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읽기 <2004년 11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바탕 즐거운 추석명절도 지나고, 가을걷이에 온통 바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 명절도 연일 떠들어대는 메스컴의 경기침체와 우울한 소식에 파묻혀 버렸다. 낙농이야말로 좋을 것도 나쁠것도 없어 보이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도 원유값이라도 올랐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을법도 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 9월 13일 농림부와 열린우리당 당정협의회에서 낙농문제와 관련 해법(?)을 내놓았다. 원유값은 13% 수준에서 타결될 수 있도록 조율하고, 낙농진흥회 농가의 기준원유량 조정요구에 대해서는 유업체와 직거래체제로 전환하는 농가에 대해서 상향조정하기로 하였으며, 축산업등록제 유예 문제는 당초 계획대로 2005년말까지 등록을 완료하기로 하고 ’05년부터는 각종 축산정책사업 추진시 미등록농가는 제외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도대체 무슨 곡절인지 궁금하다. 최소한 낙농가들의 절박한 심정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보았더라면, 이런 원론적인 협의내용이 나올 수 있었을까? 모든 선진외국에서는 낙농을 주요 국가기간산업으로 간주하고 우유만큼은 자국민에게 반드시 자급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낙농에 대한 올바른 가치인식은 고사하고라도 낙농가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좀체 들으려 하지 않는다. 너무나 냉소적이다. 아무리 낙농가들의 요구가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정부나 정치권은 귀담아 듣고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본이며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현재 낙농문제는 지난 UR협상 당시 혼합분유 등 수입유제품에 대한 국경보호조치책 마련의 실패와 낙농진흥회 출범이후 수급예측 등 정부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며, 축산업등록제 역시 충분한 공론화나 여론수렴절차 없이 강행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낙농인들은 모두 불안하다. 앞으로 정책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로인해 또 어떤 회오리가 불어닦칠지 말이다. 어떤 정책이든 간에 설령 고통이 수반된다 하더라도 미래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한여름 여의도 아스팔트 바닥위로 왜 그 많은 낙농인들이 전국 곳곳에서 모였는지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낙농인은 낙농인대로 그 까닭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낙농역사의 퇴보로 귀속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맑지 않다. 몇일전 전남지역 낙농인 두명이 폐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제 낙농포기는 오늘도 전국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슴이 매우 아프다. 그런데 정부는 유업체와의 직결체제 전환만이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인양 말하고 있다. 금년말부터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보내겠다고. 어쩜 이것은 우리 낙농인들의 시련이다. 낙농진흥회가 출범하면 한국낙농은 승승장구하며 발전하리라 믿고 선택했던 것에 대한 고통받는 시련이다. 10년간의 생산보장 약속은 제쳐두더라도 정말 이럴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또한, 낙농인들의 요구사항은 마치 모두 다 들어줄것처럼 하던 정치인들은 지금 어디있는가. 하지만 시련은 교훈도 주게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 낙농인 스스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냉엄함 말이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급히 서두는 것은 피할 일이다. 시련은 있어도 우리 낙농인들에게 실패는 있어서는 안된다. 벌써 11월이다. 낙농순회강습회가 도별로 열릴 계획이고, 농업농촌종합대책 관련 세미나도 개최된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우리 낙농인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길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