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원로에게서 한국낙농육우 역사를 만나다
월간 낙농육우는 창간 28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낙농육우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역대 협회장들로부터 협회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는 공간을 마련했다. 안타깝게도 작고사힌 분이나 건강상 인터뷰가 불가한 경우는 제외되었고 당초 각시대 사안별로 심도있게 다루려 했던 기획의도와는 달이 여건상 실현하지 못해 미진한 부분도 많이 잇디만 가급적 인텁휴에 협조하여 주신 고문들로부터 생생한 당시의 회고를 담으려 하였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영국의 역사학자 애드가 카는 말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려면 옛자취를 고찰하라는 말처럼 자랑스런 순간들을 통해서는 선배 낙농육우인들에 대한 존경과 자긍심 고취의 기회를,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는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를 통하여 낙농육우인 모두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낙농육우산업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우리 안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및 정리 : 이용일
창간특집 원로에게서 한국 낙농육우 역사를 만나다 >>
원로에게서
한국 낙농육우 역사를 만나다
월간 낙농육우는 창간 28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낙농육우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역대 협회장들로부터 협회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는 공간을 마련했다. 안타깝게도 작고하신 분이나 건강상 인터뷰가 불가한 경우는 제외되었고 당초 각 시대 사안별로 심도 있게 다루려 했던 기획의도와는 달리 여건상 실현하지 못해 미진한 부분도 많지만 가급적 인터뷰에 협조하여 주신 고문들로부터 생생한 당시의 회고를 담으려 하였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영국의 역사학자 애드가 카는 말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려면 옛 자취를 고찰하라는 말처럼 자랑스런 순간들을 통해서는 선배 낙농육우인들에 대한 존경과 자긍심 고취의 기회를,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는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를 통하여 낙농육우인 모두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낙농육우산업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우리 안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및 정리 : 이용일
농가 모두가
전문 경영인이 되어야...
초대 회장 김 태 신 고문
[1981.1.16~1982.3.2]
□ 김태신 고문님께서는 한국기업목장협회와 한국낙농협회가 통합된 한국낙농비육협회의 초대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협회의 옛모습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지요.
당시 정부가 여러부문 가운데 유사협회들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낙농육우 부문에서는 한국기업목장협회와 한국낙농협회 양단체도 하나로 합쳐진 것입니다. 난 단지 다른 사람보다 잘해서 회장이 된게 아니라 주위에서 나를 추대한 것뿐이에요. 그때는 사무국장을 볼 사람도 없어서 매일유업 관계자를 사무국장으로 영입했어요.
협회가 세워질 당시는 우유가 남거나 모자른 일들도 없어 별 어려운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재원이 부족해 협회운영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협회비를 유대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했는데, 법적 구속력이 없고 말들도 많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 김태신 고문님이 세우신 태신목장 하면 낙농가들에게 뿐 아니라, 요즘에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목장인데요. 과거 기업목장의 하나로 대표되던 태신목장의 시작은 어땠는지요.
난 고향이 평안북도였는데 1.4후퇴때 월남해서 부산에서 결혼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클 수 있는 사업을 벌이고 싶었습니다. 금속공학을 전공해서 파이프 제조업을 창업했는데 몸이 안좋아져서 1968년에 그만 사업을 정리했지요. 쉬면서 좀 알아봤는데 축산업이 유망할 것이라 생각해서 경기도 평택에 35만평 되는 땅에다 목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목장이름은 ‘평택목장’이었는데 처음에 50두를 분양받아 양어도 하고 원예도 겸업하면서 운영했습니다. 처음부터 제법 크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게 마침 내게는 경부고속도로 착공이라는 특수를 맞아 벌어들인 돈이 좀 있었어요. 그로부터 약 10년 후에 목장부지를 충남 당진으로 옮겨 지금의 태신목장을 세운거예요. 그러다 공대 진학하려는 아들 설득해서 서울농대 석사 졸업시키고 물려줬지요. 지난 2005년에 내가 손을 뗐으니 한 40년 가까이 목장을 한 셈이려나. 그 후에 목장도 커지고 낙농경영협의회니 종개협회 일을 하다보니 협회장을 하게 된 것입니다.
□ 농가들에게 선배 낙농인으로서 좋은 가르침도 많이 주셨을텐데요. 특히 손재주가 좋으셔서 철재로 만들어지는 설비에 대해서는 전문가였다고 들었습니다.
옛날로 말하자면 말하면 나를 선도농가로 생각한 것이지요. 아무래도 금속공학을 공부했었으니. 철재로 제작된 시설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지요. 지금 목장 사일로도 내가 직접 만들었지만 옛날에도 목장 사일로 시설 설계도는 내가 직접해서 필요한 이들한테 보급해줬어요. 예전에는 직수입 아니면 없었어요. 경쟁사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농기계나 기구들도 지역의 특색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져야 하거든요. 그렇지 못하니 못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생기는 거예요. 주변에다 원하면 언제든지 와서 배워가라고 했어요.
□ 몸은 좀 어떠신지요.
한달에 한두번은 병원으로 통원치료 중이예요. 내 나이가 여든넷이예요.
□ 나름대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으신지요?
나는 항상 일에는 욕심이 있었지만 돈이나, 자리 같은 것에는 별 욕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조금 아픈 곳도 있기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음을 편히 하며 살려고 노력한 게 비결이랄까. 돈이나 명예의 기회를 건강으로 맞바꿨지요.
□ 농가들에게 전하실 말씀은?
요즘처럼 농가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농가마다 전문경영인이 되어 체계화된 목장운영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농가 한명, 한명이 그런 고급화된 인재가 돼서 명맥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협회장 시기에 우리 회원들이 최소한 자기의 능력껏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런 바램은 지금도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겁니다. 협회가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앞장서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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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설 역량을 키우려면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4대 회장 김의수 고문 [1987.3.28~1988.4.10]
□ 요즘 건강상태는 어떠신지요.
내 나이 올해로 84세지만,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 건강합니다. 현재 OISCA 인터네셔널 한국총회 명예회장과 해인레져산업 주식회사(아델스코트 컨트리클럽) 운영을 맡고 있어 바쁩니다. 내 일을 돕고 있는 딸 아이는 내가 나이도 있고 하니깐 쉬엄쉬엄 하라고 하지만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아직은 괜찮아요.
