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김 인 식

대통령비서실 농어촌 비서관

 

낙농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협회를 떠난지도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하여 늘 마음을 편치 않았던 차에 지면으로나마 뵙는 기회가 되어 기쁩니다.

흔히들 낙농을 일컬어 농업의 꽃이라 하고, 낙농발전을 척도로 농업수준을 가늠하는 외국사례를 보아왔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나 경영에 있어 정성을 쏟는 정도가 각별할뿐더러 우유의 가치가 큰 데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그것은 오늘날 농업선진국이 곧 낙농선진국이라는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깨어나 소를 관찰하고 청소며, 착유며 분주히 시작되는 일과자체가 다른 업종에서는 찾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게다가 경영기술을 끊임없이 익혀야 하고 위생개념이 몸에 베어야 하고, 조사료 충당을 위해 경종농사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업이고 보면 농업의 선두위치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힘들고 땀방울이 많이 요구되기에 낙농의 위상이 있고, 낙농가의 긍지 또한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고립될 수 없는 시대상황을 맞았고 개방화와 함께 한국적 틀 안에서만 안주할 수 없도록 돌아가고 있습니다. 품질이 강조되고 경쟁력이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낙농가의 마음고생도 함께 늘었으리라 여겨집니다. 미처 생각지 못한 규제와 제도가 생겨나고 부담이 가중되면서 어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우유수급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고 보면 해결할 숙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농업분야 해결과제가 어디 낙농만의 일이겠습니까. 품목마다 생산에서부터 가공,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기 과제들이 산적해있고, 방안을 마련하여 해소해가는 과정에 있음을 아실 것입니다. 분야별로 선진화된 방안으로 진로를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낙농 역시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중심으로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낙농가와 전문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또한 낙농가들의 선도적 활동이 기대됩니다. 어려움이 더할수록 함께 문제를 푸는 슬기로움이야말로 낙농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내 농업분야 중 가장 짧은 역사속에서 가장 앞선 산업으로 낙농업이 발전하게 된 것은 소와 친근한 우리 민족성에다 낙농가들의 앞선 의식수준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라 여깁니다. 대개의 경우 마을에서 낙농가는 지도적 위치에 있거나 한발 앞서 구상할 줄 아는 분들입니다. 몸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 이상으로 지혜를 모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지도자들이라고 봅니다. 낙농가들의 앞선 지도력을 발휘하여 건전한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추진하는 활동이야말로 낙농발전을 지속시킬 힘이라고 믿습니다. 상대가 있는 과제일수록 전문가의 진단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논리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해 가는 전환기를 맞아 시대에 부합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간혹 농촌지역을 지나갈 때 젖소나 목장이 발견되면 저도 모르게 고향의 친근감 같은 것이 저절로 느껴지곤 합니다. 그때마다 묵묵히 활동하시는 많은 낙농지도자님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또한 제자신이 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이 기회를 빌어 전국의 낙농지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