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체결은 곧 농업의 붕괴 탁 명 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한미 FTA 4차 협상이 끝난 지금 우리는 미국 강요에 의해서 정부가 농업분야를 포기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고 있다. 지난 2월 개시된 한미 FTA 협상에서 정부는 농업분야에 대해서 쌀은 완전 양허제외하고 민감품목은 최대한 양허제외하는 것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미국은 계속해서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에 대해서 개방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수정양허안을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의 농업분야 협상이 절대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미 FTA 4차 협상에서 정부가 미국에게 보낸 농산물 수정양허안을 보면 민감품목 제외 품목이 1차 양허안의 284개에서 226개로 축소되어 정부의 농업분야 보호의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고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역시 미국의 요구에 따라 농업분야의 양보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뚜렷한 목표 없이 진행된 한미 FTA 협상 2월 3일 한미 양국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전날 2일 대통령 훈령으로 정한 공청회가 20분만에 중단되었지만 공청회 요건을 다 갖추었다는 정부 논리에 의해 한미 FTA 협상은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2007년 6월에 소멸되기 때문에 협상시한이 1년도 남지 않았고, 미주자유무역지역(FTAA)이 출범할 경우 미국 시장을 남미에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또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순서에서 중국과 일본에 밀릴지도 모른다는 논리로 한미 FTA 협상의 추진 이유를 설명하였다. 하지만 정부 주장에서 우리는 한미 FTA가 가져올 어떠한 이익이나 구체적인 협상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한미 FTA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할 뿐이다. 협상 의제, 국민 의견 수렴 절차, 협상 진행, 협상 목표 등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농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미 FTA로 인해 가장 분명히 피해를 입는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피해조사는 물론 대책은 거의 준비되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농업계의 의견 역시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추진되었다. 특히 미국의 압력이 거세질 농산물 관세철폐와 농업 보호 제도 축소에 대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 그저 최대한 민감 농산물을 양허제외할 것이고 농업 보호제도 역시 최대한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만 반복한다. 이미 한미 FTA 협상이 개시되기도 전에 정부가 미국에게 넘겨 준 4대 선결 조건 중의 하나인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보았을 때 미국의 압력이 있을 경우 정부는 농업분야의 피해는 물론 국민의 안전까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믿기 힘든 주장이다. □ 뚜렷한 성과 없이 종료된 한미 FTA 1차, 2차 협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협상 농업분야에서 한미 양국은 농업의 민감성을 인정하며 통합협정문 작성보다는 품목별 양허안에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한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특별세이프가드)와 저율관세수입물량제한제도(TRQ) 도입에 대해 미국은 반대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위생 및 검역(SPS) 분과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여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하였다. 이와 같이 한미 양국은 농업 분야에서 이견 차이를 확인하는데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한미 양국은 양허안 틀 마련에 실패하고 단지 농산물 양허안을 3차 협상이 열리기 이전에 상호교환하기로 합의한 것만이 2차 협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미 양국은 1차, 2차 협상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상호입장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양국의 이해도를 높이고, 향후 협상진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쟁점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이는 정부가 한미 FTA 농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 의제나 장애 요인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한미 FTA 협상이 졸속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을 협상을 통해서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성과 없이 진행되는 한미 FTA 협상에 비해 농업 분야 피해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발생하는 우리 농업 분야의 피해는 최소 2조에서 최대 8조 8천억원 가량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데 전체 농업생산규모가 35조를 보았을 때 약 6~25%의 엄청난 수치이다. 또한 농업분야에서 발생하는 고용감소는 최대 14만 명의 인원으로 이 피해들은 단순히 1차 피해에 불과한 것으로 농업관련 2차, 3차 피해까지 감안한다면 피해규모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부문은 물론 쌀을 포함한 곡물 부문이지만, 축산 부문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이 국내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으로 미국산 냉장쇠고기, 삼겹살, 닭고기의 수입가격은 각각 현재 국산 도매가격의 45.1%, 26.7%, 44.0%에 불과하여 관세철폐가 될 경우 피해는 최소 약 7,000억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낙농업의 경우에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약 625억원의 생산 감소와 최소 3,600여 낙농가가 폐업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 농업분야에 대한 미국 압력의 본격화 한미 FTA 3차 협상 이전 정부는 농산물 양허안을 미국에게 제시하였는데 미국은 즉각적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평가하며 비민감 품목을 위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여 정부는 국내생산이 미미하거나 관세가 낮아 민감성이 덜한 품목을 중심으로 이후 다시 개선안을 제시하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3차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농업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보조금 문제를 협상 의제로 채택조차 하지 못하고 미국의 한국 축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등 지나치게 미국에게 끌려가는 상황만을 연출하여 정부 협상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정부는 3차 협상이 경과된 후 쇠고기를 비롯한 여러 민감품목의 관세철폐나 감축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여 농산물 내에서 일부 품목의 보호를 위해 다른 민감 품목을 양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민감품목의 관세철폐 범위 대폭 축소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미 FTA 4차 협상 농업분야에서 미국은 정부가 제시한 수정양허안에 대해 “예외없는 개방”을 요구하며 다시 한 번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긴급수입제한조치와 수입쿼타 방식, 위생 및 검역(SPS) 분과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일정 수준에서 합의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미국에게 제시된 정부의 농업 분야 수정양허안을 보면 양허제외 품목의 범위가 1차 양허안의 284개 품목보다 20% 가량 감소된 226개 품목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이는 본격적으로 정부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위해서 취한 일종의 ‘가지치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체 농산물 품목 대비 양허제외 품목 수가 15% 수준에 불과한 것은 지난 한-칠레 FTA의 28%나 미-호주 FTA의 19% 양허제외 비율보다 못해 정부가 농업 분야에서 지나치게 미국에게 양보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한미 FTA 4차 협상 이전까지 농업계는 물론 국민 역시 농산물 양허제외 품목의 범위가 축소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이 요구하여 도입하기로 합의한 긴급수입제한조치 역시 발동요건이나 적용품목 등의 중요한 부분에서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점은 4차 협상에서 우리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양허제외 품목의 범위만 축소된 협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축소된 품목에 대해서 미국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해 다시 수정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 높아지는 농업분야 빅딜 가능성 미국의 쇠고기 주산지인 몬타나 주에서 12월 중에 열리게 되는 한미 FTA 5차 협상에서는 본격적으로 농산물 민감품목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고 긴급수입제한조치(SSG)와 저율관세수입물량제한제도(TRQ), 위생 및 검역(SPS)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한미 양국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농업분야 협상을 미룰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지지부진한 농업 분야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분야와의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데 특히 한미 양국의 입장이 농업과는 정반대인 섬유분야나 협상예외라고 할 수 있는 쌀 등의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국은 양허제외 품목의 축소를 통해 미국이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의 도입을 이끌어 낸 전례가 있고 미국은 계속해서 우리의 농산물 양허안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농업 가치는 무한하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농업 피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허구성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미 FTA 협상 이전에 세운 계획을 일부 수정하여 발표한 수준에 불과하고 수립된 대책 역시 매우 근시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농업은 단순히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이 결코 아니다. 기본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능 외에도 식량안보기능과 다양한 환경보전기능 등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기능의 가치는 연간 약 28조 37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2003년 기준 농업국내총생산(GDP) 20조5848억원의 1.4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더 중요한 것은 대기·수질 정화기능, 경관유지, 홍수방지 등과 같은 환경보전기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성이라는 사실이다. 한미 FTA가 체결이 되면 분명 농업은 붕괴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정부가 지금 당장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