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남 호 경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영국의 문호 T.S 엘리엇은 그의 詩 황무지에서 겨우내 땅속에 뭍혀 있던 온갖 생명이 4월이 되어 단단한 껍질을 깨어 싹을 튀우고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노력을 잔인하다고 묘사 하였습니다. 생명 창출을 위한 혹독한 인고의 시간 속에서 잔인할 만큼의 노력이 있기에 4월은 우리에게 가장 활력 있고 아름다운 계절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축산업을 둘러싼 현실은 참으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껍질인 듯 합니다. 소비자들은 환경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한편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찾는 욕구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외 가축전염병 국내유입이 증가하였으며, 국내의 사육여건 또한 규모화로 생산성과 경제성은 향상되었지만 질병 감염률 또한 증가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을 중요시 여겨왔습니다. 게다가 축산업은 농촌의 소득 규모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도 지원을 통해 우는 아이 젖 주는 격으로 축산을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축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농가들의 의식이 자립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산업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때도 ‘우리 지역은 소외되어있어서……’ ‘지자체의 재정이 부족하니……’ ‘그래서 정부에서 지원해 주기 바랍니다.’라기보다는 “의지와 기획이 마련되었으니 중앙정부로부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할 수 있다.”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단단한 껍질 속에서 갑갑함을 투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껍질을 깨고자 하는 노력과 희생 그리고 헌신 없이는 값진 결실을 거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낙농이 직면한 ‘원유수급문제’,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해 축사의 개조가 불가피한 ‘무허가축사문제’와 올 12월로 등록 마감시한을 앞둔 ‘축산업등록제’등 으로 인해 낙농가들께서도 큰 불안감에 쌓여 있을 줄로 압니다.
게다가 도시의 팽창으로 부득이하게 농장이전을 하려 하지만 농지 전용의 어려움이라는 제도적문제와 농장이 혐오시설처럼 여겨지는 요즘 세태로 인해, 축산이 이 사회와 우리 이웃들의 정서가운데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를 가장 외롭고 슬프게 만듭니다. 하지만 축산인들은 이러한 현실에 낙심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우직한 소들 처럼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하였습니다.

축산업이 당면한 문제는 축종별 특성의 몇몇 차이를 제외하고는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발을 맞춰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는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의 개정을 위해 축산인의 의지와 힘을 모으는 중에 있습니다. 현재 건축법 외에도 농지법, 초지법, 오분법 등 여러 법령들 간에 저촉사항이 중복되어 불가피하게 다수의 양축가들께서 무허가 축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 정책의 목적이 다수의 양축가들을 범법자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책 또한 시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단체간 공동대응할 예정입니다.

또한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뿐만 아니라 축종별로 자신의 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자기희생을 불사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 한우인들은 자기희생의 변화를 위해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8월부터 11월까지 한우의무자조활동자금 조성을 위하여 전국 18만 한우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총 6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뤘고, 법정정원 250명의 96%인 240명의 대의원을 선출함으로서 2005년을 한우자조금사업의 원년으로 만들 준비를 마쳤습니다.
또한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한우자조금 거출규모를 두당 2만원으로 결정하고 한우자조활동자금 사무국 설치 등 5월1일 자조금거출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우도 양돈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의무자조금을 이뤄낸 것입니다.
낙농인들께서는 1999년부터 임의자조금사업을 실시하여 5년째 시행해오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난 5년간의 낙농자조금사업을 통해 좋은 선례를 많이 남겼기 때문에 뒤늦게 시작하여 후발 축종들의 자조금사업추진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의 임의자조금으로 성숙된 자조금 의식과 사업시행의 경험을 살린다면 의무자조금사업 추진을 더욱 성공적으로 해내리라 기대됩니다.

축산업을 함께 지켜나가야 할 낙농가 여러분,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국축산의 선봉에 여전히 여러분이 서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의 어려움들은 모든 축산인들의 하나된 인식과 성원 속에서 지혜롭게 잘 해결 될 것입니다. 4월에 푸르름을 위한 잔인한 노력처럼 우리가 노력할 때에 비로소 우리자손들에 축산인의 자부심을 가슴 벅찬 선물로 대물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낙농가 여러분 힘을 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