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에 기반시설 부담금이라니...

 

송 기 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

 

소와 부동산 투기는 관계가 없다. 소를 키우는 평범한 축산인의 입장에서는 아파트투기는 남의 이야기이다. 물론 자녀 교육을 위해, 아이들에게 방이라도 하나 얻어 주려고 도시에 아파트를 미리 사 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투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도시민의 부동산투기가 기반시설부담금이라는 심각한 피해를 낙농인에게 줄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으랴...

지난 2006년 7월 12일부터 올 2월 27일 사이에, 전국의 약 2,000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약 83억원의 ‘기반시설부담금’이 부과되었다. 이 전만에도 기반시설부담금이란 존재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아무도 이를 몰랐다. 그런데 기반시설부담금은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축사오폐수 정책자금 1,000만원을 대출받아 320평의 축사를 지었더니, 기반시설부담금으로 1,600만원이 부과되었다. 공시지가가 500만원도 되지 않은 땅에 지은 축사에 1,100만원의 기반시설부담금이 매겨졌다. 대부분의 낙농가들은 이렇게 심각한 기반시설부담금이 부과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다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했다. 이 돈을 내지 않으면 준공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반시설부담금이란?

도대체 기반시설부담금이란 무엇이고 언제 생겼을까? 이 부담금은 순전히 도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이는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것으로, 아파트 투기로 버는 수익을 줄여보려고 만든 제도이다. 아파트가 들어섬으로 인해서, 녹지, 도로, 공원,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을 국가가 지어 주어야 하니, 이 돈을 아파트 건축 수익자들이 부담하라는 것이 바로 ‘기반시설부담금’이다.

아무리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 하더라도, 기반시설부담금은 그 자체가 문제가 많다. 도로나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세금으로 건설하는 것이 맞다. 이것을 국민 개인에게 별도로 부담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아파트 투기 수익은 이미 개발이익환수금으로 상당액을 환수하지 않는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도시의 부동산 투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축산농가에게 기반시설부담금을 부담시켰다는 점이다. 도대체 축사가 녹지나 공원 학교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축사에 송아지가 더 입식된다고 해서 초등학교 교실 한 칸을 더 지어야 하는가?

83억원은 농가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세금 외에, 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에게 돈을 걷어 가는 것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다.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이 없으면, 함부로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이다.

축사와 기반시설부담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농어촌특별세법에는 ‘농어촌 기반시설’의 확충을 위해 이 세금을 걷는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세금말고 부담금을 따로 걷어야 할 일은 아니다. 특히 축사에 연결되는 ‘농로’는 농어촌 도로정비법에 따라 예산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가축에게 공급하는 수도는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관정을 해서 해결하고 있다. 낙농가에게 부과된 83억원의 기반시설부담금은 위법이다. 이 돈은 농가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지난 8월 22일, 낙농육우협회는 전국 축산농가를 대표하여 기반시설부담금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동안 축산농가들은 서로 십시일반 힘을 모아, 낙농육우협회를 통하여 83억원의 환급을 위한 법률 개정 운동을 벌였으나, 국회는 대선에만 눈이 멀어 이를 외면하였다. 그래서 결국 축산농가들은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되었다.

여기서 농가들이 승소하게 되면, 국회는 환급법률을 제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환급법률을 제정하면, 소송을 내지 않은 나머지 납부 농가들도 돈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자신의 이름으로 소송을 하지 못한 대다수의 농가들도 이 소송에 관심과 격려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다수의 농가들은 국회가 환급법률을 제정해 줄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활동하며 기다렸으나, 그 사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90일)이 지나버렸다.

하지만, 현재의 소송에서 농가가 승소할 경우, 그 효력이 소송을 하지 않은 다수 농가에게 직접 미치지 않더라도, 국회가 환급법률을 제정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 혜택은 결국 나머지 농가들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