□ 재임시절 김 고문님의 어떠한 점이 협회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1948년 부산에 한성수도 기계상사의 창업을 시작으로 1966년에는 한국기철공업(주)을 세우는 등 내가 젊어서부터 이것저것 사업을 시작한 것이 많아서 국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이 있었지요. 특히 축산에 관심이 많아 시작 한 것이 국내 최초의 기업축산이라 할 수 있는 해인농장(1973년 당시 경남 합천군에 설립)이었지요. 오랫동안 낙농경영연구회장을 맡고 있던 나는 1984년 협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이후 1987년 4대 협회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기업목장협회(1975.5.17 설립)와 한국낙농협회(1976.9.18)가 통합된 이후 해외 낙농선진국과의 국제교류가 매우 필요했던 시기에 나름대로 축적해온 국제 감각이라든지 수완이 발휘될 수 있었지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도 우리 낙농육우산업은 여러 교역 상대국의 수입개방 압력을 무던히도 받은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낙농육우인을 중심으로 우리 농촌을 지키는 길은 경영합리화도 중요하지만, 단 한사람도 빠짐없이 산적한 장애요소들을 하나하나 공동으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이러한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전국낙농육우인 지도자대회(1987.12.11~12)를 색다르게 진행해봤지요. 내빈축사 따위가 없었습니다. 정치색이 절대 가미되지 않은 대회를 위해 정부와 정당인을 일체 참석시키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이 당시 일부 낙농인들이 전국낙농인연합회를 결성한다고 며칠 전부터 창립총회를 열어 분열을 조장했던 때입니다. 그러니깐 이런 이원분리 위기의 발단이 1987년도 정부가 내놓은 ‘우유생산조절’ (행정예고)와 관련하여 이에 대한 철회촉구를 위한 전국낙농육우인 대회가 같은 해 8월 10일 예정되었는데 정부가 협회건의를 전폭적 수용하겠다 하여 이사회를 통해 무기한 연기키로 결의됐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농가들간의 견해차가 생겨 불협화음이 드러나 이를 회복하려고 협회 집행부에서 부심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던 때가 기억납니다.
□ 재임시 가장 기억나는 업적이 있습니까?
당시 수입젖소와 관련하여 농수산부가 업체별로 도입물량을 배정한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습니다. 당시는 유가공업체가 정부로부터 일정 규모 배당을 받아 시·군별로 선정된 소속농가에 분양하여 관리하고 그 입식 농가의 유대에서 소값을 공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서로들 더 많은 소를 배정받으려고 아우성이었는데, 농가들 입장에서는 유업체를 통해 배정 받으니 가격 면에서나 소의 자질 면에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당시 협회장이던 나를 비롯한 대단위 목장주들과 당시 축산신보의 윤봉중 씨 등이 중심이 되어 당시 농림수산부 방역과장이던 송찬원(전 축협중앙회장) 씨를 만나 교섭하여 협회가 농가에 직접 젖소를 배정하도록 했습니다.
□ 협회장직을 맡으면서 절실히 느꼈던 점이 있었을 텐데요.
지금도 협회비 거출에 어려움이 많은지는 모르겠네요. 당시는 서울우유 조합 농가들이나 기업목장 위주로만 협회비를 내다보니 협회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협회 직원들 봉급 주기도 힘들었던 어느 달에는 내 사재를 출연하여 겨우 버티어 나간 적도 있었지요. 그래서 당시 협회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 예전에만 있었던 잊지 못할 일도 있었을텐데요.
어느 때고 항상 지나친 관료주의가 문제이지요. 아주 예전에 제주도에서 사역하며 목축업도 겸하는 L신부와 만나서 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L신부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 인사를 하며 “요즘 파일로 플라즈마 병(소 진드기병)이 유행이라 모두들 힘들다던데 신부님 네도 고생이 많으시죠?”라고 물었더니, L신부가 대뜸 내게 이럽디다. “아니요. 사람 진드기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젖소수입이 절실했던 시기에 L신부는 네덜란드에서 젖소 50두를 기증받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 아무문제 없이 보내진 젖소 50두가 우리나라에 와서는 통관허가를 안내주더란 말입니다. 그거 허가 받으려고 담당 공무원과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일일이 만나며 설득하려고 해도 받지 못하다가 1달 이상이 지나서야 겨우 온전치 못하게 변한 소들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허울 좋게 절차니, 방침이니 운운하며 농가들 절박한 심정 가지고 골려먹는 짓들은 지금도 여전하지요?
□ 지금도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만 앞으로 고문님이 계획이 더 기대됩니다.
예전에 고 이병철 회장이 일본의 사이타마 현 농장을 보고 자연농원(현재의 에버랜드)을 세웠는데 나도 현재 골프장으로 전용한 70만평 부지에 지역 농축산물의 생산과 가공, 그리고 직판장을 보유한 특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예전에 같이 하던 원로들을 만나면 우스개 소리로 “우리 생전에 그거 완성되면 너가 농장장 해라” 그럽니다. 벌써 지역의 여러 농가들과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월간낙농육우 창간 28주년을 맞아 회원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현재는 농장을 운영하지 않고 다른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항상 축산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 축산전문지를 구독하고 있고 매월 배달되는 월간 낙농육우지도 꼭 읽고 나서 내가 아는 비육농가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우리 낙농육우산업의 역사만큼이나 그와 함께 하였던 협회가 머지않아 30년을 맞이한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가끔 예전에 함께 했던 원로들과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하나 둘씩 사라지니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모두들 한때는 이 산업을 위해 열정을 불살랐던 이들인데...
그러던 우리는 가끔 모이면 “요즘 농가들은 산송장이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농림수산부 관계자들이 감히 농가들을 불러내서 회의를 못했어요. 우리 농사짓는 사람들이 주인이고 우리를 돕는 행정기관이 그들인데. 축협이나 농협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요즘은 거꾸로 됐어요. 축산인들과 축산업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기관이 만날 일이 있으면 찾아와야지. 똥냄새 풍긴다고 무시하나, 어디 축산의 주인인 농가들보러 오라 가라 그럽니까!
농가들도 스스로 설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면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을 받던 시기에 마련된 국제 행사에 한 미국 농가가 신기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은 축산인들 모이는 행사에 카우보이 모자에 장화를 신고 참석들을 하는데, 여기 한국은 하나같이 정장에 넥타이 매고 온 사람들이군요.” 사실 당시 그 자리에 모인 우리농가들은 대부분 대단위 농가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미국인의 말에는 그네들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본받을 문제일 뿐 아니라, 반성해야 할 점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규모와 상관없이 촌각을 다투는 현안에 모두들 관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죠. ‘많이 키우는 농가들이 다 알아서 할 텐데 나 같이 몇 두 안키우는 농가가 그런데 관심 안가져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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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합만이
미래를 헤쳐나갈 길을 엽니다
5대 회장 지재선 고문 [1988.4.11~1988.12.1]
□ 요즘 어떻게 지내신지요?
올해로 75세 되는데 운동도 하고 있지만 평소에도 많이 움직이며 살려고 합니다. 3년 전 아내가 위암으로 먼저 갔는데 인생 사는데 그게 가장 힘든 일이더군요. 가끔 분가한 자식들이 날 찾아올 때면 덜 하지만 기쁠 때, 힘들 때 같이 했던 사람이 곁에 없으니깐 어디엔가 빠져 살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한 게 운동이지만.
□ 재임 당시의 낙농육우 산업의 상황은 어땠나요?
취임하면서 협회 산하의 지역낙우회 및 지회의 활성화로 전국 낙농육우인의 대동단결을 이뤄내고, 쇠고기 수입 문제, 원유검사의 공영화, 집유제도 일원화 등의 현안해결에 앞장서려 했었지요. 그때 뭐니뭐니 해도 제일 이슈 되던 게 미국의 쇠고기 수입 압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집회도 많이 했었습니다. 언젠가 개방이 되어버리면 가격하락이 불 보듯 할테지만 그때 분위기는 ‘일단 무조건 막아내고 보자’ 였습니다.
