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단체의 목적의식 문 종 환/수의축산신문 편집국장 한 단체가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이는 데는 면면히 흐르고 뛰는 맥(脈)이 있어야 한다. 이 맥의 흐름은 일순간에 형성되어지고 뭉쳐져 한곳으로 흐름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조각들만을 모아 타당성 여부를 따진 다음 하나의 맥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역사의 시제(時制) 앞에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현재란 존재들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의 시제란 반복성 위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제란 자연의 섭리 가운데서 순응하고 변천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들은 보다 차원 높은 마음가짐과 사고관으로 주어진 순간의 시제 앞에서 최선을 다해야함은 물론, 역사의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자각하기도 한다. 국내 낙농생산자단체는 협회와 조합으로 대별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협회는 회원의 권익증진에 앞장서는 단체이며 조합은 조합원의 수익창출을 주도하는 단체이다. 지금까지 낙농생산자단체는 낙농인의 권익증진과 수익창출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 그렇다 치더라도 작금의 낙농현실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 앞으로 헤쳐 나아가야 할 난제는 얼마든지 있다. 난제를 헤쳐 나아가는대는 맥을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역사성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두 가지로 구분하여 제3자적인 입장에서 동조하기 보다는 비판하는데 역점을 두려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맥을 이루는 데는 어느 특정인간의 편협주의적인 이데올로기만으로는 그 맥의 순수성이 결여됨과 아울러 역사적인 시제성(時制性)에 비추어 볼 때 동떨어진 모순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맥을 이루는 데는 종합적인 견해가 일개인의 이데올로기적 생산보다는 다수가 집결하여 표출해낸 이데올로기적 생산이 좀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첫째, 생산자단체의 행정상의 문제점부터 말하기로 하자. 각자의 의식구조가 다른 낙농인들이 모여 협회와 조합이란 기치를 내걸었으며 그 안에 소속된 사람들이 낙농인이라는 알맹이들이다. 알맹이 없는 쭉정이는 바람이 불면 제멋대로 흩날린다. 흩날리는 쭉정이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재고의 가치도 없다. 그러나 쭉정이는 알맹이가 있을 때에 쭉정이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제 본분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즉, 알맹이의 손실을 방지하고 제 힘자라는대로 커갈 수 있도록 알맹이를 보호하는데 쭉정이로서의 지고(至高)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쭉정이는 생산자단체를 말한다. 집단을 이끄는 데는 많은 역경과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집단의 질적문제와 선도자적인 차원에 의해 그 집단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능력이 결여된 존재의 무리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반면 우월성 있는 존재들로 구성된 집단은 선도자의 인솔능력에 의해 성패가 좌우됨과 아울러, 빛을 발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유유상종격으로 너나할 것 없이 하락된 가치만을 추구하느냐 하는 것이다. 낙농생산자단체에 가입된 회원?조합원들은 우월성 있는 존재들로 구성된 알맹이들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한 집단을 주관적 인식하에 판단하고 지휘 통솔함은 오도된 착상이다. 어디까지나 개체들의 모임인 집단은 주관적인 판단에 치우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하에 전체적인 사고관을 주입시켜야 할 것이다. 낙농인들의 권익을 본질로 하는 집단에선 더욱 그렇다. 현대는 인간의 소산물인 메카니즘에 의해 자꾸만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시기이다. 낙농인들 가운데 인간성 상실로 지나친 이기심만을 내세우는 유아독존적인 언동을 취하는 사람은 없는지 묻고 싶다. 생산자단체는 인간성 상실로 협회나 조합의 결속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산자단체의 운영은 반복되는 패시브적인 운영이 아니라 반복성 있는 운영을 해나가되 때로는 반복을 탈피한 새로운 운영을 체계화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각도에서 생산자단체의 행정상 차원이 높아져야지 어느 일개인의 이데올로기적 각도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은 특정 인물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낙농인들 전체의 진로와 맥을 놓고 보았을 때 결코 올바르다고 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생산자단체 종사자들의 수평적인 카운셀링이다. 인간은 수직적 사고보다는 수평적 사고를, 수직적 삶 보다는 수평적 삶을 영위하기 원한다. 맥을 잇는데 있어 주체자는 여러면의 이슈(Issue)에서 인식되어진 사항을 종합하여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낙농인들의 대표적인 생산자단체는 수평적인 카운셀링을 더욱 피력해야 한다. 이러한 수평적 카운셀링이 아닌 지극히 형식적으로 시행하는 수직적 카운셀링을 낙농인들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시적이고 규범에 집착한 나머지 생산자단체에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지극히 정당한 조언을 버리고 단체의 냄새만 풍기는 처사 역시 맥을 이어나가는데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제 생산자단체는 고정된 체제와 구조의 구속에서 도식적이고 한정적인 사고방식만을 유출해내는 운영에서 탈피하여 건설적이고 개방적인 상호보완의 운영방식을 유출해 내야 할 것이다. 낙농인들과 단체의 개방적 흐름 가운데 정당한 맥(脈)의 본질적 사항이 무엇인가를 자주 되뇌이게 될 때에 협회와 조합의 전통성 있는 맥은 그 윤곽을 드러내어 가치있는 방향으로 체계화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낙농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이들의 참여 없는 단체란 있을 수 없다. 협회와 조합에서 어떻게 해주겠거니 하는 피상적인 요구만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발 벗고 참여하는 의식을 기르는게 급선무다. R.W. 에머슨의 말을 빌려 협회와 조합에 바라는 글을 맺으려 한다. “연면(連綿)하는 전통은 가다가는 모호한 점도 있고 또 우화속에 그 자체를 상실하는 수도 있지만, 이것을 눈앞에 놓고 사색하여 본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전통은 자기의 입각지(立脚地)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방해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주방의 시계는 항성(恒星)을 보고 시간을 측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리를 위한 것이지 정확하고 결정적인 것으로서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