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산업의 희망을 찾자. 낙농업의 위기극복, 힘과 지혜를 모을 때 윤 주 이/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 한국 낙농산업의 희망은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대부분 낙농가들은 긍정적인 답변보다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다. 그 만큼 낙농산업의 환경여건이 갈수록 어렵고, 미래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의 한국 낙농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동안 국민의 건강과 미래 2세들의 건장한 성장을 위해 많은 역할을 했던 한국 낙농산업이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퇴보할 것인가는 낙농인 모두가 어떤 의식과 생각을 갖고 현 위기를 돌파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낙농산업의 희망을 찾는데 낙농인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낙농산업은 지금 대·외적으로 심각한 도전과 시련을 받고 있다. 낙농인 들에겐 원유가 현실화, 낙농진흥회 기준 원유량 원상회복, 축산업등록제 유예 관철 등 당면한 낙농현안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DDA(도하개발 아젠다) 농산물 협상도 무시 못할 사안이다. 낙농업계가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지난 93년 말 UR 농산물 협상결과에 대해 많은 낙농가들은 아직도 쓰라린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쌀 등 기초 식량 작물을 지키기 위해 농산물 수출국들의 개방압력을 받아 들여 낙농 유제품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이다. 낮은 관세로 낙농유제품의 수입 개방을 허용했다. 이런 결과는 10년 동안 낙농가들에게 많은 시련과 고통을 가져오는 파급효과를 낳았다. 민간 유업체 및 식품업체들은 낙농가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만 벌겠다는 기업윤리를 내세워 수입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원유과잉으로 이어졌고 낙농가들의 도산은 줄줄이 발생했던 것이다. 당시 정부가 낙농가들에게 좀더 유리한 협상을 했더라면 그렇게 심한 낙농불황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 와서 이 문제에 대해 새삼 거론하는 것은 지난 8월1일 WTO 일반이사회에서 DDA 농업협상 기본골격 합의안이 채택된 상황에서 낙농업계가 똑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향후 DDA 협상에서 UR 보다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경우 한국 낙농산업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낙농가에게 더 이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제대로 협상을 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당국자들이 외국에서 어떻게 낙농산업을 보호 육성하고 있는 가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낙농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야 만 가능하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전체 유제품 소비량의 3~5% 미만에서 수입을 억제시키고 있으며, 초과량에 대해 최고 3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 낙농산업의 희망을 찾기 위해선 정부와 농가간의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낙농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가장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선 어려운 낙농여건을 해결하기엔 많은 난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첫해엔 낙농현안을 정부와 낙농가간에 그런 대로 슬기롭게 해결하기도 한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허상만 농림부 장관이 이를 농업정책 중 성공한 대책으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최근은 어떠한가. 그렇지 않다. 정부와 낙농가간의 불신의 골이 깊다. 16일 여의도 광장에서 ‘전국 단위 낙농가 궐기대회’가 낙농가 6000명 정도 참여한 가운데 개최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낙농가들이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자 길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낙농가들은 나름대로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와 협의를 거쳤으나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폭발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날 낙농가들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98년 이후 지금까지 원유기본 가격이 동결되어 왔고, 최근 사료값 인상 등으로 생산비가 상승함에 따라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 한데다 금년 초 일부 유업체에서 기준 원유량을 증량 함에 따라 낙농진흥회 농가들은 상대적인 손실감으로 기준 원유량 증량 등을 요구한 것이다. 낙농등록제는 2010년까지 7년 간 시행을 유보하여 농가에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영업정지 등 독소조항을 삭제를 주장한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런 현안을 갖고 낙농가들이 길거리까지 나오게 한 것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부도 이에 대해 나름대로 변명할 수 도 있지만 정책 파트너인 낙농가들을 제대로 설득과 이해를 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낙농가들의 주장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갖고 낙농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시켰어야 했다. 정부가 수 차례에 걸쳐 낙농가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낙 농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을 반복한다면 오히려 감정만 불러 일으켜 불신만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시대적으로 좋지 않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낙농정책에 대한 불신의 벽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낙농가들이 미심쩍어하는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와 설득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참여’를 내세우는 진정한 의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낙농가들도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원유가격을 조정할 경우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유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우유 소비감소와 잉여량 증가를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업체는 현재도 내수경기 침체 등에 의한 시유 소비감소로 인해 원유 잉여량이 증가하는 등 경영에 압박을 받고 있어 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나타날 경우 낙농가들도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충분한 근거와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정부에 요구할 것을 당부한다. 낙농가들이 정도와 원칙을 갖고 현안을 주장한다면 마지막엔 승리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급부가 나타날 것이다. 축산업 등록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축산업의 선진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본적 제도로서 질병 발생시 신속한 차단방역, 소의 개체식별, 친환경 축산 직불제 지급 등을 위해 조기에 시행되어야 할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낙농가들도 이 부분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농가에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독소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와 낙농가간에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제도가 한국 축산업의 살길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자. 또한 한국 낙농산업이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해선 낙농협동조합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생산자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낙농가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현장 낙농 조합원들이 불이익 당하지 않기 위해선 낙농조합들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난 90년대 그렇게 많던 낙농조합들이 현재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부산우유협동조합을 제외하고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서글픈 현실이다. 그동안 낙농조합들이 제 역할을 다했더라면 한국 낙농산업은 더욱 성장 발전했을 것으로 본다. 선진 외국의 경우 낙농조합들이 제 역할을 하는 곳은 낙농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라로 낙농조합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분발을 촉구한다. 어떻든 한국 낙농산업은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농인 모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본인은 다른 축산 농가들에 비해 낙농가들은 열정을 갖고 있어 미래의 낙농산업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자조금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 우유 홍보를 통해 불황을 극복한 성공한 사례도 있지 않는가. 낙농업계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오히려 밝은 긍정적인 일도 많이 했다고평가한다. 이제 이런 자부심을 갖고 낙농가 스스로 경영합리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은 물론 당면한 낙농현안을 낙농업계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슬기롭게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희망이 있다. 정부도 낙농정책에 대한 믿음을 낙농가들이 가질 수 있도록 다른 차원의 시스템 구축은 물론 열린 마음을 갖고 다가갈 것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