□ 여러차례 대정부 건의나 정당 고위인사를 만나 농가입장을 전달했지만 여러차례의 집회가 상당히 과격 양상으로 번지기도 한 것으로 아는데요.
심각한 소값 하락으로 소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위도 많이 했지만 1년 사이 쇠고기 문제만을 두고 벌어진 일들이 많았습니다. 쇠고기 시장 수입개방하자는 행사에서 똥물을 퍼부은 적도 있었고 한 번은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하는데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다친 회원들이 많았지요. 일명 백골단이라고 각목을 휘두르거나 돌팔매질을 해대는데 얼마나 치열했냐면 어떤 집회에서는 국회의원 중 한명이 경찰이 던진 돌 때문에 머리가 터진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 회원들 중에도 화를 주체 못해서 잔디밭에 불을 지르거나 멀쩡한 차량을 뒤엎어 버리기도 해서 대물손괴니 뭐니 문제도 많았지요. 그 때문에 협회서 탄원서도 보내고 했는데 그때 협회 임원들 중에는 여당이던 민정당의 지도장이 있어 일이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지요.
그때는 축산회관이 중구에 있어 늘 남대문 경찰서로부터 요주 대상이었는데 정보과 형사들 우리 때문에 골탕도 많이 먹었지요. 한 번은 협회가 준비하는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앞두고 형사들이 뭐 좀 캐낼 거 없나 들락거리는데 짐짓 모른 채 하며 직원한테 ○○○여관으로 숙소 잡으라고 지시 해놓고 일부러 다른 여관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연일 신문지상에 기사거리가 되니깐 농림수산부도 “맨날 그렇게 데모만 할 게 아니라 축산 잘되는 나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와봐라” 하더군요. 그래서 그해 가을경, 날 포함해서 일부 임원들이 이사회 결의에 따라 미국하고 캐나다 낙농선진지를 다녀왔습니다.
□ 근데 결국 그때 그 선진지 견학이 고문님의 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아는데요.
그런 샘이지요. 12월 열린 임시총회에서 미국, 캐나다 외유건과 관련한 비용의 협찬문제와 협회의 운영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당시 낙농선진지 방문에 대해서는 필요성도 있었지만 비용문제가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복항공료를 비롯한 비용조달 문제 때문에 일부 단체 및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게 되었는데, 그 사실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해왔고 나중에는 최종 거취의 결정까지 요구받은 겁니다. 그래도 거기에 동행한 임원들이나 내 입장에서 보면 무료로 많은 걸 배워왔으니 헛된 일은 아니었죠.
□ 그래도 취임때 포부도 있었고 재임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퇴를 하셨는데 회한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내 나름대로 낙농과 쇠고기 산업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니...
□ 오랫동안 낙농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고문님의 목장은 어떤가요?
1962년에 태안읍에서 낙농을 시작했습니다. 도입젖소 2마리로 시작했는데 가장 많았을 때는 280두까지 사육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서울우유 조합에 우유를 내다가 수원에 해태유업 공장이 들어서면서 해태에 납유하게 되었는데 1999년까지 내가 경영하고 장남에게 물려줬어요. 지금은 잠시 휴업 중이지만 최근에 축사도 신축되었고 해서 곧 입식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예전에는 농림수산부 장관 정도는 예약도 없이 만나러 다녔습니다. 왜? 우리 축산인들이야말로 축산업의 주인이니까! 농가들도 농가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하려면 협회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되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로비력이에요. 현재 축산업이 어렵지만 정말 농가들의 단합만이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여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승호 협회장도 바쁘게 뛰고 있지만 역대 어떤 회장보다도 활발하게 활동하니까 내가 다 뿌듯해요. 지금 FTA부터 시작해서 제도개편 문제까지 해결할 문제들도 많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큰 현안도 중요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국내에서 세계적인 낙농박람회가 열릴 수 있으면 합니다. 내 기억으로는 스텐 우유통으로 집유하던 것이 내 임기 쯤 해서 국내서도 탱크로리 집유차 체계가 보급된 것으로 압니다. 아마. 외국에 가보면 아직까지도 국내 현장에서 써먹을 해외의 우수한 축산기자재들이 많아요. 갈수록 경영비 절감이 항상 화두인데, 국내에도 더 좋은 시설들이 보급돼 많은 농가들이 효율적인 목장경영 효과를 거두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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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7대 회장 이윤우 고문[1989.2.27~1992.2.20]
□ 이윤우 고문님의 목장 경영연수는 상당히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낙농의 어제와 오늘의 차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으실 텐데요.
내가 낙농을 시작한 게 고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시작했는데 그때가 정확히 1962년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축산장려 5개년 계획에 따라 우리도 미국서 들여온 도입젖소 두 마리로 시작했는데 나는 서울대 농과 진학을 잠시 미루고 목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5일부터 납유를 했어요. 농고 재학시절 들판에서 풀 뜯는 소의 사진을 보고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어느 날인가 착유우 5두 기르는 이웃목장에서 우리 집으로 건초를 얻으러 온 날이 계기가 된 거지요. 그 당시의 젖소 한 마리의 가치는 한우 7∼9마리의 가치였습니다. 하루 세 번 착유해도 힘든 줄 몰랐지요. 그 먼 비포장 도로를 따라 자전거로 납유를 했는데 냉각시설도 따로 없었습니다. 우유는 탄통에 담아 운반하는 게 제격이었는데 그 탄통에 끈을 매달아 우물이나 시냇가에 담가 놓는 게 전부였습니다. 낙후된 것도 많았지만 낙농이 지금처럼 찬밥신세는 아니었지요. 5.16 이후 당시 혁명재판소장을 지냈던 최영규 씨가 예편 후 서울우유조합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우리 낙농의 힘은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만큼 막강했습니다.
□ 이윤우 고문님 3년간의 재임 중 모두 두 번 원유가를 인상해야만 했었는데요.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원유가 인상을 어떻게 두 번 할 수 있었을까요?
협회장으로 막 취임해서였던 1989년에는 협회 요구로 322원/kg에서 25.2%로 인상하는 403원이었는데 13% 인상되었고 1991년에는 5.2% 인상되었습니다. 처음 인상을 위해 활동할 때쯤인데 축협중앙회 송찬원 회장, 서울우유 권오걸 조합장 등과 함께 재경부의 모 실장을 만나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그 실장이 그러는 겁니다. “모든 게 낙농가들이 우유를 과잉생산해서 일어난 일이다. 원유가를 인상해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원유가 인상 이후 우유가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수급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유제품 수입개방으로 인해 수입물량이다. 절대 농가들이 과잉생산 한 결과라 볼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 원유가를 인상하고 나서는 청와대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더군요.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던 이양희 씨가 “이번에 원유가 5.2% 인상하는데 원철희 비서관도 힘을 썼으니 이 회장이 격려전화 한번 해주면 어떻겠어요”라고.
□ 재임 당시 이상구 신드롬으로 상당히 심각한 축산물 소비위축 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아는데요.
