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폭설, 한숨짓는 낙농가 한송이 두 송이 흩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으로 변하더니 때아닌 폭설이 쏟아져 온 국민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충청도와 경북지역 곳곳에 시간당 10cm 안팎의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지난 3월 4∼5일 양일간 폭설로 인한 피해규모는 모두 6,7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작년 태풍 ‘루사’, ‘매미’의 피해로 인한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들이닥친 이번 악몽은 낙농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충남북 지역과 경북 지역의 낙농가 상당수가 이번 폭설로 축사가 붕괴되고 젖소가 죽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김완균 목장주(충남 논산시 연무읍)는 “한 송이 두 송이 흩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으로 변하더니 삽시간에 온세상이 하얗게 변했다”며 “내 70평생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봤다”면서 “눈이 진눈깨비처럼 물과 섞여 내린 탓에 무게가 더 실려 피해가 컸다 “고 말했다. 50㎝이상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사가 붕괴되어 많은 소가 압사하거나 부상당했고, 착유실 또한 파손된 곳이 많았다. 현재 소속 낙우회원들의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김영남 본회 논산낙우회장은 “우리 논산낙우회만 하더라도 47개 농가 중 29개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며 “우리 목장도 우사 3동이 전파되었고 1300여평 가량이 파손되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김 회장의 부인은 우사 위로 두껍게 쌓인 눈의 무게를 지탱코자 지렛대로 천정을 받치다가 지붕이 무너지면서 그 밑에 깔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한다. 폭설이 지나간 뒤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이번 폭설로 인한 2차적 피해 또한 갈수록 늘어가고 있어 농가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축사 붕괴에 따른 충격으로 임신한 젖소의 유·사산이 잇따르고 있으며, 축사붕괴로 인해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수용되다보니 젖소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유질과 유량이 급격히 떨어져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부상당한 소들의 폐사 또한 계속되고 있어 이번 폭설의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설로 인한 복구 작업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상당수 축사가 붕괴되어 소가 깔려 있는데도 눈에 길이 막혀 몇 일간 복구조차 못하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 사료마저 부족하여 젖소들이 탈진현상까지 보였다. 또한 일손과 자재의 품귀현상으로 복구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각 지역 군·경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복구인력은 턱없이 부족했고, 국내 철강제품의 품귀현상과 맞물리면서 축사 복구에 필요한 철제 파이프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가 계속 늘어가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폭설로 피해를 입은 충남북, 경북, 전북, 경기, 강원 등 전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하여 총 8,827억원의 복구비용을 투입키로 하였다. 하지만 피해복구비의 조건이 융자자금인 만큼 농가들 입장에서는 결국 부채만 늘어나는 격이 되어 차라리 폐업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고, 또한 1,800㎡(545평)를 넘는 낙농가는 폭설로 축사가 다 무너졌어도 정부로부터 단 한푼도 보조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대부분의 목장면적이 다수의 무허가 축사를 포함 1,800㎡가 넘는 낙농목장의 특성상 실질적인 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 / 김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