 농민들은 한미FTA 추진이 농민생존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자각하고 즉각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농민들은 2006년 전 기간은 물론 현재까지 가장 강력하고 대중적인 동력을 형성하고 있다. 오랜 기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벌여 온 영화인들도 2006년 상반기 주요한 운동의 동력이었다. 특히 지명도 있는 영화인들의 저항은 한미FTA 반대 운동의 대중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농민과 영화인들을 선두로 각계각층이 폭넓게 참여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어(3.28) 투쟁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운동은 전국적, 범국민적으로 확산되었다. 범국본에는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망라되었고 금융·농업·영화인·보건의료 등 부문 단위의 대중·전문 역량을 포괄했으며 전국의 광역 및 시군구 단위에 결성되었다. 이로 인해 11월 총궐기와 같은 전국적인 대응, 정부에 맞서 반대 여론을 조직하는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둘째, 한미FTA 협상의 가장 커다란 약점은 정부의 허술한 준비와 정태인, 조순 등 지명도 있는 관료.학자들의 반발이었다. 한미FTA 협상은 2005년 하반기 노무현 대통령과 소수의 관료들에 의해 전격 추진된 만큼 협상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을 리 없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관변 연구단체들은 허겁지겁 노무현 정부의 결정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성과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4대 선결조건 문제, CGE 모델 등 정부의 졸속 추진 양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를 궁지로 몰아갔다. 특히 정태인, 조순, 정운찬 등 저명한 제도권내 관료.학자들의 반박은 찬성 여론의 정당성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고 반대 진영의 논리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2006년 상반기 한미FTA를 둘러 싼 각종 토론회 등에서 한미FTA 반대 진영이 상황을 주도하였다. 셋째, 농민·영화인들의 대중운동과 한미FTA 찬반 토론에서 반대 진영의 우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6월, 7월 KBS와 MBC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타리가 국민대중의 한미FTA 반대 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7월 초 2차 협상을 전후하여 방영된 MBC PD 수첩은 고조되고 있던 국민여론을 급속히 확대시켜 7.12 범국민대회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여 연내에 협상을 타결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타격을 가했다. 3. 작년 7월 초~11월 지난해 7월 초 이후 정부는 한미FTA 추진 정책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정부의 정책이 수정되고 반대 진영이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7월 이후 11월까지는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첫째, 조급하고 무리한 정책 추진이 반발에 직면하자 한미FTA 체결지원회를 조직하는 등 여론동향을 관리하며 세심하게 협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이해 집단의 반발을 무마하고 협상에서 최대한 정부가 일진일퇴하는 외양을 연출하며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찬성 여론 확산에 주력하였다. 둘째, 정부의 정책이 그러했기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지만 협상의 실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부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기간 협상에서 지적해야 할 요점은 정부가 4대 선결조건으로 미리 내준 분야 중 의약품과 쇠고기에서 난관이 조성되어 연내 타결 의도가 사실상 파탄난 점이다. 의약품은 한미FTA 협상 개시 이전 약가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약가적정화 방안이란 효능에 비해 싼 약을 건강보험에 등재하는 제도로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진보적인 정책이다. 따라서 밀실협상에서는 이를 양보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라도 언론의 감시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차마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7월 2차 협상에서 한국정부가 약가적정화 방안의 시행을 고집하자 미국은 2차 협상 전체를 파행시키며 격렬히 반발하였다. 쇠고기는 3월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재개된 수입소에서 3차례나 뼛조각이 발견되어 핵심쟁점으로 급부상하였다. 특히 미국의 축산 시스템이 광우병 위험이 높은 뼛조각을 걸러낼 수 없는 구조이고 쇠고기 분야가 미국의 주력 분야라는 점에서 쇠고기 협상은 2006년 하반기 한미FTA 협상을 지연시킨 핵심 요인이었다. 결국 정부가 밀실협상을 통해 의약품과 쇠고기를 양보했지만 여론의 감시가 작동하는 공식협상을 통해서는 섣부른 양보가 불가능하였고 이 점이 정부의 상황 관리 정책과 맞물려 사실상 연내 타결 구도를 좌절시켰다. 셋째, 범국본의 11월 총궐기는 정부가 협상 상황을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오랜 개방농정의 후과로 한미FTA에 대한 체험적이고 본능적인 비판 의식을 가진 농민들과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믿는 도시민들의 여론이 괴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특히 대도시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찬성여론이 높은 상태였고 10.9 북핵 실험의 여파로 경제적인 이해와 무관하게 보수적인 국민대중은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며 무조건 한미FTA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도권에서의 반대 집회는 참가 대중도 적고 열기도 떨어진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단위에서 진행된 집회는 노농을 중심으로 수만의 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행정기관을 압박하는 위력적인 형태로 진행되었다. 