뭘 떠들려면 제대로 알고 했어야 했는데 선무당에게 놀아난 꼴이라고나 할까. 국민들이나 농가들이나 모두에게 파장이 엄청났습니다. 덩달아 휘둘린 국민들도 선정적 기사거리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사의 보도태도에 놀아난 피해자였고 농가들 입장에서는 우유나 고기는 나쁘다는 통에 오랫동안 소비에 지장을 받았습니다. 협회서는 당시 관련내용을 방영한 KBS에 사과방송을 요구했고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겠다고 까지 했는데 2년 후 또 한번 “우유와 고기는 암발생 물질”이라는 망언을 방송으로 내보내 문제가 되었지요. 나중에 캐나다에 갈 일이 있어 그곳 식품전문가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이상구 건강론에 대해 이야기 해줬더니 한참을 웃더라구요. 그것도 나라망신이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습니다.
□ 1988년부터 낙협설립운동이 일기 시작했는데 고문님 임기때 전국 낙협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논의가 한창 이뤄지던 낙농진흥법 개정과 관련하여 당연히 업종별 조합인 낙농업협동조합이 집유업무를 담당해야 하며 농수산부와 축협중앙회는 그 추세에 발맞춰 지역적으로 일고 있는 낙협설립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낙농진흥법 개정의 주요 골자는 원활한 생산조절인데 너무 우후죽순 격으로 낙협이 생겼어요. 경남낙협, 경북낙협, 강원우유협동조합, 지리산낙협, 동진강 낙협.... 서로들 인가받으려고 낙농진흥법 개정에도 혈안이었습니다. 진흥법 개정과 관련해서 정부는 정부대로 생각이 달랐어요. 모든 권한을 쥔 축산과가 한 발짝 뒤로 빠져있고 업무는 대행기관에 맡기려 했던 거지. 그게 오늘날의 낙농진흥회잖아요. 한마디로 정부 각본에 따라 조합장들만 죽어라 뛴 격이지.
하지만 난 서둘러선 안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낙농진흥법 개정안에는 생산조절을 위한 명분이 미약했어요. 대부분 그렇게 일단 개정부터 하고 보자는 바람에 결국 나는 비난받게 되었지요. 당시 낙진법 개정에 반대 또는 유보를 주장하는 이들은 무조건 간첩 취급 받덛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완벽한 법이야 없겠지만 무엇보다 법의 정신이 제대로 나타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지...
□ 축산진흥기금의 고갈로 학교 우유급식 보조가 중단위기에 처해진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1980년부터 실시해온 학교우유급식이 10년째 맞이하는 해에 전면 중단될 위기가 있었습니다. 우유급식을 위한 재원부족이 이유였었는데, 협회에서는 52억원 상당의 학교우유급식 보조금 지원을 위한 예산편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단체로부터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난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 씨, 대한주부클럽 김천주 씨, 소비자시민모임 강광파 씨 등에게 우리 낙농가들이 고향을 지킬테니 우리를 지지해라라고 당부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언젠가는 또 소비자단체장 중 하나가 “우유값이 너무 비싸다”며 “비싸서 못사먹으니 값을 내릴 필요가 있다”라고 하길래 논쟁을 벌이게 되었는데 “어디 우유가 물 값보다 싼지 비교한번 해봐라”라고 한 적이 있지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요.
아무튼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해요. 항시 잉여사태만 벌어지면 급식타령하다가 모자라면 얘기가 쏙 들어갑니다. 학교우유급식은 수급상태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업입니다. 학교나 군대가 무슨 갈 곳 없는 물량 처분하는 곳도 아니잖아요.
□ 고문님 임기때 코코아 분유 수입에 대한 대응활동이 많았습니다.
분유성분은 85∼90% 이상 함유되어 있으면서 코코아 조정 식품이라 하여 들여오는 수입물량이 국내 우유수급 상황을 흐려놓고 있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주요 수입업체들이 롯데제과, 해태제과, 동양제과와 같은 제과업체였는데 이들 업체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는데 결국 상품불매 운동을 전개하고 나서야 업체들로부터 수입중지를 하겠다는 일간지 사과광고나 낙농가에게 공식 사과한다는 내용의 합의각서를 받아내게 됐지요. 협회서는 아예 이를 계기로 유제품 함량이 25% 이상 함유된 코코아 조정품 등에 관세율을 최소 40% 이상 인상하고 당시 관세율체계를 바꾸도록 재무부에 건의까지 했습니다.
□ 지금이야 다행히 농식품부가 마사회 업무를 관장하지만 고문님 재임시절인 1991년 1월 1일부로 한국마사회가 체육청소년부에 이관되었습니다. 이를 막으려 많은 노력을 하셨을텐데요.
그때 그 일은 마사회 수익금을 노린 정치적인 계산속에 90년대 말 법을 개정하고 곧바로 이듬해 이관돼버리게 되었는데 이를 막으려고 탄원서,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타 단체들과 연대하여 백만인 서명운동도 벌였었습니다. 끝까지 뜻을 함께 할 줄 알았지만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당시 농림부 축산국장을 지내던 신구범 씨도 중간에 슬그머니 빠지고, 결국 나중에는 양돈협회, 양계협회 등은 명의만 빌려주고 내 사비로 행정소송까지 불사 했어요. 끝내 막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분이 풀리지 않던 터에 한번 독설을 퍼부을 기회가 있었지요. 협회 낙농순회강습회 기간 중 여주에서 행사를 갖게 되었는데 거기서 내가 인사말 순서에서 마사회를 빼앗길 당시 체육청소년부 장관이었던 정동성 씨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며 “여기 모이신 분들은 이 지역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정동성 씨에게 표를 찍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하늘을 보고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라며 한바탕 독설을 해댔더니 나중에 여주군청, 서초경찰청 등에서 전화가 오고 항의가 쏟아졌어요. 결국 그때 정동성 씨는 떨어지고 이규택 씨가 당선됐지요. 그래도 그렇게 당선된 이규택 의원이 낙농가들 목소리에 관심을 많이 가져줘 국회에 낙농문제가 전달되는데 도움이 됐잖아요.
