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등록제 무허가 축사 양성화 등 대책마련 후 실시해야 박 성 진 전업농 신문 부장 축산업 등록제가 낙농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올 12월 26일까지 등록을 완료할 계획이고 낙농가는 이의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친환경 축산이 대세라는 데는 정부 낙농가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바다. 이같은 공감에도 불구, 왜 축산업 등록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을까. 정부는 축산업 등록제가 구제역·돼지콜레라 등 악성 가축질병 발생시 주변 농장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여 초동방역이 즉각 이루어질 수 있고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 공급과 친환경 축산 등 선진 축산 도약을 위한 기반 구축에 필수적인 제도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낙농가들은 축산물 등록제가 적용될 경우 낙농 산업을 국가가 강력히 통제, 중소 농가를 퇴출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특히 축산업 등록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무허가 축사 현황이 그대로 노출돼 건축법 등 타법의 제재로 인해 대부분 낙농가가 범법자로 몰린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업 등록제 전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낙농가들은 축산업 등록제를 따를 경우 두당 가축사육시설 면적 확보로 경영 악화에 따른 소득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사육시설 면적 고시에 따른 피해 방지책도 요구하고 있다. 낙농가들은 이와 함께 미등록 농가에 대한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도 과중한 만큼 이의 완화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낙농가의 요구에 대해 농림부는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는 적법하게 축산업을 영위하는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 무허가 축사 난립 등을 감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외 다른 문제들은 앞으로 실태조사 후 생산자 단체 등과 협의,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상에서 축산업 등록제를 들러싼 정부와 낙농가간 입장차가 명확해졌다. 낙농가들은 무허가 축사 양성화 문제를 가장 우선 시되는 축산업 등록제 선행 요건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낙농가들은 무허가 축사 난립은 과거 정부의 낙농 진흥책과 전업화·규모화로 가는 과정에 대두된 측면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준 설계에 따라 처음에 소규모 낙농을 영위하다 규모화되면서 축사 이어짓기로 상당한 축사가 무허가 축사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낙농가들은 10여년 전만 해도 50두 정도면 대규모 농가였으나 이제는 100여두 정도가 돼야 입에 풀칠이나마 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따라서 규모 확장에 따른 시설 보완이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낙농가들은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 없이는 축산업 등록제 참여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농림부가 축산업 등록제 도입시 ‘축사’ 대신 ‘가축사육시설’ 개념을 도입, 축사의 무허가 또는 허가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주장하나 등록 후 건축법 등 타법에 의해 단속이 이뤄질 경우 대부분의 낙농가는 범법자로 내몰리고 과도한 벌금으로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등록제는 무허가 축사 양성화 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농림부가 주장하는 무허가 축사 양성화 후 다시 무허가 축사 난립, 타 부처와의 협의의 곤란성, 법을 준수해 축산을 영위하는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 등에는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축산업 등록제가 한 산업을 뿌리부터 흔드는 구조조정이라면 무허가 축사 등 대부분 농가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수립한 후 착수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정부는 타법에 의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법률 위반을 한 축사 등을 제외한 현재의 대부분 무허가 축사를 양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 신축되는 축사는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무허가 축사 난립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축산업 등록제 시행에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은 소독시설 설치 및 분뇨처리시설이다. 낙농가들은 소독설비 및 분뇨처리시설 등 등록기준을 갖추기 위해서는 축산업 등록제 시행기간을 2010년까지 유예해 줄 것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낙농가들은 당초 등록제의 취지와도 맞게 축산분뇨자원화를 위해 일본과 같은 ‘가축분뇨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원하고 있다. 분뇨처리시설에 대해서는 요건완화와 함께 분뇨처리시설에 대한 보조를 확대하고 축분자원화 방안 마련, 지역간 퇴비 판매 활성화 조치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산업 등록제가 친환경 축산을 향한 진일보된 정책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시행에 앞서 축산업계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은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낙농가들의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축산업 등록제 관련 소위원회까지 구성, 축산업 등록제 유예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와 낙농가는 머리를 맞대고 친환경 축산을 위한 축산업 등록제 실시와 무허가 축사 양성화 등 낙농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