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현안, 어떻게 해야하나?

 

김 충 실

경북대학교 교수

 

세계화시대 경제 지도자가 유의해야 할 제１의 덕목이 ‘가난한 계층을 더욱 가난하게 하는 것은 죄악이며, 자유무역협정도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경제정의 실현의 수단이 되어야한다’는 점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간의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논의의 초점 또한 바로 이러한 덕목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민생문제의 대안을 다루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추진중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 또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아마도 이 상황을 바로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일련의 문제를 연관해서 제기하고 답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한·미 FTA는 통상정책 수단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둘째, 한·미FTA가 정책 수단의 대상이 되더라도 우리(정부)가 미국과 FTA 협상을 추진할 만큼 충분한 준비를 했는가?

 

셋째, 협상준비가 미흡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 인가?

 

이상의 문제를 순서대로 자문해 보면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에서 고심해야 할 다양한 찬반의 주장들을 판단할 기준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정책의 규범적 기능을 고려해 보면 명백해진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무역확대를 통해 성장해왔듯이, 앞으로도 자유무역협정이 강조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개방정책을 주요수단으로 성장발전 해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분배에 역점을 둔다고 비판을 받아온 현 정권의 대통령까지도 「좌파적 신자유주의」를 선언할 만큼 세계화의 경제질서가 고착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 또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주요 통상정책수단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지금 우리정부가 세계최강의 협상력을 가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했는지 그 여부를 판단하고 바람직한 진로를 선택하는 일이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는 공공의 이익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는 유용한 정책수단 이어야 한다. 지금 한·미FTA협상에 저항하는 국민들 중에서 농민을 포함한 절대다수가 저항하는 이유는 서민대중의 이익을 위한 협상전략과 국내대책이 미흡하거나 설득력 있는 홍보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협상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준비가 단순히 개방 가능한 일반품목과 개방 예외 또는 민감품목의 목록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협상으로 인한 결실이 무엇이며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분명히 하는 구체적인 협상전략과 그 결실을 분배할 국내대책이 동시에 준비되어야 한다. 즉, 협상내용에 따른 경제 총량의 성장이 건전한 국민 경제로 발전하려면 농업과 같은 안보산업의 확고한 대책과 점점 심각해지는 고용 및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장치를 정책목표와 수단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이것이 한·미FTA협상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협상준비상태는 논리적 한계와 준비부족으로 판단된다. 국운을 좌우할 한·미FTA와 같은 중요한 정책의사결정을 논리성이 문제시 되는 지적기반에 의해 분석된 연구결과에 의존하여 협상전략을 수립한다면, 이것이 보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위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논리적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난 비현실적 경제모형에서 분석된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석결과와 그 결과에 근거한 협상전략으로는 결코 성공적인 협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상대가 세계 최강의 협상 우위국인 미국인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비관적 요인을 반영한 분석결과에 근거하여 필사적인 협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미FTA의 현안을 해결하기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향후 정부는 「브레인 풀」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협상에 앞서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비관적 요인을 반영한 개방경제실험모델을 시급히 정립한 후, 한·미FTA가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분석과 이에 근거한 과학적 대책을 보다 확실하게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것이 보완되지 않고는 협상반대세력은 물론 중립적 비판세력들을 설득하기도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특히 농업분야의 피해는 불가피하므로 이 기회에 민감품목을 포함한 양허내용의 변화정도에 따른 보다 철저한 국민경제적 영향분석과 이에 근거한 구체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여 농업농민 문제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

 

셋째, 국회는 헌법에 명시된 ‘조약의 체결 및 비준동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국회가 한·미FTA협상 준비단계에서 결과까지 견제는 물론 책임까지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이미 몇 개월 전에 제안한 바 있는 국회 한·미FTA특별위원회가가 구성되어 현재 가동되고 있다. 본 위원회의 기능이 어느정도인지는 아직 평가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넷째, 한·미 FTA는 중앙정부나 국회만의 과제가 아니다. 특히 농업부문 대응정책은 중앙정부 보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별 특성이 반영된 개방대응책이 중요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개방농정실험모형’을 구축해서 유비무환의 선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협상전략과 국내대책 수립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