□ 우리 낙농육우 산업의 과거와 오늘의 위치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요. 재임시 국내 낙농산업의 위상을 말해주는 일화가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회장 취임 후 얼마 안되 당시 농림수산부의 김동근 축정과장, 축협중앙회의 명의식 회장, 축산물유통사업단 박철우 단장, 종개협회 송찬원 회장, 통역담당을 맡은 해외협력실의 남성우 과장 등과 함께 대미통상사절단으로 참여할 일이 있었는데 현지에서 다른 동행인들보다 나를 환대하는 분위기에 조금 놀랐습니다. 미국에서는 생산자를 우대해주는 풍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워커에 야전점퍼를 걸치고 있으니깐 다른 사람들과는 복장이 특이해서인지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 듯 했습니다. 어느 현지 기자가 내게 물었습니다. “한국의 쇠고기 사육농가들은 미국의 쇠고기 수입 개방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그래서 난 “한국에서는 당신네들 쇠고기 원하는데로 수입할 수 있다. 단, 그렇게 되면 우리 소사육농가들은 한국에서 살기 글렀으니 우리 70만 소사육농가들이 미국에 정착해서 잘 살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회견장에 모인 많은 기자들이 폭소를 하더라구요. 그들은 그저 유머로만 받아들인 것 같아서, 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습니다. “내 말은 모두 진심이다.” 난 한국의 소사육농가의 대표로서 국내 농가들의 어려움을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노태우 대통령도 크게 웃으며 “말씀 잘 하셨다”라고 하더라구요. 얘기 한김에 하나 더 하지요. 노태우 대통령과 격의 없이 축산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그랬습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 축산이 도둑 맞았습니다. 마사회는 체육청소년부에 빼앗기고 유가공 및 축산물 가공허가권은 보건사회부에 뺏겼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언성을 높이니 이걸 보다 못한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이던 김식 씨가 나를 제지했지만 나는 다시 “각하 이거 되찾아야지만 축산이 제대로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김식 장관은 내게 “이 회장. 어지간히 하세요!”라고 핀잔을 줬지만, 당시 이양희 청와대 비서관은 내게 주의 차원에서 “다 좋으니깐, 각하 앞에서 ‘물태우’라는 소리만 하지 마세요” 라고 당부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정부가 축산이나 낙농의 중요성을 가볍게 봤더라면 그런 얘기들도 없었겠지요.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몇 년 전 당시 농림수산부 차관을 지내던 이명수 씨에게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낙농을 시작한지도 50여년이 되가는데 언제 그만둘지 알 수 없다. 내가 목장하는 지역에서는 나만큼 좋은 여건을 갖고 목장하는 농가들이 없다. 그런데 내가 더는 버틸 자신이 없으니 다른 목장은 어떤 상황일지 말하나 마나 아닌가. 내가 목장을 못하면 고양시에서 낙농할 사람이 없는 것이고 김포, 강화, 파주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에 낙농가들 다 사라져가는데 이대로 놔둘 요량이냐?”라고. 식량자급률 30%선이 무너지면 그 산업은 가망 없다고 봅니다. 왜 소련이 붕괴되었나요? 결정적으로 식량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지금 정부를 보면 축산의 미래는 거의 없어요. 정부는 입버릇처럼 농가들이 과잉생산한다고 하는데 두고 봐요. 앞으로 우유는 모자라게 돼있고 쿼터제는 사라질 것이니. 여기저기 틈새들이 드러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협회가 잘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협회를 자기욕심 채우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한국의 낙농을 걱정하며 노력할 이들로 채워야 합니다. 협회는 조합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선 안됩니다.
이제 예전과 너무 다릅니다. 우린 예전에 모두 겪어봐서 알겠지만 정부가 시설자금을 무분별하게 풀고 보니 농가들 시설 다 짓고나서 소 들여놓기도 전에 망한다고들 말하잖아요. 혹자는 그 자금 받아 노래방 차리다 망하기도 하고... 안그래도 농가들 망하게 생겼는데 빛까지 얹어 죽이는 것인지도 몰랐던 정부도 잘못이지만, 농가들도 정부의 보조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자세를 버려야만 합니다.
몸이 편해진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운동장에 톱밥을 깔아 놓아 똥 치울 일도 줄어들지만 소 발정 오는 것도 놓칩니다. 살만하니깐 1년에도 수차례 여행들을 가는데 왜들 그렇게 해외를 들락거리는지 핼퍼를 신청하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고급세단 몰고 다니면서 밤낮 수지타산 안맞는다 타령입니다. 이런 집은 차도 몇 대씩 갖고 있잖아.
왜 예전에 전농 회원들이 농지법 개정을 반대했었는지 아는가요. 경종농가들은 축산농가들한테 한이 맺혀있습니다. 한이! 형편이 나으면 더 넓은 마음을 갖고 솔선과 수범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낙농산업의 미래를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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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원로에게서 한국 낙농육우 역사를 만나다 >>
자기권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 정신이 더욱 필요
8대 회장 강성원 고문[1992.2.22~1995.2.17]
□ 요즘도 예전에 못지않게 바쁘신 일정을 보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신지요. 특별히 건강을 관리하는 비결이라도 있으신지요?
겉으로는 건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워낙 늙은데다가 30년 넘게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그리 건강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노후를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늙어서는 뭣이든 지나치는 것은 안 좋은 듯 해요. 첫째 사람은 늙어도 꿈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분수에 맞지 않게 일을 벌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강성원 고문님께서는 박정희 대통령 시기 1968년 확정된 축산개발 4개년 계획 추진에서부터 시작해서 초기에 낙농육우산업이 기틀을 잡아가는데 대단한 역할을 해오셨는데요.
5·16 군사혁명 당시 우리 한국인의 삶의 질은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라는 질곡을 안고 가며 생존을 위한 먹거리 걱정에 세월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당시의 국가 목표가 보릿고개를 없애고 국가경제를 세우는데 있어 자주, 자립, 자유를 민족의 이념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배달민족의 피맺힌 염원을 이룩하기 위한 일에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하면 된다.’라는 국민 신념을 일으켜 세운 박대통령 지도하에 미미한 한쪽 구석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을 광영으로 생각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 취임당시 어떤 소신을 갖고 협회를 이끌어 나가셨는지요?
낙농의 안정적 정착을 위하여 전 국민이 우유를 자유롭게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첫째, 제도의 기본틀을 바르게 짜는 일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둘째, 이를 위하여 낙농인들의 힘을 조직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을 수락하였습니다.
□ 고문님이 재임시 가장 열정을 갖고 활동하신 사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취임당시 목표인 낙농제도의 기본틀 확립을 위한 일의 첫 단추인 낙농진흥법개정작업에 주력하였으나 형식상 개정은 본인 임기 이후였으며 내실 있는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첫째, 계획생산제도(소위 쿼터제)를 국가단위로 통합과 공평의 원칙을 실현시키지 못했으며 둘째, 원유의 주인인 낙농가 조직이 우유 판매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협회의 조직을 활성화하는 일은 다행히 순조로워서 도 단위 조직이 매우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을 눈으로 보면서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 고문님께서는 축산물 수입개방이라는 외적인 어려움에 대응과 국내의 불합리한 제도상의 문제점 개선에도 앞장서셨는데요, 이들 중 재임시 가장 보람되었던 업적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나는 회장 재임기간 동안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 나약한 회장이었음을 고백하는 바입니다. 나는 젊어서 정치계에 몸담은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제도상 기본 틀을 짜는데 주력했는데 오늘날까지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입니다. 어쩌면 이 일은 이제부터 새로 짜는 정신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수입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낙농인들이 생업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 투쟁도 애써 했지만 결국 뜻을 관철할 수 없는 국제 교역의 흐름 속에 농축산물의 수평가격 경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원천적 약점이 우리에게 있음을 깨우치고 질로 승부하여 이기는 길 밖에는 없음을 깨달은 것은 작으나마 고심의 산물이라 할 것입니다.
□ 근대 낙농정책 입안에 고문님의 역할이 매우 크셨지만 이와 더불어 고문님의 재임시 도움을 주던 이들도 많았을 텐데요.
