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미FTA 저지는 우리의 몫이다! (Ⅰ) 장 대 현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조직투쟁팀장 한국경제, 왜 자꾸 나빠지는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 하나를 꼽는다면?” 여론조사가 물으면 우리 국민 가운데 90%는 “경제!”라고 응답하고, “도대체 얼마나 어렵습니까?” 다시 질문하면 그 90%가 똑같이 “너무너무 어렵다. IMF때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입을 모으는 요즘이다. IMF가 무엇인가? 국가경제의 완전한 파산, 경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니,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IMF는 1997, 지금은 2006년. 무려 9년 동안 경기가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왜 그런가? 자본주의 경제는 ‘공황 &#52077; 불황 &#52077; 활황 &#52077; 호황’ 등 네 개의 단위를 하나의 주기로 하는 경기순환 운동을 겪는다. 우리 한국경제도 예외가 아니어서 1970년 이후 대략 5년마다 경기가 변화하는 양상을 뚜렷이 나타냈다. 아무리 공황이어도 5년쯤 지나면 ‘불황’으로 완화되고 다시 5년 후에는 활황, 즉 경기가 살아나고, 다시 5년이 지나면 호황, 즉 전성기로 이동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주의 법칙에서 완전히 이탈해서 경기가 9년 동안이나 계속 떨어지다니,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수출이 안 돼서 그런가? 2004년 수출실적이 역사상 최고였으며 2005년에는 그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는 왜 자꾸 나빠지는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내수가 급격히 침체하기 때문에!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언론이 연일 특집을 발표할 지경이다. 지갑이 왜 열리지 않겠는가? 열어도 꺼낼 돈이 없고 꺼낼 카드가 없을 뿐이다. 이러니, 내수가 떨어지는 것이다. 내수가 떨어지면 기업은, 자본은 ‘장사’가 안 되는, 이익의 급격한 하락을 맞는다. 이러한 지경에 몰리면 자본은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자본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해고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해고하는 것은 내가 봤는데 임금 내리는 것은 못 봤다?” 물가가 15% 올랐는데 임금은 5%만 올리면 결과적으로 임금을 10% 끌어내린 것이다. 기업의 생존전략에 따라 이처럼 해고를 늘리고 임금을 내리면 문제의 ‘내수’는 더 떨어진다. 그럼 장사가 더 안 되고, 그럼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서 해고를 더 하고 임금을 더 삭감하고, 그럼 내수는 더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러한 악순환에 완전히 갇혀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일컬어, 공황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본주의는 이러한 공황을 여러 번 겪었다. 가장 극심한 공황은 1929년 유럽을 강타한 대공황. 그런데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이러한 공황을 늘 벗어났다. 만약 벗어나지 못했다면 망했을 것이고 그럼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를 살지 않을 것이다. 그럼 공황을 어떻게 벗어났는가? 원리는 굉장히 간단하다. 1929년 대공황의 한 가운데에서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외쳤다. “이대로 두면 자본주의가 무너진다. 그럼 우리 자본가들도 다 망한다. 빨리 공황에서 벗어나자.” 어떻게? 그의 주장을 알기 쉽게 재구성하면 이런 것이다. <자루를 준비하라. 자루에다 돈 다발을 막 넣어라. 돈 다발이 가득 든 자루를 수백 개, 수천 개 땅을 파고 묻어라.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제일 먼저 자본가가 달려온다. 그 땅을 사고, 중장비를 임대하고 노동자를 고용해서 돈 다발을 파낸다. 그러나 그것을 자본가가 혼자 다 갖고 갈 수가 없다. 왜? 땅 값을 치르고 중장비 사용료를 물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나눠줘야 되니까.> 이렇게 하여 텅텅 빈 노동자들 주머니에 돈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돈으로 집에 가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애들 옷도 사 입힌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수가,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방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하는 것을 논외로 할 때 우리는 여기서 9년 동안 계속 떨어지는 우리 경제, 어떠한 전문가도 언제 다시 올라간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우리경제를 살리는 비결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무엇인가? 1.500만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850만을 넘었다. 비정규직은 골고루 임금을 절반씩 삭감당한 사람들이다. 봉급 받는 사람들 가운데 2/3나 되는 이들이 예전의 수입에서 절반씩 줄었는데 내수가 어떻게 안 떨어질 수 있겠는가? 