11월 총궐기는 농민대중의 강력한 투쟁력과 반대 여론을 잘 보여주었지만 대도시 주민들의 참여와 연결되지 못하면서 한미FTA를 좌절시키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농민과 지방의 시위가 도시의 서민·중산층과 연대하여 전국적인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미FTA 운동은 도시민의 생활의제인 교육.부동산 문제 등과 밀접히 결합하여 상호 상승작용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4. 12월 이후 3월 초까지 고위급 밀실협상 반대 여론을 의식해 협상을 관리하는 정부의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한미FTA 협상은 미국 정치 일정에 따라 2007년 3월말이라는 시한이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2월 5차 협상 이후에는 공식 협상이 아니라 고위급 밀실 협상이 다시금 상황을 주도하기 시작한다. 12월 초 5차 협상은 미국의 서북부 몬태나에서 김종훈-커틀러를 단장으로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같은 기간 김현종 본부장과 산업자원부의 고위 관리가 워싱턴을 찾아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김현종은 무역구제, 산업자원부 고위 관리는 섬유와 관련 밀실 협상을 벌였다. 정부의 협상 추진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12월 한미 사이의 밀실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 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 측이 얻을 기대 이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유력한 것이 미국이 덤핑 판정을 남용하여 한국의 대미수출을 가로막은 것을 제거하는 무역구제 협상으로 연 15억불의 가치가 있고 재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 27일 미 상무부가 무역구제 협상에서 국내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협상을 거부함으로써 무역구제 협상은 사실상 좌절되었고 이로써 한미FTA 협상을 통해 한국 측이 얻을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실익이 사라졌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이 시점이다. 한국 측이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었던 유일한 이익 분야가 무산됨으로써 협상을 타결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1월 김현종과 USTR 대표가 하와이 등에서 만나 새로운 타개책을 모색한다. 타개책은 무역구제 협상이 무산되었지만 미국 측의 요구를 한국 측이 대부분 수용하는 형태로 3월말 협상을 타결하자는 안이었다. 이 시기부터 3월 초까지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김종훈-커틀러가 단장이 된 공식협상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았다. 이는 이면.밀실 협상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연극에 불과했다. 둘째, 공식협상에서는 협상이 옥신각신하는 듯한 외양을 띄고 있는 가운데 언론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른바 ‘빅딜안’과 3월말 타결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었다. 셋째는 정부가 정보 공개를 차단하고 반대 진영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였다. 협상이 공식 협상이 아니라 밀실 협상이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협상 공개가 대부분 지엽적인 문제에 그쳤다. 한편 범국본이 주최하는 모든 집회가 불허·봉쇄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농민들이 제작한 광고와 서울 상경마저 막아나서는 초법적인 사태가 자행되었다. 정부의 ‘묻지 마’ 타결의지가 명확하고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지 못하며 농민들의 대중운동이 약화되면서 이 무렵 3월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5. 올해 3월 중후반 협상 상황이 굴욕적인 밀실협상의 양상을 띄기 시작하자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비상한 행태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8일에는 각계의 사회원로와 정치인들이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진행했고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노상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3월 10일에는 전국에서 5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의 게릴라 시위가 벌어지고 3월 12일 8차 협상의 폐막을 계기로 범국본 지도부가 광화문에서 무기한 노상 단식을 시작했다. 반대 운동이 3월말 협상 타결을 저지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에 돌입한 시점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첫째는 미국의 압박이 보다 강화된 점이다. 미국은 자동차·섬유·투자자-정부제소 제도·농업 등에서 이전보다 강화된 입장을 통해 한국측을 압박하기 시작하여 한국정부를 난감한 상황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측이 3월말 협상 타결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보다 많은 것을 관철하려는 협상 전략이면서 작년 11월 7일 중간 선거 이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여 압박의 강도와 강조 분야가 달라진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자동차 분야이다. 미국은 한국 측에 배기량 기준으로 된 세제의 개편, 자동차 분야의 각종 표준 제.개정시 미국의 요구를 반영할 것, 관세인하를 요구하고 있었고 한국정부는 대체로 이를 수용하는 형태로 협상을 매듭지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이런 수준의 양보를 통해 미국 자동차 관세의 ‘즉시 철폐’를 기대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 측이 미국 측 자동차의 관세인하와 위 미국의 요구를 연계시키고 관세인하의 수준도 즉시 철폐가 아닌 10년 내 철폐 수준에서 제기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 요구로 한국 측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둘째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 범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이다. 이전 시기 반대운동이 주로 민주노동당과 범국본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면 범여권의 유력 주자들이 반대 진영에 가세함으로써 중간 여론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3월말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6. 