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평가, 위생·안전이 기준이 되는 시대 장 지 헌 이사/축산신문 편집국장 앞으로 낙농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낙농인은 물론 낙농 관련 산업계가 요즘 수시로 자문해보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낙농 미래를 점치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원유가 남아돌아 원유 감산 정책을 써 왔는데 앞으로도 원유가 계속 남아돌 것인지, 우유 소비가 한계에 왔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런지, DDA협상 타결 이후 낙농 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진흥회 소속 낙농가와 유업체간 직결체제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행될 것인지, 낙농진흥회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등등 왠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현안을 정리하기조차 쉽지 않다. 필자 또한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앞을 내다보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그냥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또한 낙농가의 입장이다. 여기서는 원유 수급과 관련 낙농 농가의 낙농 의욕, 그리고 앞으로 낙농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친환경 낙농을 중심으로 낙농 농가들이 어떤 자세로 낙농에 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피상적으로나마 논해보고자 한다. 원유 수급 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런 것이 아니다. 우선 지난 몇 년간의 수급 동향을 보면 지난 2002년 이후 우리 낙농업계는 원유 과잉 생산으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지난 2002년 6월 분유재고가 1만9천7백톤으로 사상 최고의 분유 재고량을 기록한 후 이해 말 급기야 잉여원유 차등가격제에 의한 원유감산 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는 분유재고가 크게 줄어들고 분유 가격이 오르면서 그동안 원유값 대신 분유로 받았던 농가가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제 분유가격 상승세도 영향을 미쳤지만 어쨌든 작년 초까지만해도 분유재고가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당히 안정된 수급 상황을 보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원유 수급이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분유재고가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또는 넘치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유 부족 사태가 오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걱정을 해본다. 그 이유는 요즘 낙농가들이 낙농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동안 원유값이 6년째 동결되다시피한데다 사료값 폭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낙농 경영 여건이 예전만 못한 것이다. 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등록제와 친환경 직불제 등도 낙농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로서는 최근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낙농가와 유업체간 직결체계 전환이 상당한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낙농 기반을 어느정도 갖추지 않는 농가로서는 낙농 의욕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 우유 소비도 이제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낙농인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들어 낙농 농가수가 줄어 들어 올 상반기 가축 통계에서는 낙농 농가수가 1만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추세라면 원유 생산이 자연적으로 줄어들어 경우에 따라서는 원유 부족사태에 직면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낙농가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원유가 부족할테니 무조건 생산만 하면 될 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낙농 정책을 다시 한번 되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농림부는 최근 축산정책 화두로 ‘친환경’과 ‘소비자 지향’을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다시말해 친환경 낙농과 소비자가 찾는 우유를 생산하지 않으면 이 땅에서 낙농 산업이 살아 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부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낙농 농가로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 기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지 않더라도 친환경 낙농과 소비자 지향의 낙농은 시대적 요구다. 요즘들어 거세게 불고 있는 웰빙 바람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런데 친환경 낙농이란 무엇이며 소비자 지향의 낙농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깨끗하고 위생적인 목장에서 안전한 우유를 생산하고 거기다 소비자가 원하는 칼슘 우유, 콩우유와 같은 기능성 우유를 공급하는 것이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목장 환경에서 안전한 우유를 생산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조사료 기반 등 낙농 여건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특히 목장의 평가가 그동안에는 유사비, 원유 생산량 등 낙농 목장의 생산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그런 생산성 못지 않게 원유의 위생 안전성을 중심으로한 품질에 따라 목장이 평가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평가 기준에 따라, 전체 원유 수급과 관계없이 목장의 퇴출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음이 강조된다. 아무튼 앞으로 친환경 낙농을 하지 않는 낙농 농가들이 발붙이기 어려워 질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실상 친환경 낙농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낙농이 활성화될 80년대부터 조사료 기반을 제대로 갖추고 위생적인 원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늘 강조돼 왔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 초년생이던 필자는 ‘정석 낙농’이란 제목으로 낙농 농가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까지 그것이 강조되고 있으니 아직 친환경 낙농 여건을 갖추지 못한 낙농 농가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