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수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교수 ｜낙농시론｜ 낙농업의 의무자조금사업이 조속히 정착되기를 지난 2월 24일은 우리나라 낙농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날이었다. 그간 우여곡절의 진통도 있었지만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의무자조금제도의 도입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낙농업의 개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만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원유의 수급불균형현상은 잉여원유차등가격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낙농산업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 개방된 문을 강압적으로 닫을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오늘의 수급불형문제를 해결하는 우선적인 과제는 시유의 소비확대를 통한 국내산 원유의 수요를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정투자를 많이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이 필요함으로 그 생산·공급이 매우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낙농가는 자기가 생산하는 원유가 시장에서 초과 공급될 때에 생산을 단기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생산량을 감축하지 않고 농가의 실질소득을 꾸준히 유지·증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생산된 원유를 팔 수 있는 시장이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 안정을 위해 낙농가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유통관리 수단이 국내산 원유를 이용해서 생산하는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소비촉진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촉진활동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소비촉진비용이며, 이 비용은 해당 축산물의 소비촉진활동을 통해서 이익을 직접적으로 수혜하는 해당 낙농가 모두가 의무적으로 분담하자는 제도가 낙농 의무자조금제도가 아닌가. 의무자조금제도의 도입하겠다는 결정이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의무자조금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슬기롭게 풀려야한다. 첫째, 자조금의 운영·관리주체인 축산단체와 낙농가 그리고 거출금의 수납기관이 상호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대위원 투표에 의해서 징수키로 결정된 자조금의 납부에 대한 수납을 집유업자나 유가공업자(이하 수납기관이라함)에게 위탁하게 되며, 해당 수납기관은 징수된 자조금을 축산단체에 지급하게 된다. 이는 전적으로 수납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사항이다. 여타 축산물과는 달리 원유는 산지유통이 투명하여 자조금의 수납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수납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는 의무자조금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데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부문이다. 둘째, 조성된 자조금이 합리적으로 사용되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산자조금법은 “자조활동자금은 자조금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바에 따라 축산단체가 운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더불어 “자조금의 조달 및 운용에 관한 회계를 명확히 하고 다른 회계와 독립적으로 구분·계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축산단체는 자조활동자금의 조달 및 운영에 관한 결산보고서와 사업계획서를 대의원회의 승인을 얻어 공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조금이 그 자금을 조성한 낙농가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집행되지 못하도록 철저한 법적 조치가 강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조금에 대한 사용 용도도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홍보와 낙농가 및 소비자에 대한 교육 및 정보제공사업, 우유와 유제품의 자율적 수급안정을 위한 사업 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축산단체가 자조금을 운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자조금 조성액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자조금은 법의 취지에 따라 그 운용·관리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대부분의 자조금이 국내산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촉진을 위한 사업 즉,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홍보 및 광고와 PR사업, 소비자 영양교육, 조사연구, 제품개발사업 등에 장·단기적 계획에 따라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배분·사용됨으로서 국내산 원유를 사용한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확대를 위한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낙농자조금의 실질적 집행은 자조금관리위원회의 운영 및 사무를 지원하게 되는 자조금관리사무국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자조금관리사무국의 자조금에 대한 업무집행은 낙농가의 매우 중요한 관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조금을 관리·운영하는 자조금관리사무국은 기존의 생산자단체와 업무의 유기적 협조관계는 유지하되, 생산자단체가 갖는 본래의 업무와 자조금업무가 혼돈·중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배제시킨다는 차원에서 자조금관리위원회는 물론 자조금관리사무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철저한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자조금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축산법은 농가가 조성한 자조금에 상응하는 범위의 금액 내에서 축산발전기금을 대응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지원이 있다고 할지라도 자조금사업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한다. 낙농산업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에 있어서도 수급안정이나 방역사업 등과 같은 정부가 해야 할 사업과 자조금사업으로 추진해야할 사업도 엄격히 구분해야한다. 다만 낙농자조금제도는 많은 낙농가를 비롯한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공익에 관계되는 제도임을 고려하여, 자조금사업에 대한 업무·회계 및 재산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감독 및 협조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자조금사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자금 지원정책은 한국적 자조금제도의 바람직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자조금사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자금 지원은 어느 경우라도 감소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매년 정부의 철저한 예산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낙농자조금사업은 어느 특정 낙농가의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낙농산업의 이해관계자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에 의해 추진되는, 스스로의 사업인 것이다. 야심차게 시도되는 낙농업의 의무자조금사업이 꼭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