농축산단체는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행정관료나 협회의 간부가 국가차원에서 농축산업을 진흥시켜 국가안보차원의 식량자금 수준 향상 등 그 목표나 정신은 다를 바 없지만 그 각각 사고의 틀은 다르기에 기본적으로 상호소통이 쉽지 않은 면이 없지 않는데 내 경우는 각계에 친분이 두터운 이들이 비교적 많았기 때문에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가 정계를 떠난 지 오래 되었어도 늘 따뜻하게 대해준 많은 분들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 보통 우리가 겪는 낙농육우산업의 위기들을 두고 미증유의 사태니 하며 표현을 하지만 과거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던 모습들이었고 현재의 흐름을 볼 때 이러한 모습들은 쉬이 극복되기 어렵고 오히려 앞으로도 반복 될 것만 같습니다. 고문님께서 바라보시는 현재 낙농육우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 낙농육우 농가들이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농축산업 부문이든, 어디든 언제나 경쟁이 있을 것이고 경쟁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개혁, 갈등, 발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통이 있게 마련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잘못될 경우를 상상하고 겁을 먹게 되지요. 그래서 어떤 장애를 극복하고 나면 기쁨이 우리 것이 되고 얼마 있으면 또 문제는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단기 보다는 장기적 사고와 판단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예외적 방법으로 또는 임시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우선은 현할 수 있겠지만 연속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든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2006년 낙농이 정부의 축산업등록제에 등록하기 전까지 협회가 줄곧 정부에 요구해왔던 조건 중 하나가 무허가 축사 양성화였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 인정되었다던 무허가축사 양성화 조치가 고문님 임기에 해당하는 1992년 대통령 민생시찰 때 농가의 의견수렴으로 극적으로 이뤄진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무허가 축사 양성화는 일종의 특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축산업 중에서도 유독 낙농은 타 축산업에 비하면 장치산업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투자 요구가 커서 언제나 낙농인은 자금부족에 허덕이게 되고 일면 노동집약적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불법축사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이 되어 한번 몽땅 정상화를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게 되었고 다행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낙농에 한 단계 체제정비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관련 정부기관이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다소 복잡한 과정이 있었지만 원만히 이뤄져서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합니다.
□ 과거 한우협회가 창립되기 전까지는 우리협회가 한육우에 대한 활발한 농정활동을 벌여나갔습니다. 고문님 임기 때도 한우산업이 민족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육성되어야 함을 강조하시며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압력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응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아는데요, 오히려 요즘은 한우에 비해 정책적 혜택을 덜 받는 육우(홀스타인 수소)산업을 보며 과거부터 한우와 육우가 양립하며 탄탄히 성장해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원래 한우는 낙농육우협회에 속해 있었습니다. 대가축을 통합적으로 보고 관리하였던 점이지요. 한우가 낙농육우협회에 통합된 데에는 한우농가들이 스스로 단결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였습니다. 본인이 협회장 재임 시에도 한우분과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힘을 기울였지만 정부와 교섭함에 있어 단일창구를 인정받기 어려웠지요. 결국 본인이 종축개량협회장을 맡았을 때 전국한우협회 창립을 추진하여 지금은 가장 강력한 축산단체가 되었으니 경하할 일입니다. 한우는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단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요새는 육우산업(홀스타인 수소)을 정부나 관계자가 경시, 또는 홀대하는 듯 한 인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한우에 대한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육우산업은 국가와 낙농인 그리고 소비자 등 모든 관련 분야에 지대한 이익을 줄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절대 소홀히 취급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이 육우는 수입쇠고기보다 월등히 양질의 고기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한 협회의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 낙농육우산업이 직면한 문제들의 해법에 있어 누구든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농가의 단합을 이야기 하지만, 적잖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몸으로 실천하는데 있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합니까?
내 생각으로는 어느 품목집단을 봐도 낙농인들만큼 동지관념이 투철하고 용기있는 집단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바르고 깊은 현상파악과 희생적 지도력의 발휘만 뒤따른다면 결집된 힘을 발휘하는데 있어 어느 집단보다도 힘찬 활동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만 낙농인이 생산한 원유를 스스로 주체의식 속에 자신의 귄익을 확보하기 위한 단결을 이루려면 조직의 활기 속에서만이 내 이익과 힘이 있다는 생각으로 자기 희생정신이 더욱 필요하리라는 점을 일깨우고 싶습니다.
□ 고문님께서 보시는 우리 낙농육우산업의 전망과 바람직한 협회발전상이란 무엇인지요.
낙농이 됐건 육우가 됐건 낙농인의 명운이 달린 상품의 거래 교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품의 주인으로서의 귄리를 유지하는 것이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결이 필요합니다. 철저히 단결만 한다면 한국의 낙농업이나 육우산업은 절대불멸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협회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합시다.
□ 올해 6월로 월간낙농육우가 창간 28주년이 됩니다. 협회의 발전과 우리 낙농육우농가들에게 보내주실 축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낙농육우산업의 전도는 매우 밝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국제적, 국내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회의 활약이 지난날의 그 어느 때 보다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졌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협회는 낙농육우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회원들의 경쟁력의 총화는 바로 협회의 경쟁력으로 뒷심이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실 말씀을 요청드립니다.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과제가 하나 있어 이야기 합니다. 우리 한국사람은 5.16 군사정부 이후 엄청난 힘을 우유산업에 투여했지만 우유의 가치나 특성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 듯합니다. 그것은 낙농과 우유에 대한 올바르고 깊은 공부를 국민이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교육을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 국책으로 조직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새삼스럽게 무슨 교육이냐 할지 모르지만, 이 교육이 선진국이 되는 길이요, 국민을 강건하게 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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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원로에게서 한국 낙농육우 역사를 만나다 >>
협회 중심이 아니면
낙농산업 미래도 없다
9, 10, 11대 협회장 김남용 고문 [1995.2.17~2004.2.28]
□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그리고 특별히 불편하신데는 없으신지요? 근래 몸이 안좋아지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바삐 지낼 일은 없어요. 농협중앙회 이사 임기도 다 되었고 지금은 원로들 모임이나 나갑니다. 지난 해 동유럽에 9박10일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귀국 후 찬물로 샤워하고 잠깐 눈을 붙였어요. 새벽산행을 떠나기 위해 두세 시간 자고 나갈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구름 위에 붕 떠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응급실로 향해 응급조치를 받고 며칠 입원하는 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조금 늦었더라면 언어장애를 당하거나 눈이 멀 뻔 했습니다. MRI를 촬영하고 보니 뇌 손상이 많이 진행됐다고 하더라구요. 원래 먼 시골 가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오히려 응급조치를 잘 받을 수 있었어요.
□ 김남용 고문님이 지내오신 자취를 돌아보면 낙농육우 산업을 비롯하여 농업전반의 희비와 함께 해오신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농촌계몽운동과 농민의 대변자로서 활동하시게 되었습니까?
어릴 때부터 가축 기르는 것을 즐겼어요. 집에서는 안마당에 닭이나 토끼도 길렀고 학교에서는 생물반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교도 축산과로 진학했는데 재학 중 농촌동아리 활동하게 된 것이 줄곧 농촌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4-H 운동과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경기도 수원시 탑동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그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일이 밭 주인들한테 동의를 얻어가며 마을 길을 확장하는 것 등 농촌의 작업이나 생활환경을 바꾸는데 고민했었지요. 오래도록 굳어진 기존의 관습들을 하나하나씩 바꿔나가는 일이라 많이 힘든 일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것도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농민들은 보통 삼시 끼니와 곁참을 포함하여 하루 6끼를 먹는데 나는 이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4끼를 먹는 게 좋다고 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내 생각이 틀렸습니다. 실제로 이 사람들을 도와 일을 해보니까 6끼를 먹지 않고는 안되는 걸 알고는 더는 주장을 안했습니다.
