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 두 글자의 힘… 작년 연말, 올 연초부터 각 유업체는 자사농가의 쿼터량을 삭감하였다. 또 모유업체는 쿼터제 도입을 발표하며 공청회 개최를 통해 생산량의 대폭적인 삭감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언론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우유수급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는 원유가 인하설을 게재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연초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우리 낙농가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작년 2월 농업농촌종합대책을 발표한 이래 “집유체계의 유업체 직결전환과 원유가격의 유업체와 생산자의 자율협의”를 낙농정책 기조로 삼고, 낙농에 손을 떼는 작업을 시종일관(?) 추진중에 있다. 자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해 8.16낙농인총궐기대회이후 삭발단식투쟁기간 중이던 8월 2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낙농진흥회 농가의 기준량 문제를 직결체제전환 문제와 연관지어 해결하는 농림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대다수의 농해수위원들은 질책의 목소리가 뜨거웠다. 새삼 옛기억을 떠 올리는 건, 그 때의 즐거운 사건은 바로 단합된 우리 낙농가의 힘과 논리력이 성공한 하나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요즘 집유체계 개편에 대한 논란이 많다. 협회는 집유체계의 직결체제전환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우선 기준원유량 원상회복부터 하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정부와 협상에 임해 왔다. 유업체는 묵묵무답, 아직 손해볼 게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낙농진흥회는 직결체제 전환을 서두르며 진흥회 기능전환에 골몰하고 있다. 대부분의 낙농가라면 유업체의 횡포를 잘 알고 있다. 낙농가가 거래교섭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업체가 조사하는 원유검사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직결체제 전환을 가정한다면, 예전의 낙농진흥회 설립이전과 달라진 것은 농가별로 쿼터가 있고, 쿼터배정은 객관성이 배제된 체 유업체 마음대로 결정한다. 또 원유가격을 낙농가와 유업체가 말이 협의한다고 하지만 거래교섭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얼마전 쿼터제 시행을 앞둔 모유업체가 공청회를 열었으나, 농가의 반응은 역시나 냉담했다. 이 회사의 쿼터제도는 이렇다. 회사는 집유소별로 쿼터를 배정하고, 개별농가의 쿼터량 설정은 해당 집유소장이 알아서 하고 매년 쿼터량을 조정하는 데 그 기준은 전년도 시유판매량으로 한다니, 결국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쿼터량 설정에 대한 농가 합의도 없고, 매년 쿼터 기준에 대한 객관성도 없다. 직결체제 전환시 부지기수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병폐를 대비하기 위해 협회는 기준원유량 원상회복 후 농가안전장치 마련, 기준량 보장, 검사공영화 등 직결체제 세부사항을 정부가 제시하고 공론화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주장해온 것이다. 지난 12월 협회주최 심포지엄에서 저명한 한 교수님은 직결체제는 지금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차선책일 수는 있으나 개인적으로 궁극적 해법으로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도 없다고 말하면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은 낙농가의 몫이며 순수한 생산자단체인 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해야만이 정부와의 협상시 강한 교섭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제하였다. 지금의 문제는 우리가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낙농정책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협회를 믿고 단결하여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떡줄 사람인 농림부는 낙농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 데, 그 근본적인 정책기조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낙농의 역사를 뒤로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생산자조직간의 이원화가 아닌 일원화된 목소리로 우리의 진정한 발전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우선 이웃의 낙농가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우리의 동지이며, 한시대 한산업 그리고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동반자이다. 그들이 없는 나, 또한 영원한 생존을 장담하기는 힘든 것이다. 우리 한번 굳게 뭉쳐서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바로 “단합” 두 글자의 힘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