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이 승 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참으로 숨 가쁘게 한 해를 보냈습니다. 동분서주 분주하게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나, 해결된 것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이 산적해 있어 마음이 무겁울 따름입니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흔히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란 표현으로 지난 한 해를 얘기합니다만, 우리 낙농육우 산업에서 보자면 다사다난 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듯 합니다. 지난 한 해동안 우리 낙농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농업 전반적인 면에서 한·칠레 FTA 국회인준에서부터 쌀 협상까지 대규모 농민대회가 몇 차례나 있었으니, 그 어려움은 몇 줄의 글로 쉽게 써내려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난 한 해 동안 낙농최대 3대 현안은 원유가 현실화 문제, 기준원유량 원상회복 문제, 축산업 등록제 문제였고, 협회 집행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또 뛰었습니다. 집행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여 죄송스럽게도 전국의 낙농가 여러분의 힘을 빌었습니다. 여의도 아스팔트의 무더운 땡볕아래 우리의 생존권을 우리의 힘으로 지켜보자며 전국에서 모이신 약 6,000여명의 낙농가분들을 뵈을 때는 눈물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협회 임원님들과 함께 20일간의 삭발단식을 하면서도, 협회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요구했던 사항들을 전부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낙농가가 이렇게 하나로 단합하고 뭉치면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결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농림부는 농업농촌종합대책에서 “유업체와 직결체제로 전환”, “원유가격의 유업체와 생산자의 자율 결정” 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06년말까지 유업체와의 직결체제로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낙농진흥회의 태생적인 한계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유업체와의 직결체제 전환이 우유수급을 위한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가 있어 또 정부예산이 계속적으로 많이 소요되니까 임시방편으로 기준원유량의 상향조정을 미끼로 농가들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유업체로 보내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협회에서는 현재 낙농진흥회 농가가 권역밖 농가에 비해 피해를 받고 있으니까, 또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까, 우선 기준원유량을 원상회복하고 직결체제 전환여부에 대해서는 그 후에 농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절차를 통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낙농진흥회 내 협의회에서 논의 중에 있습니다만, 이러한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결론을 맺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올 한 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원유가격 결정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원유가 인상시에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의 생산비 조서를 근거로 하여 원유가 조정 사유가 없다는 것이 농림부나 유업체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협회에서 생산비조서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해왔고, 또 금번 원유가격 13% 인상으로 농관원의 생산비 조서는 그 근거를 상실함으로써, 향후 원유생산비에 대한 표준 설정을 다시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물론, 원유가격을 시장경제 원리에 맡긴다든지, 유업체와 생산자가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의 논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는 12월 26일까지 등록하게 되어있는 축산업 등록제, 그 동안의 협회의 대응활동과 낙농가 여러분의 동참활동으로 상당부분 우리가 요구한 사항은 관철되었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온 무허가 축사 양성화 부분에 대해서만은 농림부, 건교부 등 6개 부처의 협의사안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등록율이 저조하자 농림부는 05년 정책사업시 등록농가에 한해서만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이고 무허가 축사 양성화 부분에 대해서는 축산업등록제를 찬성하고 있는 타 축종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타 축산단체와 연대활동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적극 활동 중에 있습니다.
올 한 해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는 2월부터 악취방지법이 시행될 것이고, 축발기금 존치 문제를 포함해 많은 문제들이 우리 농가들을 더욱 조여올 것입니다. ‘또 어떻게 한 해를 버텨내야 하나!’ 하는 농가의 한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해에는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금이나마 나아진 대내외적 환경에서 농가들이 마음놓고 목장을 할 수 있도록 협회가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협회의 활동과 함께 협회를 구심점으로 하여 단합하고 힘을 모아준 낙농육우 농가와 지도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한 해 동안 너무 고생하신 낙농육우 농가에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또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고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