□ 고문님께서는 역대 어느 고문님들보다도 협회에 몸담은 시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특이한 것은 협회장으로 취임하시기 전 조합이나 협회 전무로 재직하시면서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임하셨을 텐데요. 어떠한 소신을 갖고 협회를 이끌어 나가셨는지요?
본래 협회의 전신은 서울우유조합이 설립한 한국낙농협회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낙농정책에 대한 건의는 서울우유조합이 주도적으로 했었는데 정부는 일개조합이 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하여 보다 전국의 낙농가를 대변하도록 조직한 것이 협회였습니다. 사실상 기업목장협회는 낙농협회와 통합되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해산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당시 날로 활성화되는 한국낙농협회의 비중에 비해 그 존재의 이유가 사라져 갔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보다 더 많은 농가들을 대변해줄 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나는 협회로 오기 전에는 유가공협회에서 상무이사도 맡아봤지만, 생산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고 그것이 농가들의 생산기반 확립과 소득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항시 염두에 두었습니다.
□ 과거 체육청소년부가 마사회를 관장하던 시절, 김남용 고문님께서는 한국마사회 농림부 환원 투쟁위원회 공동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농림부로 환원시키는데 앞장서셨습니다. 이러한 고문님의 노력이 크나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마사회의 업무는 1990년에 농림수산부에서 체육청소년부로 이관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농림부로 되찾아오게 하도록 했는데 특히 1998년 농업계, 학계, 시민단체 연대를 통해 한국마사회 농림부환원 투쟁위원회 결성으로 본격적인 대정부 및 대국회 건의활동을 전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농축산단체로 결성하여 추진 사무국을 우리협회 안에 두고 전담하게 되었는데 WTO협상 등으로 인해 그 당시 농축산업계에서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문제였는데 2000년 12월이 돼서야 국회서 마사회 농림부 환원이 결정됨으로서 바로잡히게 되었습니다.
□ 지난 일이지만 협동조합 개혁추진에 앞장서신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들이 많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성토와 협박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농축협 통합이 이뤄진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제품 수입개방이 최대 이슈였고 정부가 협동조합 개혁안(1999.3.8)을 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농민단체 주도의 원만한 협동조합 개혁이 이뤄지도록 하는데는 누군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했기에 사무국을 협회 안에 두고 협동조합 개혁 추진 범농업인 연대(협개연) 상임대표로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본래 수입축산물에 국내산과 비교하여 차액만큼 부과된 금액으로 조성된 축산진흥기금이 있었는데 당시 이 기금이 고갈된 것이 문제였었어요. 그나마 지역축협에서는 신용사업을 해서 겨우 버텨 나가나던 때였습니다. 지역축협에서는 나중 조합원들에 배당을 목적으로 출자금을 조성하여 축협중앙회에 적립했는데 중앙회에서는 축산진흥기금이 없어 이 기금에 손을 대다보니 문제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악화되기 전에 농축협을 통합하자는 거였습니다. 많은 불만들을 들어야 했지만, 지금도 그때의 제 생각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통합된 후에는 농협 조합원들은 또 그들대로 불만이 많았습니다. 통합과 관련하여 농협이 축협에 27억원의 출자금을 무상으로 대준 것이 못마땅했는데 “가만히 놔둬도 무너질 축협, 다 망하고 나서 통합할 것이지, 뭐 하러 돈까지 대주고 통합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 노조도 가세하여 몰아붙이는 분위기에 농협중앙회도 쉬쉬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별로 아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 낙농자조금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기여하신 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사실 낙농자조금 제도의 도입을 위해 협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노력했었습니다. 1998년은 낙농가들에게는 원유가 인상이 필요했던 시기였지만 당시 IMF로 우유소비가 둔화되다보니 분유재고가 16,000톤까지 쌓이는 사태가 발생되는 상황 속에서 원유가 인상에 대해 겨우 정부를 납득시킨 것도 조속히 낙농자조금제도를 실시하겠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이후 우유소비홍보를 위한 TV 공익광고 캠페인을 최초로 도입하였고 북한 어린이나 불우이웃을 돕는 ‘사랑의 우유 보내기 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벌여나가고 학교급식의 실태나, 우유의 소비증진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 방안 마련 연구 등의 연구사업을 실시해왔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인 사업전개로 낙농자조금 제도의 정착을 유도한 결과, 2006년이나 돼서야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다지고 또 다져온 사업이 지금의 낙농자조금 사업입니다. 의무자조금제도가 시행된 지금 새로운 무임승차자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수입유제품들입니다. 이제 FTA 시대에 수입의 폭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소비홍보를 하면 할수록 수입유제품도 덩달아 그 덕을 보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내 임기때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수입유제품에 자조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 낙농제도개편이 절대 필요한 지금도 그렇지만, 집유체계의 일원화, 그리고 원유검사의 공영화가 절실했던 과거에는 낙농진흥법 개정이야 말로 낙농가들의 염원이었습니다. 여기에 김남용 고문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는데 설립취지와는 달리, 2002년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시작으로 2003년 추가감축대책 등의 여파를 들며 여전히 첫 단추를 잘못 넣은 격이라고들 합니다. 낙농진흥회는 강제가 아닌 임의 가입이었기에 집유일원화를 실현시킬 수 없었다는 태생적 한계가 그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으레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낙농가들이라면 갖게 되는 생각은 같을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모순을 바라보는 김남용 고문의 회한이 남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라는 기본인식이 중요합니다. 진흥회는 우유의 수급조절이나 가격안정과 같은 낙농발전 과제에 더 골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터로서의 인상만을 남겼습니다. 농가 주장은 무조건 집단이기주의라고 일축하고 정부의 흐름에는 여과없이 따르다보니 그런 겁니다. 어떻게 보면 협회가 낙농발전을 위해 정책개발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돼요. 하지만 생산자 입장이 번번이 묵살되니 협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번 원유가 인상 당시에도 그랬듯이 협회가 주장하면 진흥회가 적극적으로 인상논리를 뒷받침 해줬어야 제 할 일을 했다고 하는 거예요. 오로지 낙농만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진흥회 설립당시의 순수한 목적은 상실하고 정부의 시녀 노릇만 해서는 안됩니다. 잘못된 정책은 강행에 앞장 설 것이 아니라 바로 잡아줘야 할 낙농전문기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농가들 피해를 외면하는 자세라면 앞으로도 협회와 마찰을 빚게 되는 겁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잉여유차등제 실시 당시, 사실 서울우유조합 입장으로서는 조합원들인 농가들이 총회에서 결의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 고문님의 재임시 업적으로 말하자면 농림부로 축산물 가공업무 일원화를 실현시킨데 앞장서신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압니다.
