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욘사마) 사진의 의미 독도 문제로 한창 나라전체가 시끄러운 가운데에서도, 일찌감치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독도문제는 현재 협상중인 한·일 FTA 체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만을 보더라도, 개방화 시대의 FTA 체결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추세에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21일 ‘일본 낙농산업의 현황 및 한·일 유제품 무역 가능성’이란 주제로 ‘한·일 낙농 국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날의 세미나는 낙농의 어려운 여건을 반영하듯 장시간 동안에도 많은 참석자들의 관심으로 진행되었고, 한 일본인 교수가 주제발표시에 손에 들었던 사진 한 장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이 일본인 교수가 손에 든 사진은 일본에서 소위 ‘욘사마’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연예인의 사진이었는데, 이 교수는 현재 일본에서 한창 한류열풍이 불고있다고 하면서, 우유팩에 ‘욘사마’ 등 인기 배우의 캐릭터나 사진 등을 실으면 일본의 여성 소비자에 크게 어필 할 것이라는 예를 들며 설명했다. 청중 모두가 웃음으로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에서는 벌써 FTA 체결에 대비하여 소비자의 성향이나 심리까지 연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국경이 없어지는 개방화 시대에서 우리 낙농육우 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농가 스스로만 깨끗하고 위생적인 우유를 생산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우유를 마시는 소비자·국민의 욕구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우리는 우유 소비량이 늘기는 커녕 줄어들어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우리 우유가 국민의 건강과 체력을 지키는 제2의 식량으로서 대접받기 위해서는 우리 낙농가의 노력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한 우리우유를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마련해야 한다. 또한, 그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깨끗한 우리목장 가꾸기 운동”선포식을 이날 세미나 개최 직후에 가진 이유도 크게는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전하고 깨끗한 우유처럼, 우리의 생활공간인 목장도 농가 스스로 보다 더 깨끗하게 가꾸어 민원 발생 등에 대해 사전대비해 보자는 취지였고, 더 큰 의미로는 ‘국민과 함께하는 우리우유, 깨끗한 우리목장’의 캐치플레이로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에 있다. 도지회를 중심으로 농가의 자발적인 운동으로써 “깨끗한 우리목장 가꾸기 운동”에 앞장설 것을 공개리에 선포식으로써 밝힌 만큼, 선포식이라는 행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선포식을 계기로 그 취지를 다시한번 농가 스스로 되새기고, 성숙한 마음자세와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소리없는 아우성 지난 3, 4년간 낙농가들이 목장에서 내쫓겨 아스팔트에서 울부짖어서 그랬는지, 그에 비하면 요즘의 낙농상황은 그나마 조용한 듯 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지금 우리나라 낙농산업 전체가 뒤숭숭하고, 술렁이고 있다. 내 목장, 나아가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로 목표마저 상실하고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농업·농촌 발전대책’중 낙농정책으로는 ‘집유체계의 직결체제 전환’, ‘원유가격의 유업체와 생산자의 자율 결정’을 발표하였다. 소위 ‘농업·농촌 발전대책’은 대통령이 우리 농업회생을 위한 참여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서, 향후 10년간 농업부분에 11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데에 따른 세부정책이며, 우리 농업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낙농 정책 부분은 어떠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며,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수차례, 아니 수십차례에 걸쳐 지적한 바 있다. 유업체와의 직결체제 전환자체가 낙농산업의 근본적인 정책이 되지 못함을, 또 아무런 농가 안전장치 마련없이 직결체제로 전환해서는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임을 말이다. 현재는 낙농진흥회 출범 이전의 상황과는 다르다. 어떠한 대책도 없이 유업체와의 직결체제로 전환하여서는 낙농진흥회 출범 이전의 문제가 그대로 발생됨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개방화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시대에 비해 어려움은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진흥회 출범 이전 당시 정부고시가격이었던 원유가격 마저 유업체와 낙농가 스스로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더군다나, 농림부가 일괄적으로 직거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최근들어서는 희망농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직거래로 전환하겠다며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의 의도대로 단계적으로 직결체제로 전환된다면, 유업체 직결체제 전환에 따른 농가 안전장치 방안 마련은 더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며, 설사 기준원유량을 상향조정 받고 직결체제로 전환한다손 치더라도, 농가 안전장치 마련없이는 그 기준원유량도, 원유가격도 담보받을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때문에 집유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의견수렴과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낙농진흥회 농가가 언제까지 막연히 피해를 받고 있어서는 안되므로, 먼저 기준원유량을 원상회복한 이후에 말이다. 더이상 탁상공론은 필요없다. 목장현장에 한번이라도 더 나와보고, 농가 한사람의 의견이라도 더 수렴해서 우리 농가, 우리 낙농산업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왜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정책을 믿지 못하는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농가들이 못살겠다며 머리띠를 조여매고 소리질러야만 농가의 실정을 알아 줄 것인가!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이 소리없는 아우성에 보다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