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혜 영 한국낙농육우협회 과장 말머리에.. 우유소비 확대 대책이 거론될 때마다 학교우유 급식이 거론된다. 우유소비를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안이라는 판단에서 일것이다. 물론, 우유가 식품으로서의 영양적 우수성 때문에 일찍부터 급식으로 공급하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되어왔고, 우리나라 식단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의 섭취정도에 크게 기여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때문에 학교우유급식은 학생들의 체위향상과 올바른 식생활 형성이라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실시해온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자...,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학생들에게 우유를 먹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말이 먹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꼭 우유를 강제적으로 먹여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우유급식을 처음 실시한 80년대 초와는 달리 국민 식생활 개선에 따른 영양적인 측면이나, 소비자 기호가 많이 바뀌었으니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낙농산업이나 낙농가를 위해, 우유소비를 위해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우유를 먹이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문제를 접근해야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듯싶다. 학교우유급식 문제.. 어제, 오늘일 아닌데.. 얼마 전 농림부 주도로 학교우유급식 실태조사가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학교우유급식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학교우유급식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해하고 학부모 또한 대다수 우유급식을 원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이들이 흰우유를 잘 안먹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나마, 하루 종일 담임교사와 생활하는 초등학교의 경우는 교사의 지도에 따라 급식을 한다고는 하나, 중·고등학생은 실상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주1회 정도 가공유가 급식되면 아이들이 잘 먹는데, 학생들이 선호하는 가공유 급식을 원하면서도,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공유를 학교급식으로 한다는 것은 양심에 꺼린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말인즉슨, 학생들이 흰우유보다 가공유를 잘 먹긴 하지만, 과연 가공유를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이 옳은 가에 대한 문제로 해석된다. 가공유 급식만이 대안일까? 어찌되었든 학교급식실태조사 이후, 농림부는 학교급식에 가공유를 포함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초등학생이 아닌 중·고등학생에 한정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과연 가공유가 학교급식으로 적합한 것인지, 우유소비확대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가공유 급식은 우유급식의 본래의 취지를 스스로 져버리는 것이다. 불과 2년전, 소비자보호원(소보원, 현재 한국소비자원)의 가공유에 대한 보도로 우유소비 위축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소보원은 웰빙을 강조한 우유(가공유)가 탄산음료와 비슷한 수준의 당을 함유하고 있으며, 포장단위로 비교할 경우에는 오히려 콜라보다도 당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검은콩 우유 등 소위 웰빙을 표방한 가공유의 소비가 급증하던 때였는데, 이러한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가공유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데 반해 흰 우유소비는 조금이나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선례를 바탕으로 흰우유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교육으로써, 학교우유급식의 취지를 정확히 인식시켜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우유급식 자체에 대해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찧는 꼴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가공유에 대한 그릇된 오해를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1회씩 흰우유 대신 가공유를 급식할 경우,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은 오히려 흰우유보다 가공유를 고급우유, 우수한 우유로 오해할 수 있다. 소보원이 대정부 건의사항으로 제일먼저 제시한 것이 가공유의 “우유”명칭 사용 금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에서 흰우유과 가공유를 같이 병행할 경우, 가공유도 우유와 똑같다며 가공유 섭취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는데, 앞으로 소비자단체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셋째, 가공유 급식이 우유소비확대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농림부가 가공유를 급식하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조금이나마 가공유 소비를 통해 조금이라도 우유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공유급식이 우유소비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물론 우유를 안먹던 학생들이 가공유를 급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우유소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흰우유를 먹던 학생들도 원유 50% 정도인 가공유를 먹게 된다면 과연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나 학부모 단체에서 우유급식의 문제를 제기하여 학교급식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러한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가공유 급식을 하겠다는 속내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우유급식과 학교우유급식 통합 필요.. 그렇다면, 학교우유급식을 확대시킬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연초 협회가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분리하여 실시되고 있는 문제를 우선으로 꼽고 있다. 양자를 분리하여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 인데, 중국은 신선우유의 공급자체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와 낙농유업의 산업여건이 다른 것이다. 미국이나, EU는 우유와 식생활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모든 초·중·고 및 야간고교,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학교급식과 함께 우유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협회가 그 동안 여러 차례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하는 학교우유급식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항상 되돌아오는 말은 교육인적자원부, 학부모의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인데, 학교급식 통합문제가 단시일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 단계씩 점진적인 노력과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물론 낙농가들이 요구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우유급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농림부가 실태조사를 한 것과 같이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부, 농가, 유업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유업체 측면에서 학교우유급식은 글쎄다. 학교우유급식 단가가 너무 낮아 이윤이 없다는 것이다. 싸다고 무조건 좋고 경쟁력이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실제로 학교우유급식단가가 시중 판매가격의 50% 수준이다 보니, 저렴하게 학생들에게 공급한다는 취지와 무색하게 오히려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유와 다른 게 아니냐, 즉 품질이 떨어지는 우유가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고, 또 유업체는 나름대로 학교우유급식 확대에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 우유소비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학교우유급식 확대가 급선무 되어야 한다면, 소비자와 실질적인 접근이 가장 용이한 유업체가 학교급식 확대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여건과 메리트를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우유급식 품질 및 인식개선을 위해 교사나, 학생 연령별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고, 우유급식을 원활히 하기 위해 대리점 납품 기피를 해소하는 것도, 냉장설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유당불내증 등 체질적으로 우유가 받지 않는 학생들과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유제품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고려해 볼 만한 문제이다. 결론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건강증진대책 11대 과제’를 선정하고, 정책추진을 위해 정부, 지자체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보도가 신문 여러 면을 차지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탄산음료를 오는 12월부터 학교 내 판매를 금지토록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소보원에서 지적했듯이 탄산음료보다도 당이 높은 가공유의 학교우유급식 포함과 절대 무관할 수 없다. 솔직히 요즘은 아이들이 밥도 잘 안먹는 시대이지 않은가? 학생들이 흰우유 대신 가공유를 선호한다고 해서 가공유를 급식하는 것은 밥보다 피자를 선호한다고 해서 피자를 급식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스스로 원칙을 어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 동안 낙농산업발전대책에 대한 논의를 해오면서, 협회가 항상 요구해왔던 것은 모든 제도개편에 앞서 우유소비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유소비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가장 먼저 학교우유급식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우유급식 확대를 위한 대책에 있어 당장 눈앞의 것만 보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우리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은 우유급식 존폐에 대해 논의하게 될 수 도 있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