농민단체와 연대하여 소비자 단체들의 동의 받아내었고, 이후 행정쇄신위원회에서의 동의를 받아내는 한편, 국회의원들 방문활동으로 관련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도록 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법안통과를 위해 155명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일일이 서명작업이나 개별 구두동의를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 우리 낙농육우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자면 첫째도 둘째도 농가의 단합일것입니다. 농가들의 단합으로도 불가항력적인 사안이 있었지만, 모두가 대동단결을 꿈꾸면서 두 갈래, 세 갈래 목소리로 나뉘는 바람에 협회로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기도 하였습니다. 더구나 그 이후에도 일부에서 협회에 적대적인 자세를 갖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앞에 둔 협회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협회 이사들이 자기 몫을 해야 합니다. 이사직을 무슨 목적을 위한 자리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지역에서 협회의 방향을 충분히 알려주는 역할을 맡게 되는 거예요. 그렇지 못하니 이사회에서 결의할 때 가만있다가 꼭 총회때 엉뚱한 말들이 나오는 겁니다. 불협화음이 나타나는 지역은 다 그 임원의 잘못입니다. 만약 우리 농가들에게 협회가 없다고 생각해봐요. 아무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하소연에 귀 기울이지 않아요. 조합도 한계가 있어요. 진짜 생산자단체는 협회예요. 협회가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도록, 또 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협회비 관계를 임원들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제대로 안되고 있잖아요. 우리 낙농도 예전에 농가수가 많았을 때는 우리 주장이 잘 먹혔었지만 요즘은 한우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지금 다 한우산업 위주의 정책이잖아요. 해마다 농가 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우리 낙농에게는 필요한 것이 결집력입니다. 외부에서 ‘낙농가들 함부로 건드리면 안되겠구나’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려면 협회를 중심으로 한 농가들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 2003년 말 지역순회 강습회 기간 중 김남용 고문님께서는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당시 진흥회 농가 폐감축대책 의결에 따른 납유거부 사태 등이 누적되어온 가운데 지역 정서가 험악해진 상황에서 고문님께서 엄청난 심적, 육체적 압박을 받으셨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지도자로서 많은 소회가 있었을 텐데요.
충북지역을 돌 때였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부가 원유감축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해 5~6월 전국적으로 납유를 거부하고 원유를 폐기했을 때 대체 뭘 했느냐며 일부 농가들이 성토하였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어요. 대장이 세 군데가 꼬여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솔직히 야속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농가들이 협회를 몰라줘도 너무 몰라준다고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 황영구 고문님이 작고하신 관계로 인터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김남용 고문님께서는 전무직 시절 황영구 고문님을 회장으로 보좌하신 경험이 있으셨는데 김고문님께서 기억하시는 황영구 고문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고 황영구 고문님(1915~2006)은 1982년에 2대 회장으로 취임하셨고, 1988년 11월 갑작스럽게 생긴 협회장 공백기간에 주위 권유로 6번째 협회장으로 취임하셔서 협회가 정상화되도록 하는데 노력하셨습니다. 청렴하고 의로운 분이셨어요. 늘 원리원칙을 중시하셨는데 그에 따른 사리판단으로 뒷 문제가 없었습니다. 협회의 정관이나 각종 규정을 제정한 것도 그분의 재임기간때 이뤄진 것이에요. 늘 문제지만 그 당시도 협회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불순한 무리들이 있었어요. 한번은 충남 성환 지역에서 농가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치들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협회 이름을 팔아 전국의 소사육농들을 상대로 수집한 소를 도축장에 팔아넘겨 차액을 챙기는 자들이었는데 이들의 농간에 황영구 고문님은 검찰에 고발당하셨지만 무혐의 처리되셨습니다. 그 자들은 몇몇 임원들을 매수해서 이사회에서까지 좌지우지 하려고 했지만 황영구 고문님은 끝까지 맞서셨습니다. 그렇게 강직하신 분을 오랫동안 모실 수 있었던 것도 내게는 값진 기억입니다.
□ 김남용 고문님도 13년 동안(1982~1995) 협회 전무로 재직하시면서 협회 운영상 많은 어려움을 몸소 겪으셔서 잘 아실테지만,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농촌진흥청장을 지낸 김인식 전전무가 협회를 떠났을 때 느낌은 남달랐을 것으로 압니다.
김인식 전무, 협회에 있는 내내 애 많이 썼어요. 협회에 입사해 일반직부터도 그랬고, 특히 내가 협회장으로 있을 때 전무로 일하면서 잘 도왔어요. 오직 농업이나 낙농관계만 생각하던 친구였는데 그러던 그 친구가 협회에서 마음이 멀어지게 됐던 것은 2003년 여름, 전북 고창에서 원유생산 감축대책과 관련하여 감산결정에 불만을 가진 농가들에게서 심하게 곤욕을 치르게 된 일 때문이었을 거예요. 협회 전무를 그만둔다 하는 걸 겨우겨우 만류했는데 나중에는 정부에서 부름 받아 떠나게 됐어요. 농업관계에서 그 친구가 해줄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걸 가지고도 말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가 잘 해서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으로 간 건데, 주변에서 오해도 많이 받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들었어요. 나중에는 농촌진흥청장으로 일하다 내려온 걸 보고는 일부에서 앞으로 여생 편히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돈 좀 벌었겠구나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들어갈 돈도 많을 텐데 요즘 매우 힘들 거예요.
□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김남용 고문님께서는 낙농육우 산업 뿐 아니라 농업·농민 전체의 권익신장에 힘쓰셨는데요, 굵직한 농업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전체 농업계의 힘을 한데 모은 김남용 고문님의 숨은 노력이 주효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문님께서는 현재도 농축산업계의 원로로서 각종 농축산업의 현안 해결에 있어 조언자의 역할을 해주시고 계신데 마지막으로 우리 농가들에게 전하실 말씀은?
원유가 인상하는 모습을 과거와 비교해보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사회전체가 우리 축산업을 보는 시각이나,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입지 같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1960년대였던가요. 그때 지금의 중랑교 뚝방 근처에서 낙농을 하던 부속목장의 신자일 씨가 노다지 한 이야기가 있는데 “우유 값을 한번 계란 값하고 비교해봐라. 우유 한 컵 값이 최소한 계란 한 알 값만큼은 돼야 하지 않느냐”라고 하더란 말입니다.
농가들이 목소리를 하나로 낼 수 있는 창구는 오직 협회밖에 없습니다. 다른 곳은 없습니다. 협회 중심이 되지 않고는 낙농산업 미래도 없습니다. 여러 목소리 가진 집단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요. 둘로 나뉘면 반감되는 게 아니라 아예 제로가 되어버립니다. 최소한 협회 직원들이 낙농산업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은 농가들에게 있습니다.
□ 올해 6월로 월간낙농육우가 창간 28주년을 맞게 됩니다. 협회의 발전과 우리 낙농육우농가들에게 보내주실 축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협회에 있을 때는 월간낙농육우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매월 글을 써냈는데 나에게 할애됐던 ‘메아리’ 코너는 농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주로 정부를 향했던 글이었어요. 밖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고 농가에 도움 되는 밖의 소식을 충실하게 실어주는 책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농가들 뿐 아니라, 낙농육우 산업에 관련한 종사자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수고를 해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