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낙농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만 재

동물자원과학회 낙농연구회

 

이 글은 한국의 모든 낙농가들을 위하여 쓴 것이다. 그리고 이글이 한국의 낙농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담당자들이 진정으로 이 나라 농업과 낙농업을 존속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정책수립과 수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다.

한국의 낙농은 미국과 협상중인 FTA결과에 따라 매우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든 낙농인들이 주지하는 사실이다. 현재의 우유가격은 약 45%정도, 우유생산규모는 약 15%정도 감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낙농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우유가격이 절반가량 떨어지는데 어떻게 낙농가가 살아남아 우유를 계속 생산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결국은 경쟁력이 높은 상위 30%정도의 농가만 살아남지 않겠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현재 우유가격의 약 50%가 사료, 기자재와 약품, 농기구 등 직접 투입비용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과 토지와 기타 이용자산에 대한 간접비용은 손실되어 낙농가의 소득은 한 푼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이 뛰어나고 경영능력이 우수한 상위 30%정도의 낙농가만이 그 만큼의 농업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생존 낙농가들은 현재보다 세 배 정도의 우군규모를 늘리고 30%이상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국의 총 원유생산을 현재보다 약 15%정도 감소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낙농산업 추세는 생산증가보다 소비의 증가가 더 빠르게 지속되고 있어 장기적인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으로 당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후반기부터 세계의 유제품시장은 품귀현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국내 수입업체들이 물량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대규모 수요국가들의 전반적인 경제성장효과로 수요가 급증하고 주요생산국인 미국, 오세아니아, 유럽 등의 생산증가는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유제품의 국제교역시세도 거의 두 배가 뛰었다. 그렇더라도 아직 그 가격수준은 한국의 값에 절반수준이다. 그러므로 FTA 이후 낙농산업에 미치는 결과예측 보고서들이 한국의 우유가격은 약 절반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결론적으로 수입개방 이후 한국의 낙농 생산구조는 약 2,000여 농가가 평균착유우 100두 규모로 두당 10,000Kg의 우유생산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농가들의 평균소득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원유의 판매가격이 현재보다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일 경우이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잇따라 진행된다면 사정은 또 다르다. 원유가격은 아마도 그 절반에서 30%가량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일본과의 경우도 북해도의 원유가 약 60%의 싼값으로 들어 올 수도 있다. 유제품의 전체소비는 현재보다 더 늘어나겠지만 그 물량은 모두 수입 유제품들로 메워진다. 유가공 업체들은 훨씬 더 다양한 원유와 원료유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반면에 낙농가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우유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예상과 전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너무나도 뻔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수학에는 답이 두개일 수 없는 것과 같다.

본인은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 모든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낙농생산기반의 유지보호정책에 대하여 한국의 정부도 그러한 의지와 국가적 사명감을 발휘하여 원유의 수입을 재 규제하는 장치를 마련, 이를 모든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에 관철시키고 WTO에도 정식으로 통보하기를 건의한다. 유제품시장의 장벽을 완전히 해제한 나라는 낙농의 생산기반이 전혀 없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밖에 없는 현상을 바로 이해하면 그러한 무역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상대국은 현실적으로 일본과 중국이다. 아직 그 두 나라와는 자유무역협정이 시작되지 않았고 원유에 관한한 양보할 수 있는 국가들로 볼 수 있다.

미국과의 FTA결과에 따른 한국낙농가들의 대응준비는 위에 예상한 정도라면 그래도 상위30%정도는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에서 원유조차 수입이 개방된 채로 방치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우리가 생산한 신선한 우유를 우리와 우리아이들이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서 세계무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세계 모든 선진국들처럼 낙농생산을 유지하고 신선한 우유를 국민들에게 자급시키는 기본정책을 재정비할 것을 정부 관료들에게 권고하는 바이다. 물론, 그러한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대전제는 전국의 모든 낙농가가 어떤 형태든 하나의 조직으로 반드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말로 한국의 낙농가들이 정신을 차리고 뭉치지 않으면 자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