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낙농은 불멸임을 믿습니다

친애하는 우리 낙농가 여러분! 어려운 목장 경영에 얼마나 고초가 크십니까?
생산제한으로 겪는 고통, 사료비와 자재비 그리고 인건비 등의 실질적 생산비 증가 등으로 인한 부담 증가, 사육환경의 현실적 개선 요구에 따른 재정적 정신적 어려움 등을 흔히 얘기 하지만 이런 과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낙농가 모두가 슬기롭게 해결해 온 바입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 낙농인들이 정말 속상하고 가슴 아프고 답답하고 일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은 경영 그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내가 대를 이어서 할 계획으로 시작한 낙농이 그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데에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들 중 그래도 유식한 사람들의 일부는 “낙농은 비젼(Vision)이 없다.” 쉽게 말해서 “전망이 없다. 희망이 없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견해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견해는 우리 민족은 선진민족이 될 수 없는 민족이라고 보거나 되지 못해도 좋다, 무슨 상관이냐 라고 하는 자포자기나 자기비하 즉 생존과 발전 승리를 향할 용기가 없는 이에게서 나오는 말일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우유를 상용하지 않는 민족이 지배적 위치에 선 일은 없습니다. 수천년을 지배당하지 않고 살아 온 민족들도 우유를 상용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의 바른 의지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우유를 상용하는 나라의 문턱(즉 관문)을 겨우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첫단계에서 맞이한 구조적 어려움(즉 생리적 전환)의 과정과 국제적 무역자유화 물결에 휩쓸려 속도조절과 적응에 미숙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에 바로 설 용기를 잃고 주저 앉는다면 우리 민족은 낙농없는 민족이 되어 6.25 동란 전후 10년동안 미국이 던져준 분유 끓여 먹던 시절로 되돌아가 분유를 다시 풀어 데워 먹는 3등 민족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혹시 우유의 보관이나 수송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이웃나라에서 생유를 들여 올 수 있게 되어도 옮기는 과정과 걸리는 시간 때문에 그 우유는 삼등우유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본래 타민족을 지배할 생각이 없는 민족입니다. 오직 타의 지배를 받지 않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우리 낙농인들도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분야의 일원이지만, 그것들은 그쪽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우리가 맡고 있는 낙농산업만은 우리 힘으로 올바로 세우고 그 생존을 위협받는 일은 자초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청정도와 영양가에 있어 세계 최고의 우유를 생산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모든 국민이 쉽게 많이 먹을 수 있게 합리적 생산체계를 갖추어 상용식량화 함으로써 선진국 진입의 기초조건 중 하나를 이룩한 자부심속에 우리 스스로도 평균적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 수 있기 바란다는 말을 솔직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몇가지 다짐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부와 낙농가의 일치된 확신이 모든 것에 앞서야 합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 낼 수 있는 자주 선진민족이 되는데 필수인 우유(그것도 자체 생산한)의 상용식량화는 어떤 경우에도 후퇴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낙농은 영원불멸이다.” 라는 공통신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신념은 모든 계획과 실천의 근본이념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협력과 실천과 양보와 상호배려를 약속하는 정신적 결합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며 모두 아집을 버릴 것을 다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둘째, 정부나 협회 등 낙농관련 조직들의 정책이나 주장은

① 현실적이어야 한다.

② 가능하여야 한다.

③ 그 계획이 장기적이던 단기적이던 먼 장래를 대비함에 적합하여야 한다.

④ 모든 부담은 공평하여야 하며 이기주의는 배격되어야 한다.

⑤ 우유산업 기능간의 거래교섭력은 상호의존적이어야 하며 일방의 유·불리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⑥ 자율이 방치를 의미하여서도 안되며 지도감독이 현실도피나 책임회피 수단이어서도 안된다. 등의 원칙과 정신하에 기본 틀을 짜야 하고 그 시행은 단호하여야 합니다. 지난날 협회가 등록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현명한 결정은 낙농가의 고통을 뛰어넘어 정부 정책이 자기편의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불가피한 생존적 선택임을 이해했기 때문임을 기억합니다.

 

셋째, 우유산업의 영원한 근본문제는 적정소비수준의 유지향상입니다.
전일에는 정부나 낙농가는 판매에는 관계가 없고 유업체가 팔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지난 날 우리가 갖고 지내온 소극적 자세로는 낙농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이제는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부는 이 목적을 위하여 유가공업자와 낙농가 단체에 대한 지원, 지도, 감독 등 고유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정부는 이 목적 달성에 주력함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에 최중점을 두는데 주저하여서는 안되겠습니다. 유가공업자는 자기 상품선전을 떠나 우유자체의 올바른 국민적 이해를 상향시키기 위한 일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것습니다. 낙농가의 부담인 자조금은 무임승차자가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가능한 수준에서 상향조정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낙농가는 우유에 대한 자부심속에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으로 하여금 우유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을 하도록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축산국장은 모 집회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조직적으로 들어 장구한 미래를 내다보며 기본 틀을 짜기 위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필요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하고 “낙농가들도 자립생존의 정신으로 스스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그 동안 무리수를 많이 두어 왔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합리적 대안제시와 추진을 기대해야겠습니다. 가장 어려울 때가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낙농이 불멸임을 믿는 우리는 안개가 자욱한 지금을 기회로 믿고 정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