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육우인 모두가 합심하여 안팍의 난관을 이겨내는 정해년이 됩시다!

 

이 승 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새롭게 희망으로 가득채울 정해년(丁亥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낙농육우농가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노고와 성원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에도 우리협회는 참으로 낙농육우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며, 보다 많은 농가들의 입장에 서서 농가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주력해왔습니다. 그동안 우리협회는 농지법재정소위원회를 맡아 국회, 농림부 등을 지속적인 접촉을 하면서 농지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벌여온 결과, 농지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서 ‘농축산물 생산시설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의 부지’로 농지정의에 축사부지가 포함되어 이제 농지전용 절차 없이도 농지에 축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직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사항에 따른 축사설치 규제사항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이같이 자연순환농업을 위해 마련된 기틀은 농지법 개정을 향한 모든 낙농육우 농가의 줄기찬 관심과 헌신적 노력이 어우러져 이뤄진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협회는 관련법령의 개정과정에 경종단체, 소비자, 타부처들의 우려를 해소해 나가면서 친환경낙농의 현실화를 위해 경주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최근들어 목장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축산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만, 농업·농촌 지역사회의 유지·발전에 있어 우리 낙농산업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생각됩니다. 낙농은 토지이용형 농업으로서 쌀산업 축소에 따른 대체작물로 조사료생산의 이용촉진과 이를 통해 농업기반을 유지해 나가는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우리우유, 우리목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낙농업의 존재이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난 한해 전국 낙농가들의 관심 속에 실시되었던 “깨끗한 목장가꾸기 운동”이 올해도 지속적으로 필요최소 조건의 농가 자발적인 참여운동으로서 정착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모범적인 축산경영의 모델이 낙농목장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 축산농가에도 널리 활용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십인십색, 각 농가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주체간에 입장은 제각각이지만 진정 멀리보는 낙농산업발전을 생각한다면 결국 궁극의 지향점은 전국단위의 제도개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한 이치일 것입니다. 무차별적인 수입유제품의 공세 속에 우리낙농산업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진정한 낙농·유업 협력과 상생관계가 구축되어야 함은 그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원유거래에 있어 사실상 이미 시장논리가 개입됨에 따라 거래교섭력이 농가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현 유업체 과점체제는 조합, 유업체별로 원유가격 및 쿼터량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고, 끊임없이 ‘초과원유’가 유발, 우유시장을 교란함으로서 결국 농가에게 쿼터 삭감을 통해 피해가 고스란히 귀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그 피해의 범주가 낙농진흥회 농가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머지않은 장래에는 전국의 낙농가들을 포함하는 상황에서, 전국단위 제도개편은 가장 이상(理想)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인 것입니다. 이같은 낙농제도의 개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강한 의지가 표명과 이에 따른 실질적인 정책방안이 제시되어야 하겠지만, 협회 역시 낙농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는 한편, 전 낙농가의 입장에 서서 제도개편에 대한 각 주체간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예정입니다.

국내 농축산업의 기반을 순식간에 붕괴시키는 망국적 행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저지활동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그 결과 자체도 참담하지만, 현재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낙농선진국 EU, 호주 등과의 FTA 협상과정에서 결코 유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미 FTA 문제에 있어서 정부는 미국산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한편, 협상문안을 공개하지 않고 파행적인 공청회 개최로 국민합의 과정마저 철저히 무시하면서까지 FTA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독선(獨善)과 우매(愚昧)함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근래에 농업을 위해 일한다는 대표단체가 오히려 한미 FTA 저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공연히 지지하고 나서는 상황에까지 이른 점은 참으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FTA 중 사회전반적으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되며 그중에서도 농축산업, 특히 낙농산업의 경우는 2,000억원 이상의 우유 및 유제품의 생산액이 감소하고 유제품 무역자유화시 47.6%의 원유가가 하락되는 등 그 피해가 극심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한미 FTA를 저지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현재 우리협회에서는 만에 하나 체결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책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한미FTA와 우유소비확대를 통한 낙농산업 발전방안, 낙농유제품의 관세체제 정비방안 등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에 있지만, 지레부터 우리 스스로가 위축되어 무장해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습니다. 한미 FTA의 저지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단지 불합리한 FTA 협상이 중단될 그 순간까지 결사항쟁을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하는 것입니다.

낙농육우농가 여러분!
새해 정해년(丁亥年)은 우리에게 또 다시 위기와 도전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단합해서 우리 앞에 길게 드리워진 난관을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지난 날 선배 낙농인들의 노력과 우리들의 땀이 배인 낙농산업을 지켜내어, 앞으로 이 땅에서 낙농을 영원불멸의 산업으로서 이어나갈 후배들에게 온전히 물려주도록 합시다.

낙농가 여러분 가정에 만복이 깃들고 뜻하신 바 성취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