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한 정 헌/늘푸른 한의원 원장 올림픽 열기로 가득 찬 8월을 뒤로하고 이제 성큼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유난히도 덥던 여름 끝자락에 ‘유승민’이라는 청년하나가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탁구 등록선수가 대략 2000여명인데 비해 중국은 그 수가 대략 1000만 또는 2000만명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자면 유승민은 피땀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놓은 사람인 것입니다. 무언가에 진정으로 집중하여 열심히 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강화도에서 넉넉지 않은 집안의 아들인 유승민은 효성 또한 지극하여 후원으로 들어온 보약(補藥)을 아껴두었다가 부모님게 드리곤했다하니 어느 구석 미운곳 없는 청년입니다. 흔히 보약(補藥)은 봄, 가을에만 먹고 여름, 겨울에는 먹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으로 계절에 따라 쓰이는 보약(補藥)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봄에는 생리기능 중 기화작용과 비위의 기능을 돕는 약물 위주로, 여름에는 말초 혈관이 확장되고 정맥순환이 잘 안되거나 땀을 많이 흘리므로 이에 맞추어서, 가을철에는 체액 내분비기능을 보강하는 약을 위주로(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기 때문에 호흡기 건강을 지켜 주고 피부 과민을 방지하기 위해), 겨울에는 각종 음액(陰液-진액, 혈액·호르몬 등)과 신장(腎臟)의 기운을 도와주는 처방을 쓰는 것입니다. 보통 보약(補藥)이라 하면 녹용 등의 보양(補陽)제를 생각하는데 보양(補陽)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기혈음양(氣血陰陽)의 균형을 중시하여 체질과 연령, 몸의 상태에 맞게 약을 써서 정상적인 생리적 균형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보약(補藥)은 구성원리와 효능에 따라서 보기(補氣), 보혈(補血), 보양(補陽), 보음(補陰)약 등으로 나누는데, 그 적용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기(補氣)약은 기허(氣虛)증에 적용되는 것으로 온몸이 나른하고 맥이 없고 숨결이 좋지않으며 입맛이 없고 설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땀이 잘 나고 맥이 허약한 때에 좋습니다. 인삼, 당삼, 황기, 백출, 산약, 황정, 감초, 오미자, 대조, 꿀, 벌풀, 연자, 검 인, 우슬, 엿, 건율, 해송자 등의 약재들이 이에 속합니다. 둘째, 보혈(補血)약은 혈허(血虛)증에 적용되는 것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해지곤 하며 이명, 심계정충, 불면증 등이 있고 얼굴에 혈색이 없으며 맥이 가늘고 빠를 때, 월경부조가 있는 때에 쓰게됩니다. 숙지황, 백하수오, 당귀, 작약, 아교, 용안육 등의 약재들이 이에 속합니다. 셋째 보음(補陰)약은 음허(陰虛)증에 적용되는 것으로 신(腎)을 보(補)하며 음(陰)을 자양(滋養)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음액이 모자라 입안이 마르고 낮은 열이 나며 뺨이 붉어지고 손바닥, 발바닥이 화끈거리며 가슴이 답답하여 잠들 수 없고 식은땀, 기침이 나며 맥이 약한 때에 좋습니다. 구기자, 사삼, 백합, 천문동, 맥문동, 호마, 구판, 별갑, 현삼, 해삼, 석곡 등의 약재들이 이에 속합니다. 넷째 보양(補陽)약은 양허(陽虛)증 및 허한(虛寒)증에 적용되는 것으로 추위를 몹시 타며 허리와 무릎, 다리에 힘이 없고 배가 아프며 설사 경향이 있고 오줌이 자주 마려울 때, 야뇨증, 유정, 몽설, 신허(腎虛)로 오는 효천증 등이 있을 때 좋습니다. 녹용, 녹각, 음양곽, 산수유, 복분자, 토사자, 육종용, 익지인, 두충, 보골지, 호로파, 호도육, 파극천, 동충하초 등의 약재들이 이에 속합니다. 소화, 흡수기능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보약(補藥)을 먹어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소화, 흡수기능을 도와주는 약과 함께 보약(補藥)을 먹거나 소화기 치료를 먼저 하고 나중에 보약(補藥)을 먹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감기 같은 급성 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는 보약(補藥)을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쓰거나 치료제와 원기를 도와주는 약을 함께 씁니다. 보음(補陰), 보혈(補血)약에 속하는 약제를 많이 쓰면 비위를 상하게 하여 입맛을 떨어뜨리고 소화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건비소화(健脾消化)약을 적절히 배합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보기(補氣), 보양(補陽)약은 대체로 성미가 따뜻하거나 뜨겁기 때문에 음허화왕(陰虛火旺) 증상이 있거나 진액이 고갈된 상태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혈(補血)약, 보음(補陰)약은 대체로 성미가 차고 진득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양이 부족하고 습이 중초(소화기)에 많이 차있는 상태에 있을 때 특히 입맛이 없고 설사하는 경향이 있는 때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녹용을 먹이면 아이의 머리가 나빠지냐는 질문을 받게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조선시대 때 후궁들이 궁중의 녹용을 자기 아이에게 먹이려고 훔치는 경우가 잦아 어의가 꾀를 내어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라는 말을 퍼트려 이것이 와전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녹용은 어린이의 성장, 발육을 촉진하고, 간장 기능을 활성화시켜 환자의 조혈(造血) 기능을 촉진하며, 쇠약해진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데 현저한 효과를 나타내고, 신경 쇠약이나 병후 쇠약에 사용하면 강장 작용을 발휘합니다. 또한 장기의 기능을 강화하고 뇌세포의 활동도 활발하게하여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건강의 기본은 적절한 생활습관과 운동입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바쁘고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시기의 적당한 보약(補藥)은 성장과 건강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필자연락처 : ☎(02)2247-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