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정(事情) … 미래에서 배우자 민 병 호 한국 영농신문 편집국장 개인이건 사회건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또 다른 사람 다른 사회로부터 배운다. 후진국이 선진국을 못사는 사람이 잘사는 사람을 모델로 하는 것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예컨데 지구촌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서로 다른 발전단계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같은 환경에 부딪치고 있다. 또한 지구 규모의 변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결국 과거의 경험이나 좌우의 모델은 시원한 해답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욱더 어렵게 만드는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어지럽고 거칠고 불안스럽다. 경제는 IMF이후보다 더 어렵고 정치권은 신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비롯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계법, 여기에 우리 농업의 최대 관심사항인 쌀시장 개방, 축산업등록문제 등등 실로 우리 국민들은 혼돈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원인을 따지다 보면 우선 정부와 정치권을 원망하게 된다. 사상의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을 개탄하기도 하며 결국 정치를 잘해야하고 국정이 바로 잡혀야 되겠다고 말하게 된다. 그렇지만 실로 남을 욕하고 싫어하게 되며 공연히 열을 내다가 주변 사람과 말싸움까지 하기 마련이다. 남을 단정지어 나쁘다고 하면 할수록 원망과 미움만 늘고 말하기 싫고 보기 싫은 사람만 만드는 셈이니 나라걱정 한다는 노릇이 아무 유익이 없이 후회스럽게만 될 뿐이다. 그럴수록 서로간의 정은 메마르고 각박해지고 국력은 약화되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조용히 돌이켜 보면 남에게서 찾은 비난거리가 나 자신에게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남의 탐욕과 건방짐과 조급함을 탓하지만 실은 자신의 숨겨진 욕심때문일 경우가 오히려 많다. 사람들이 욕망만 많다고 하지만 나 자신 지금 누리는 이 많은 것에 대하여 감사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남이 오늘 저지르는 저 잘못이 실은 변화되고 성숙하기전에 나 자신이 범하던 행동도 오히려 옳은 것으로 잘못 믿었던 그 일이기도 하다. 저들 가운데도 조만간 때가 이르면 알게 될 것인데 이것을 못참고 미워하고 있으니 바로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실은 누구나 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역사의 전개도 다 사정이 있고 최근 우리를 혼돈스럽게 만드는 일도 다 사정이 있기에 순탄히 흐르지 못하고 굽이굽이 휘감아 돌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一喜一悲’(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분노를 금치 못한다거나 개탄을 일삼을 것이 아니다. 알만한 사람이 딴 짓하던 것도 불가피한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이요 나라 망치는 일 같아 보이지만 본래는 다 잘되자고 한 일이 중간에 자꾸 틀어지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노라고 하는데도 일이 안풀려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쪽 저쪽 다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이래서 미래에서 배우자는 새로운 제3의 접근방법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과거를 체계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현재를 설명하는 길이고 다시 미래를 예측하는 방편이 있듯이 거꾸로 일관성 있는 미래의 이미지를 과학적으로 설정해서 거기서 현재에 관한 통찰력을 얻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늘 이른바 총체적 난국이라고 묘사되고 있다. 갖가지 견해, 온갖 처방이 시도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처방을 내리거나 준비중에 있다. 아쉽게도 그 처방이 우리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 내려질지가 의심이 된다는 점이다. 오늘 인류사회는 나라 안팎에서 유례없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그 변화를 거부하는 대신 적응하지 않으면 개인이건 사회건 국가건 보다 많은 희생을 치를 뿐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변화에 내재한 원리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서로 헐뜯고 남 아픈데 헤집어 상처내는 일은 그만 좀 했으면 한다. 남을 미워하고 저주해 보아야 부메랑이 되어 그 화살이 다시 내게 돌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