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도 식량이다… 자급률부터 세워라! 장 용 문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윈스턴 처칠은 “한 나라가 그 장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투자는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여두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유를 생산하는 세계 각국의 낙농인들은 애국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애국자들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1980년대 중반 4만7천여호에 달하던 낙농가의 수가 2004년말 현재는 1만호 이하로 줄었고, 그 감소추세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바로 개방농정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낙농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국산원유의 생산성은 세계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져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판에, 90년대 초 WTO 출범 이후 유제품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우유수급 불균형 문제가 터져 나왔다. 실제 지난해만 해도 유업체들의 혼합분유 수입 물량은 3만6천7백61톤으로 전년 실적 1만8천9백25톤보다 무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다. 2000년 농·축협중앙회 통합 이후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영상태에 있던 낙농협동조합 대부분이 유가공 사업 포기 또는 소멸과 합병 등으로 축소일로에 있다. 생존의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 낙농가들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했다. 지난해 그 뜨거웠던 8월에 낙농인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에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서 낙농인들은 피땀 흘려 생산한 생명과도 같은 우유를 길거리에 쏟아 부었고,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을 비롯한 낙농지도자들은 집회 이후 20여일간 목숨을 건 삭발단식투쟁까지 벌였다. 이미 지난 6년동안 낙농인들이 납품하는 우유값은 동결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생산을 제한하고, 초과되는 물량은 분유로 준다는 상식 이하의 처사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도 농민들의 자조조직이라고 자부하는 농협중앙회는 침묵으로 일관, 낙농가들의 비난을 샀다. 농협중앙회가 미리 대정부 농정활동을 통해 낙농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 낙농인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거리로 나오지 않게 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어떻든 문제의 심각성은 최근 원유수급 불균형의 책임이 정부의 잘못된 낙농정책 때문이라는데 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낙농진흥회를 설립하면서, 낙농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모화, 전업화가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농민을 설득하면서 시설비 등 자금을 빌려주면서까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낙농가들은 빚을 지면서까지 정부정책을 믿고 따랐으나, 결국 우유수급 불균형 문제의 책임을 떠안고 말았다. 더욱이 올들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작년 전반기까지만해도 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던 사료가격이 30%이상 올랐고, 기름값·인건비 인상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부채에 시달리던 낙농가들은 생계에까지 위협을 느끼게 됐고, 살아남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유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원유가격을 13% 인상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낙농가들이 정부를 보는 곱지 않은 시각은 여전하고, 오히려 정부가 낙농업을 폐기처분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낙농가들이 요구했던 낙농진흥회 기준원유량 원상 복귀문제를 비롯한 축산업등록제 10년 유예 등은 여전히 미해결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낙농산업은 쌀과 함께 우리의 중요한 식량산업이고 미래에 대한 투자다. 낙농산업을 시장의 원리에 맡겨서는 안되는 것이고, 더더욱 강제적 구조조정은 안된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낙농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낙농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낙농정책에 대한 낙농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원유의 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원유수급에 대한 분명한 낙농정책의 지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생산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낙농가 소득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WTO협상에 따라 자국의 낙농업을 지키고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00∼2010년까지 10년간 원유자급률을 75%로 올리고 연간 원유생산량도 1.5% 신장을 목표로 하는 낙농육우근대화 기본방침을 정부차원에서 발표했다고 하지 않은가. 또한 대북 원유지원을 정례화, 국내 낙농산업의 활로를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남측의 원유 잉여물량을 해소하고, 식량난으로 극심한 발육부진 상태를 보이는 북측 아이들에게 우리 우유를 공급함으로써 통일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낙농가들이 강력히 요구하는 낙농진흥회 기준원유량 원상회복과 축산업등록제 유예문제도 농민출신 농림부장관 취임을 계기로 전격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낙농현안들이 해결되기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낙농인들의 대동단결이다. 이미 자조금제 실시로 대대적 우유소비촉진 홍보활동을 벌이는 등 그 가능성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낙농인들이 한데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스스로의 권익을 지켜갈 수 있는 것이고, 낙농산업의 회생도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