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길로 가자! 장 종 수 천안낙농농협조합장 동이 트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이른 새벽시간에 여러 명의 직원은 이미 어느 농가의 우사 앞을 지키고 있었다. 원유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절박한 심정으로 유업체와 대치하는 것이다. 농장주는 이러한 직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농가의 이익을 위하여 조합보다는 유업체로 직접 납유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고, 유업체에서는 원유확보를 위하여 모종의 메리트를 조건으로 규모 있는 목장만을 집중 공략하며 한 농가를 가지고 전사적 차원에서 밀고 당기는 현상! 이미 옛날의 추억이 되었지만 이것이 얼마 전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 후 낙농진흥회가 수많은 공청회를 거쳐 발족되었지만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이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낙농진흥회의 이상은 무엇이고 종막을 고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낙농정책의 획기적 대안으로 태어난 낙농진흥회! 전국의 우유 수급을 조절하고 유가공 업체의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수단이었지만 근본취지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진흥회는 초창기 7~80%의 가입으로 출발하여 가입되지 않은 농가는 점차 확대하여 전국의 집유일원화가 최종목표이었으리라 하지만 몇 해를 못 넘기고 가입농가 확대가 아닌 정반대의 현상으로 탈퇴 농가 및 단체가 늘어나 2~30% 미만의 농가만 남게 되었으며 급기야 또 다른 제도를 선택하여야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이어졌을까? 아마도 법적 구속력 약화에 있지 않나 싶다. 농가의 선택에 있어서 낙농조합과 유업체의 이해타산에 의하여 가입의 선택권이 부여되었고, 정부의 정책방향은 한쪽으로 편향되어 우유가 남아돌아 전 농가가 동참하여야 할 시점에서도 진흥회 농가만 도태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진흥회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들은 또다시 서글픔에 잠겨야만 했고, 비 진흥회 농가는 진흥회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 정부에서도 과거의 시행착오를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농림부는 새로운 낙농산업 발전에 관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공청회 및 학계,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중에 있다. 이러한 시기에 농림부는 낙농산업발전대책협의회에 시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우유시장 구조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고, 낙농조합을 규모화·전문화해 지역별 원유 계획생산 및 수급조절 실천주체로 육성하며 농협중앙회는 낙농조합 지도기능 외에 조합별 쿼터관리, 조합의 판매기능 육성지원 등에 대한 낙농분야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유체계 개편에 관하여는 진흥회 농가와 비진흥회 농가를 구분하고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다시 진흥회 농가만을 직결체제로 간다면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이원화가 될 것이 자명할 것이고 새로운 제도 또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이원화로 골 깊은 상처를 만든 것은 낙농산업 종사자 모두의 책임임을 자성하여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생산자들이 합심하여 한길로 가야한다. 그래야만 낙농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것이요, 우유수급 조절에 낙농가의 참여와 협조를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역할분담이 필요하고 상호 협조 하에 절충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려면 우선 누구나 낙농산업 발전이라는 큰틀에서 강한 법적규제 하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제도이건 누구나 만족할만한 제도는 없는 것이며 참여하에 상호보완하여 상생의 길로 가야한다. 이제는 사소함을 버리고 대의명분을 위하여 한길로 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