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의 하나된 힘으로 원유값 현실화를 이룹시다

 

김 남 용

본회 고문

 

낙농가 여러분 사료가격의 계속적인 인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으실 줄 압니다. 낙농업뿐 아니라 모든 축산업이 어렵다고 한결같은 한숨을 내쉬고 있고 또 대를 이어 축산업을 생업으로 하던 축산인들이 축산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다행히 낙농업은 일부이기는 하나, 국내 조달이 가능한 자급조사료가 있으므로 100% 농후사료를 사료로 하는 다른 축종에 비하여는 어려움이 덜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필히 하루에 두 번 이상 착유하여야 함으로 인건비의 비중이 타 축종에 비해 높아서 전체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따져본다면 다른 축종에 비해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우유는 다른 축산물과 달리 시장기능에 맡겨져 있지 않고 일종의 고시가격화 되어 정부, 유업체, 낙농가들의 합의 없이는 우유가격을 조정할 수 없어 사료가격의 부담이 가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낙농가들을 애타게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우리나라 낙농산업은 낙농가들이 착유하여 유가공장에 직접 또는 집유소를 통하여 납유하는 것으로 족하였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우유의 과부족이 일정기간을 두고 반복되어 우유가 남았을 때는 잠깐의 수급불균형의 진통을 이겨내기만 하면 우유부족으로 이어져서 낙농가들의 숨통이 트이곤 하였으나, 그런 상황도 유제품의 대량수입으로 무너져서 거의 만성적인 잉여 현상으로 변하였습니다. 이런 상황변화에 낙농가들의 대처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낙농산업 및 낙농가에 밀어닥치고 있는 문제들을 낙농가 자신들이 아닌 어느 누구도 낙농가의 입장에 서서 낙농가를 대신하여 해결하여 주지도 않고 또 해결하여 줄 수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냉험한 시대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낙농가 자신들이 낙농산업의 문제를 해결치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생산한 우유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현재 낙농가들이 생산한 우유가 잉여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양의 유가공품들이 낮은 관세로 수입이 되어 국내 우유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우유잉여의 주된 원인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니 그것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우유는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균형있게 들어있어 “많이 먹을수록 좋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형편이더라도 아이들에게만은 우유를 먹여야겠다는 소비자 인식 때문에 낙농가들은 우유만 생산하면 우유는 팔렸습니다. 학교급식도 어린이들에게 영양분이 많은 우유를 먹여 국민의 체위를 향상시키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현재는 심지어 우유가 몸에 해롭다는 극단론자들까지 등장하여 우유소비를 억제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유가 주식화 된 국가에서도 더 많은 우유먹기 운동을 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우유소비가 신장되다 멈춘 상태에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를 직접 생산하는 낙농가들이 우유소비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낙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낙농조합들도 우유소비는 우리와는 관계없다는 태도로 우유의 잉여상태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낙농조합에서 우유가공업에는 참여치 않더라도 우유소비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필자는 항시 낙농조합에서 우유를 가공하여 판매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납유처에 처리한 우유는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유대리점 역할을 하여 일정물량의 우유를 판매하여야 합니다. 우유의 잉여는 바로 낙농산업과 낙농가에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유가공업체들은 점차 우유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있습니다. 몇몇 대형 유업체에서는 우유보다 다른 식품, 음료에 대한 비중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유업체에 낙농가들이 생산한 우유를 처리가공하여 정상가격으로 전부 판매하라고 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하였습니다. 우유의 소비정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니 끼워팔기가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있으며 원유값을 인상조정 하여야 함에도 우유가 남고있는 상황에 또 끼워팔기까지 하는데 원유값 인상조정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입장들 때문에 구체적인 여론 조성이 이뤄지지 못한 실정입니다. 우유를 식량화하고 있는 낙농선진국에서도 더 많은 우유를 더 먹자고 소비홍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낙농이 처한 현실상, 원유값은 조속히 인상조정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유가 남고 있는데, 우유를 끼워팔고 있는 현실과 더불어 우유가 정부의 물가 감시품목으로 되어있는 현실에서, 심지어 소비자단체에서는 감시품목 중 어느 한 품목이라도 가격을 인상할 경우, 그 품목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키로 하였다고 합니다. 낙농가의 입장에서는 원유값의 인상조정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학수고대 할 것입니다. 여기서 낙농가들은 명분을 찾아서 실현에 옮겨야 합니다. 우유가 남고 있으니 남는 우유를 소비하여야 합니다. 낙농가들은 특단의 조치로 우유소비홍보에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유업체, 소비자, 정책당국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낙농가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나의 힘, 단결된 하나의 힘은 무궁무진합니다. 낙농가들의 하나의 힘으로 우유소비홍보를 한다면 그 힘이 국민을 움직여서 원유값의 인상조정은 쉽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낙농문제는 낙농가 이외에 어느 누구도 해결하려들지도 않고 또 해결 할 수도 없습니다. 낙농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낙농가의 하나된 힘으로 과제인 원유값 현실화를 이룹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