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해야 할 때 입니다!

 

서 정 의  회장

(사)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은 수확기 명절을 맞는 즐거움보다는 쌀값과 농산물값 하락에 걱정과 근심에 마음이 짓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OECD 가입을 한 이후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은 선진국은 커녕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실에 서 있습니다.
우리 농업은 WTO 개방 공세에 밀려 쌀을 비롯한 농산물 완전개방의 위기에 봉착해 있고, 정부는 근본적인 농업회생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쌀 협상 국회비준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낙농가들의 어려움은 더욱 큰 상황입니다. 정부는 농가 안전장치 마련 없이 졸속으로 직거래 전환을 전제로 한 조합별 총량생산쿼터제 개편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쿼터제에 의한 수급불안정과 수입 혼합분유 및 유제품들은 계속적으로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대형 할인마트들은 낙농가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우유를 고객 확보의 수단으로 끼워팔기, 감아팔기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매일 이른 새벽 좀더 신선하고 안전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땀 흘리고 애써왔던 우리 낙농가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가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낙농가 여러분! 이 모든 것들이 우리 350만 농민들에게 농업을 하지 말고 농촌을 떠나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도시민들의 소득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농가부채로 인해 정든 땅과 고향을 버려야 할 지경입니다. 급기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농민들의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농업을 위한 정책은 수도 없이 쏟아지지만, 정작 농촌과 농민을 위한 정책은 미흡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식량도 무기가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알면서도, 7천만 민족이 5백년간 함께 해 온 소중한 민족산업인 농업을 이렇게 천대하고 소중한 가치를 경제적 높이로만 보는 위정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부터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 나라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느 누구에도 의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 농민들 스스로가 앞장서서 농업과 농촌·농민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 나라 국토를 지키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농업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민족의 생명산업임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리고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지난 8월 12일에는 한농연과 낙농육우협회를 비롯한 20여 농민단체가 모여 건전경마추진위원회 설립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한국마사회는 수익금의 60%를 축산발전기금 및 농어촌 복지사업에 출연해 농촌을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매출액이 떨어짐에 따라 국내 농축산업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건전경마추진위는 이러한 경마산업이 국민의 건전한 여가로 선용되고 농어촌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정차원의 발전방안을 강구하는 목적이 있으며, 긍정적인 레져산업으로의 정착을 위한 방안마련은 물론 마사회진흥과 축산발전 등 농어촌발전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강구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참으로 많은 시간을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농업의 현실에서 우리들이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함께 투쟁하고 일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할 때입니다. 우리 농민들이 다 함께 서로를 신뢰하면서, 혼연일체가 되어 어려운 여건을 기회로 삼아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