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시론｜ 낙농에 전념토록 그들을 붙들어야 한다 이 준 영 축산경제신문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지난 1987년 이후 해마다 줄어들어 이제 1만 호밖에 남지 않은 낙농농가들의 탄식과 절규가 최근 절박성을 띠고 전해져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축산인과 가축들을 지치게 만들고 쓰러지게 했던 10년만의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팔월 십육일, 폭염으로 인한 복사열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들었던 국회의사당 앞 문화광장에서 거행된 ‘전국낙농인 총궐기대회’는 한국낙농산업의 위기를 실감케 해주었고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낙농농가들이 표출한 탄식과 절규는 한국낙농산업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게 만들었었다. 필자가 여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얼룩송아지’ 동요를 합창했던 농촌 오지의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960년 우리나라의 전체 젖소사육 호수는 고작 161가구였음을, 1987년 3차 산업 전문기자에서 1차 산업분야인 축산전문기자로 전환, 가축통계를 살펴보면서 알 수 있었다. 지난 70년 말 3,126 호, 80년 말 2만2,122호, 85년 말 4만3,760호, 90년 말 3만3,277호 등으로 나타나 있는 낙농농가 호수 증감 추이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전체 낙농농가 호수는 필자가 축산전문기자로 전환하기 직전인 85년 6월말의 4만5,791호가 정점이었던 것 같다. 4만6000호에 거의 육박했던 낙농농가 호수는 95년 말 2만3,519호로 나타나 10년 새에 무려 절반 가량이 감소했고 그로부터 7년 후인 지난 2002년 말에는 1만2,000호로 나타나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낙농농가 호수의 감소세는 2003년에도 지속돼 1만1,000호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도 계속 이어져 6월 말 현재 전체 젖소 사육호수는 1만 호로 나타났다.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 일반인들은 4만6,000호를 헤아렸던 낙농농가들이 1만 호로 줄어들었고, 3만6,000여 호에 이르는 낙농농가들이 왜 낙농업을 포기하고 전업 또는 농촌을 아예 등지고 이농을 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할 것이다. 국내 농축산물시장이 전면 개방되기 전, 그러니까 농촌에 희망의 싹이 시들지 않았던 시절에 농촌 출신으로 도시에서 ‘삶의 전투?’를 벌이던 직장인과 자영업자, 농촌에 연고가 있는 도시민들 가운데는 일과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거나 생활이 팍팍해질 때 흔히 ‘시골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고 소나 돼지를 기르며 마음이라도 편히 살아야겠다’라는 말을 넋두리 삼아 했었다.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은 그 같은 넋두리마저 늘어놓을 수 없는 형편이 돼 버렸다. 축산분야는 더더욱 절박한 실정이다. 축산업은 아무나 영위할 수 없는 업(業)이다. 이러한 축산업 가운데 낙농업은 자기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희생을 전제하고 각오하지 않으면 영위하기 힘든 업종이다. 단 하루도 쉴 틈이 주어지지 않아 1년 365일을 젖소들과 생활을 하고 호흡을 해야한다. 낙농목장의 하루, 하루는 고달픔의 연속이다. 그래서 낙농목장은 아무나 일구지 못하고 경영하지 못한다. 도시에서 목가적으로 동경해 온 낙농목장은 지금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초지에서 풍만한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여유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야에 들어 올 것이다. 하지만 목장주인 ‘낙농인’들은 하나같이 지금 탄식하고 있다. 아니 울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발버둥치고 안간힘을 쓰지만 경영수지를 맞출 수 없어 피땀어린 노력으로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일궈 온 목장경영이 점점 버거워지고 두려움마저 앞선다고 한탄하고 있다. 궐기대회를 주도하고 삭발 단식농성을 불사, 끝내 병원으로 후송됐던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표는 ‘견디다, 견디다 못해 궐기할 수밖에 없었고 유대(乳代)현실화를 외치고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토로는 차라리 절규였다. 절규에 다름이 아닌 낙농농가들의 원유가현실화 요구는 지난 7년 동안 목장의 실질소득이 매년 감소, 경영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분출된 것이다. 원유가는 지난 1998년 ‘502원으로 인상’이후 올해까지 무려 7년간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의미하는 ‘쿼터제’ 시행에 따라 원유 생산이 제한된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동결된 채 적용돼 왔다. 반면 지난 7년간 낙농경영비의 42％, 원유생산비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연구 분석된 바 있는 배합사료를 비롯해 축산기자재, 동물약품 가격 등은 매년 상승했고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반영돼 목장경영을 압박했고 가중시켰다. 상승한 것이 이것뿐이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근로자 실질임금,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 농촌의 노임 등에 이르기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었다. 낙농농가들 입장에서 기가 찰 수밖에 없었던 다른 축산물 소비자 가격은 다 상승했는데도 원유가는 동결된 채로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114가지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완전식품, 우유를 생산 공급하고 있는 낙농농가들에게 현실 여건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가혹할 정도로 변화하며 심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부가 제시한 친환경 축산업 육성 방향과 축산업등록제 시행이다. 환경을 중시하지 않고, 등한히 하는 기업과 상품은 시장에서 버티기 힘들게된다는 것은 이미 예견됐었다. 그래서 필자는 정부의 친환경 축산업 육성정책과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등록제에 대해서는 서둘러 시행하고 재촉할 수밖에 없는 제도인지 정책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현재까지 알려지고 파악된 바로는 낙농농가들과 낙농업계가 가장 비협조적이고 시행 유보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어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다른 축산업종의 입장과는 대비가 되고 있다. 축산업종별 특성과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찬·반 여론을 수적으로 우열을 가리고 판단, 축산업등록제를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낙농농가들의 현실은 대부분 당장 축산업등록제를 수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제도가 까다롭고 적응이 힘들서가 아니다. 이 같은 사정은 축산정책 당국자들도 이미 헤아리고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 엊그제 ‘식량 위기’도래 가능성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처음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식을 접했다. 마침내 식량안보 대책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로 던져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낙농산업과 우유의 중요성을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량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식량을 생산, 공급해 온 낙농농가들이 계속 감소했고 피땀으로 일군 목장을 포기하고 폐업 또는 전업 대열에 줄을 이어 합류하고 말았다. 이제 고작 1만 호가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 낙농현장과 목장을 지키고 있는 ‘낙농인’들도 상당수가 심하게 갈등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실질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란다. 그들에게 실질소득 감소를 감수하며 낙농업을 영위하고 안전한 식량을 생산,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해 달라 부탁하는 것은 염치없는 처사다. ‘식량위기’ 도래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정부가 앞장 서 ‘낙농인’들을 붙들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우유 한잔을 더 소비하며 그들이 낙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붙들고 성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