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유곡에 빠진 한미 FTA

 

윤 석 원

중앙대학교 교수

 

지난해 2월부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협상은 농민들의 거센 저항 속에서 지금까지 6차 협상을 마쳤다. 1년 만에 6차 협상까지 마쳤으니 뒷간에 불이라도 난양 콩 볶아 먹듯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되면 될수록 애당초 염려 하였던 대로 이익이 별로 없는 협상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들어 나고 있다.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문제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관철이 어려운 실정임이 들어 나고 있다. 또한 한미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실익 중 하나로 미국의 악명 높은 반덤핑 조치를 받지 않게 된다는 점을 정부는 크게 선전해 왔으나 미국 측의 완강한 거부로 얻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의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자동차부문에서도 미국은 우리의 자동차 관세 철폐 요구에 대해 그보다 먼저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미국에 유리하게 고쳐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섬유분야에서 우리의 관세인하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그 이익은 농축산업 부문의 피해액 1조1,500억원 내지 2조2,800억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최대 2,800억원에서 최대 4,650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조달 분야는 애초 미국의 주정부까지 개방하면 우리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의 주정부는 협정 의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미국의 주정부는 50개나 되며 예산 등 경제력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보다 조달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무엇보다 뼛조각 쇠고기 수입문제는 한국정부가 기술적 협의 등을 거쳐 언젠가는 허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군다나 미국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의도가 우리의 쇠고기시장을 비롯한 농축산물시장개방에 있음이 자명하다.

이와 같이 한미 FTA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 가는 열쇠도 물론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정부라고 내심 모를 리 없다는데 있다. ‘이제 어찌해야 할 것인가’가 정부의 들어낼 수 없는 고민인 것으로 파악된다. 4대 선결과제까지 내어주고 국민의 정당한 권리인 집회와 시위까지도 막으면서 밀어붙이고 있는 협상인데 중도하차 하기가,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현 정부로서는 죽기보다 싫을 것이다. 여기서 멈추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것은 가뜩이나 신뢰와 리더십이 무너진 현 정부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고 밀어붙이자니 국익에 도움이 별로 되지도 않고, 더군다나 여당의 지리멸렬과 이미 시작된 대선정국 하에서 설사 협정문이 타결된다하더라도 양국 의회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유곡이요 사면초가다.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현 정부의 고민일수밖에 없다. 그 동안 한미 FTA가 무슨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인양 수억원의 광고비를 들여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홍보한 것이 모두 거짓임이 들통 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하원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한국이 쇠고기나 자동차 등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미국조차도 비준안이 타결되기란 쉬워보이질 않는다는데 고민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온통 국가를 갈등구조로 몰아넣은 체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정부는 책임을 면할 도리가 없게 되어 있다. 어쨌든 현단계에서 한미 FTA는 정상적으로 협상안이 마무리되고 양국의 의회로부터 비준을 받기는 힘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심한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걱정인 것은 정부가 졸속으로 고위급회담 등을 통하여 한미 FTA를 이판사판 타결 지으려 덤벼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무책임한 정부의 한미 FTA 처리,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끝까지 관심을 갖고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표현해야 한다. 반드시 국가적 재앙은 막아야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