그럼 내수를, 경기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정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 그들에게 예전의 수입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대통령은 한사코 거꾸로 한다. 내수가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값이 싸고 맛도 뒤지지 않는 외국 농산물이 마구 밀려왔다. 일 년 농사지으면 빚이 2천에서 3천. 그것이 십 년 쌓여서, 지금 웬만한 농민은 빚이 2억에서 3억. 빚이 이렇게 산더미인데 냉장고가 윙윙거리고 자동차가 털털거린다고 그것을 바꿀 수 있겠는가? 내수가 안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가? 진짜 불가피한 것 빼고는 수입개방을 막아야 한다.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전망을 줘야 내수가 살아난다. 그러나 이것도 우리정부는, 대통령은 거꾸로 한다. 비정규직, 수입개방,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것인가? 모두가 기억하듯이 1997년 IMF. “시키는 대로 안하면 돈 안 꿔준다!” IMF뒤에서 미국은 개방, 정리해고, 규제철폐, 공기업 민영화, 이렇게 네 가지를 강요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이것을 다 들어주었다. 개방. 농업도 금융도 서비스도 제조업도 다 열었다. 정리해고. 1997년까지는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면 불법이었다. 조사받고 원상회복을 해야 했다. 1998년 정리해고법을 만들어 주었다. 마음대로 해고하라, 보장한 것이다. 규제철폐. 외국자본이 돈 버는데 방해되는 것은 다 ‘규제’다. 없애라, 해서 다 없애 주었다. 공기업 민영화. 국민 모두의 재산, 공기업을 시장에 내다 헐값에 팔아라, 다 팔았다. 개방, 정리해고, 규제철폐, 공기업 민영화. 시키는 데로 다 한 지 9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먼저 기업을 보자. ‘잘 나가는 수출’ 다 누가 하는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 등이 전체 수출의 31%를 차지한다. 그럼 이 알짜기업들은 다 누구 것인가? 현대자동차는 45~55%, 삼성전자는 55~65% 포스코는 70% 이상, 외국인들이 주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주주’는 90%가 미국과 영국, 즉 미국계 자본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업들은 미국자본이 다 먹은 것이다. “알짜기업이니까 먹었겠지?” 아니다. 100대 기업 주식 50% 이상, 미국이 다 먹었다. 금융도 마찬가지.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60%이상, 국민은행은 80% 이상, 미국이 먹었다. 제일은행, 외환은행, 한미은행은 아예 경영권까지 미국이 먹었다. 선진자본이라는 그 미국자본이 이처럼 우리경제에 60%이상 깊숙이 들어왔으니 우리경제는 좋아졌는가? 좋아졌다. 미국자본과 국내재벌들에게는 너무너무 좋아졌다.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팔면서 3조를 남기고, 론 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면 4조 5천억을 챙긴다. 단 하나의 기업이 단 하나의 거래에서 3조, 4조씩 가져가는 것이다. “투기자본이니까 그렇겠지?” 아니다. 삼성전자 2004년 경영실적을 보면 순이익이 10조 났다. 경비 다 빼고도 여전히 남은 돈이 10조. 그럼 그 가운데 얼마를 재투자했을까? 재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이 납품을 하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얻고, 그래야 경제가 돌아갈 것 아닌가? 그러나 삼성전자는 재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럼 그 어마어마한 돈을 어디 썼는가? 주식 가진 사람들 나눠줬다. 나눠주는 방법은 두 개. 하나는 직접 배당금을 나눠 주는 것. 다른 하나는 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매입한 그 주식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회사가 나서서 주식을 마구 사들이면 주식 값이 급격히 상승한다. 그런 다음 매입한 주식을 태워버리면 상승한 그 지점에서 주식 값이 안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떼돈을 벌었다. 왜 이렇게 했는가? “ 너 재투자하면 죽어! 다 우리 나눠줘!” 주식 50% 이상 가진 미국자본이 협박을 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너무 좋은 것이다. 자기 자신도 대주주, 이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 50대 기업 매출이 200조 대에서 400조 대로 115% 수직상승했다. 그럼 고용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매출이 115% 증가했으니까 고용은 15% 증가했을까? 5%라도 증가했을까? 오히려 0.4% 감소했다. 왜? 미국자본이 삼성전자처럼 협박하고, 기업 회장들은 이건희 회장처럼 좋아한 것이다. 개방, 정리해고, 규제철폐, 공기업민영화. 미국이 시키는 대로 9년을 해서 미국자본이 우리경제에 60% 이상 깊숙이 들어왔다. 그럼, 그들도 좋고 우리도 좋은가? 아니다. 그들만 일방적으로 좋다. 그럼 무엇이 들어온 것인가? 자본이 들어왔다? 아니, 자본이라는 이름의 ‘빨대’가 들어온 것이다. 봉급 받는 사람들 중에서 무려 2/3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임금 절반씩 줄어들고, 농민들 수입개방으로 빚 2억 3억씩 진 것. 그 엄청난 돈이 이 ‘빨대’를 통해서 바다건너 미국 자본가들 금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며, 그 일부는 이 ‘빨대’에 기생하는 국내 재벌들 검은 배속으로 줄줄 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