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벗 월간낙농육우가 스물 여섯 번째 생일을 맞이 하였습니다

 

이 승 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창간이후로 달마다 전국의 낙농가들 곁으로 다가서기를 300번 이상. 회원농가들에게 오랜지기와 같은 월간 낙농육우지가 올해로 스물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한해가 다르도록 너무도 급변하는 낙농육우산업의 상황만큼이나 월간낙농육우는 나름대로 농가 정보전달의 창구로서 힘써왔고, 현장 속에서 묻어나는 땀과 기쁨을 전국의 독자들과 나누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창간 26주년을 빌어 월간낙농육우에 대한 한결같은 회원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월간낙농육우를 통해서 접하셨겠습니다만, 협회에서 결사적으로 대응해나갔던 한미FTA 협상이 결국 타결되고 말았습니다. 낙농육우산업의 일대 지각변동마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우리 농축산업의 말살에 쇄기를 박는 한EU FTA 협상을 강행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설상가상(雪上加霜)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졸속으로 체결된 한미FTA는 명분만을 취한 채 무관세 엄청난 양의 TRQ 물량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치명적인 선례를 남긴 협상 이후, 현재 정부가 추진을 준비 중인 EU나 호주 등, 여타 낙농선진국들과의 FTA에서 미국에 대한 개방수준 이상을 요구해올 경우 또 어떤 식으로 협상에 임할지 심히 의문입니다. 참으로 돌아가는 형국이 마치 구한말 일본, 러시아 등 세계열강들이 광산채굴권이나 철도부설권, 항만조차권, 산림벌채권 등 옛 우리의 경제이득권을 경쟁적으로 침탈하던 모습을 방불케 합니다.

이 같은 수입개방의 압력을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진작에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다시금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현재 한미 FTA 낙농부문 협상결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분유의 고율관세 유지라는 명분만을 얻은 채, 과도한 TRQ 물량을 내줌으로서 그 알량한 명분마저도 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엄청난 개방의 위기에 놓이게 된 마당에 그나마 피해 최소화를 통해 산업의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그 선결 과제는 다름 아닌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갖고 전국단위 제도개편을 실현하는데 일조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우유급식확대를 비롯, 국산원유를 이용한 생크림, 농축탈지유 등 신선 및 액상유제품의 소비확대와 국산 치즈산업의 육성을 통해 국산원유의 수요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육우산업에 대한 피해 최소화 역시 시급한 과제입니다. 국내 쇠고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육우산업 또한 수입육과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었던 만큼, 우리협회에서는 그 피해규모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국내 육우산업의 기반을 보호하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육우전문브랜드의 개설 및 유통망 구축, 한우와 동일한 수준의 품질고급장려금 지급, 송아지생산안정지원사업 등과 같은 대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대외적인 문제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낙농을 하는데 있어 국내적으로도 여러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도시개발 붐이 일게 되면서 낙농이나 비육을 하기 힘든 여건으로 변하는 상황이 그중 하나인데, 회원독자 여러분께서도 오랜 생업을 접고 다른 업종을 전전하는 옛 농가들을 주위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비축산인들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는 과정에서 불미스런 마찰발생을 줄이고자 한다면, 단연 분뇨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악취를 저감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미 협회에서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을 통해 농가들에게 분뇨자원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올해부터는 우수목장 선정기준 중 분뇨의 적정처리와 자연순환농업 부문에 가중치를 두는 한편, 정부의 자원순환대책과 연계한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활동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월간낙농육우에서도 친환경축산을 향한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의 정착을 위해 관련 정보를 통한 농가 개개인의 의식전환과 작은 실천을 유도토록 힘쓸 계획입니다.

얽히고 설힌 실타래처럼 복잡한 현재 낙농육우산업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단합이 기본요건이 됩니다. 여러 갈래의 주장으로 하나 되지 못하는 무리 치고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월간낙농육우는 현 낙농육우산업의 동향을 정확히 알리어 회원독자들이 정확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전국의 낙농육우농가를 협회로 한데 묶는 대동단합(大同團合)의 매개체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