향후 정치 일정과 전망 및 대응 3월말 협상을 타결하게 되면 향후 정치 일정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타결된 안을 4~6월 3개월간 미 의회와 협의하게 되어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마련된 최종안과 한미FTA 체결에 따른 각종 보고서와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제출한 시기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6월말 이후 미 행정부가 의회에 각종 문서를 제출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과 미 의회 심의 기간 등을 고려하면 미 의회의 연내 비준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6월말 협상을 타결하면 국회로 이월하는데 이 기간이 대선에 돌입한 시점이므로 논리적으로는 하반기 처리가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내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대선의 쟁점은 남북관계, 교육·부동산 등 경제문제, 한미FTA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남북관계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의 조정을 밝힘으로써 민감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세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면 평화통일 문제는 대선에서 핵심 의제가 되었을 것이나 현재로 보면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대선 정책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교육, 부동산 문제는 워낙 국민대중의 관심사가 높기 때문에 대선시기에는 한나라당이나 범여권도 민주노동당에 준하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 부동산 문제는 대선 이후 2008년 총선이나 신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민감한 쟁점이 될 것이다. 반면 한미FTA는 범여권의 유력 주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조건에서 대선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할 소지가 커졌다. 범여권의 주자들이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한미FTA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고리로 한나라당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라면 ‘한나라당, 보수, 한미FTA 찬성 - 범여권, 중도개혁, 한미FTA 반대’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한미FTA는 대단히 예민한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정치일정을 고려하여 향후 대응에 대해 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타결될 경우 4~6월 시점에는 협상 공개를 둘러 싼 쟁점이 형성될 것이다. 미 의회에서 각종 청문회 등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타결된 내용의 공개가 불가피한데 이 경우 그 동안 밀실협상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타결된다면 협상 결과가 대단히 굴욕적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비판적인 여론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고 피해를 입은 이해 집단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협상 공개를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타결되더라도 국회비준이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하면 한미FTA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중심으로 정치인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한미FTA에 찬성하는 대선 주자나 2008년 4월로 예정되어 있는 국회의원 총선에서 낙선시키겠다는 주장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미FTA 협상 결과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명확할 것이므로 정치인들에 대한 압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비준 국면에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전술일 수 있다. 셋째, 현 상황에서 보면 2008년 하반기가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2008년 상황을 지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협상 결과, 한미FTA 반대 운동의 발전 수준, 남북관계 및 주변 상황, 서민생계의 악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고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7. 글을 맺으며 지난 1년간 한미FTA 협상의 진행과정을 보면 정부가 어떻게든 협상을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첫째. 미국의 도를 넘는 압박과 둘째. 완강한 반대 여론과 운동에 의해 협상이 저지되어 왔다. 반대여론과 운동은 정부의 노골적인 ‘퍼주기’를 부분적으로 막았고 한미간의 구조적인 불균형·불평등은 정부의 퍼주기를 제한적인 수준에서 막더라도 타결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발전했다. 한미FTA 협상은 한국의 완전 양보가 아니면 타결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편 한미FTA가 갖고 있는 범위와 파장에 비추어 정치 지형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가령 한-칠레 FTA가 부분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제였다면 한미FTA는 어떤 집단이든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특징은 필연적으로 한미FTA에 대한 찬반을 둘러 싸고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상황을 이렇게 보면 한미FTA 협상은 이후에도 우여곡절을 거듭하여 점차 논란과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띄며 발전할 것이고 2008년 하반기 쯤이 결정적인 시점이 될 것이다. 상황은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단호한 입장과 긴 호흡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