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직결체제, 정부가 먼저 믿음 줘라! 박 천 서 대전 충남우유농협 조합장 우리나라 낙농산업은 쌀이 주식인 농경사회에 부족한 단백질원을 공급함으로써 국민건강증진과 더불어 농촌 경제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이러한 낙농산업이 지금은 ‘위기의 낙농’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으며 관련단체 지식인들이 머리를 모아 그 해결책을 찾고자 밤낮없이 매달리고 있다. 그 많던 협동조합 가공 공장이 폐쇄되었다. 낙농진흥회에다 투자한 금액을 가공조합에 투자했다면 한국낙농은 지금과 같이 원점인 직결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시점에 또 다른 정책이 시행된다 한들 어느 누구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을 못할 것이다.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낙농정책은 제갈공명도 모를 것이다. 신뢰는 중요하다. 1년 365일 부모님상을 당해도 착유를 해야 하는 우리낙농가들이 정부를 믿고 따르도록 확신을 주지 않으면 직결체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낙농진흥회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진흥회 설립 당시 낙농산업의 가장 큰 목적인 우유수급안정을 깨끗이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현실을 무시한 법 개정과 진흥회를 통한 간접집유, 유업체를 통한 직접집유의 2중 구조를 이룸에 따른 집유일원화의 실패 등 각자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누구하나 낙농산업의 내일에 대해서는 가슴깊이 걱정하고 책임지는 기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낙농인들은 지금에 안주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우리는 ‘낙농진흥회 실패의 원인이 누구에 있느냐’를 가리기 전에 또 다시 제2의 낙농진흥회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여야 한다. 각각의 낙농관련분야로써 정부, 유업체, 전문기관, 학계가 모여 여러 대안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먼저 정부가 낙농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한 직결체제로의 전환과 3년 후 가공원료유한도수량제 실시, 그 이후 용도별차등가격제를 적용한 ‘풀’제의 도입으로 원유의 잉여량 문제해결을 통해 원유수급조절의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낙농가의 기본쿼터의 감축과 집유비, 검사비 등에 대한 생산자 부담으로 또 다시 낙농가 특히 진흥회 농가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낙농산업의 대안에 대해 답답하리라 생각되지만 정부는 단지 손을 떼기 위한 대안이 아닌 낙농가과 유업체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되도록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웰빙열풍이 생활 요소요소에 불고 있다. 물론 유제품 시장에도 안전성과 건강성을 지향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시대적 요구는 각 분야별로 우유소비촉진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생산자인 낙농가는 생산비를 줄임으로써 고품질의 원유를 저가에 공급하여 개방화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을 구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축산업 등록제”, “친환경직불제”, “악취방지법”등 친환경적인 제도를 기반으로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생산단계부터 위생적이고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며, 유업체는 다양성, 기능성을 겸비한 제품들을 개발·공급함으로서 국내 유제품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유통구조의 개선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우유의 소비확대를 위해 힘써야 한다. 협회에서 자조금사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우유소비홍보는 단지 낙농가만을 위함이 아니기에 유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win-win(상생)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함을 직시해야 한다. 낙농시장은 시장경제원리에만 맡겨진다면 교섭력이 부족한 낙농가의 피해는 불 보듯 뻔 하다. 정부는 낙농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조사와 자료를 통한 낙농진흥계획 및 지원방안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그간 정부정책에 대한 낙농가의 불신임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낙농산업은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 유업체, 낙농가는 물론 학계 등 관련단체들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문제해결방안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또 모아야 한다. “苦盡甘來(고진감래)”란 말이 있듯이 반드시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우리 낙농산업이 안정적인 산업으로 거듭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